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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혁명이라고 하면 뭔가 거대하고 대단한 것이란 생각을 하죠. 불의 발견이라든가, 풍차나 원자력 같은 새로운 에너지원의 발명 같은 것들 말이죠. 요즘은 새로운 미디어가 나타날 때마다 우리 생활에서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유선전화가 처음 나왔을 때나 TV가 보급되기 시작한 때를 생각해 보세요. 시간의 배분이라든가, 동선이라든가 우리 생활이 얼마나 달라졌습니까.”

KAIST 경영대 최고경영자과정(AIM) 가을학기 일곱 번째 시간. 정재민 KAIST 경영대학원 정보미디어전략 교수는 새로운 미디어의 탄생으로 변화하는 인간의 생활, 그리고 그 안에서 찾는 비즈니스 기회로 강의를 이끌어갔다.

○IT와 미디어의 융합이 새로운 비즈니스를 낳는다

“요즘은 ‘따르릉’ 울려야만 받을 수 있었던 전화나 ‘바보상자’라고 불렸던 TV가 스마트폰과 스마트TV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나타나는 생활의 변화는 여러분 다 겪어보셨을 것 같고요. 스마트TV도 보급률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정 교수는 이 같은 스마트 기기들은 정보기술(IT)의 발전으로 통신 또는 미디어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IT와 미디어가 융합하면서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IT가 발전하면서 신문, 영화, 방송 등 미디어 간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러분은 구글이 IT 기업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미디어 기업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세계에서 가장 큰 미디어 기업이라는 타임워너와 구글 중 어느 기업이 매출이 더 클까요. 타임워너의 작년 매출은 270억달러, 구글은 380억달러입니다. 구글의 매출 중 97.3%는 광고에서 나옵니다. 구글이 타임워너, 바이아콤, 뉴스컴 같은 미디어 기업들의 광고를 가져가서 사실상 세계 1위 미디어 기업이 된 것입니다.”

○‘TGIF=트위터, 구글, 아이폰, 페이스북’

예전엔 주말 연속극을 온 가족이 모여서 보는 풍경을 집집마다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서만 미디어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방송국에서 보내는 드라마나 신문이 싣는 기사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스마트’와 ‘소셜’이 키워드가 된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콘텐츠 소비자들이 참여하고 공유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죠. 시간과 공간의 제약도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T.G.I.F가 뭐죠? 예전에 우리는 이걸 보면 패밀리 레스토랑을 떠올렸습니다. 요즘은 바뀌었죠. 트위터(Twitter), 구글(Google), 아이폰(iPhone), 페이스북(Facebook)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두산을 대학생 선호기업으로

트위터는 140자 이내로 표현하는 단문 메시지다. 인터넷과 모바일이라는 두 가지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다. 정 교수는 연예인 김제동 씨와 박용만 두산 회장의 트위터를 화면에 올렸다. ‘지금 쌍화탕 먹고 쉬고 있습니다ㅋ.’(김제동) ‘쌍화탕보다는 역시 소주가 낫지 않을까요?’(박용만) ‘ㅋㅋ 역시 고수이십니다.’(김제동)

“제가 알기로 두 사람은 서로 만난 적도 없는 사이입니다. 하지만 트위터상에선 이렇게 친하죠. 저희 세대만 해도 ‘용만’하면 개그맨 김용만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박 회장을 떠올리죠. 박 회장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트위터 팔로어(그의 트위터를 읽는 사람)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인입니다. 박 회장이 트위터를 하면서 두산의 인지도가 엄청나게 높아졌죠. ‘어록’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다음은 박 회장 트위터 어록의 일부다. ‘창으로 내려다보니 동대문 디자인플라자 공사가 한창인데 굴삭기들이 많다. 밥캣 한 대, 볼보 두 대, 현대 한 대, 두산 다섯 대! 아싸!’, ‘아침에 어린 회사 직원이 자기 페북에 이런 글 올렸다 “회사 가기 싫다… 출근 시간 지났는데 이불 속에서…” 그래서 댓글 하나 달아줬다 “내 차 보내줄까?” ㅋㅋ’.

“첫번째 트위트를 보면 이미 트위터가 개인적인 공간이 아니라는 걸 느끼게 되죠. 두산이 볼보나 현대중공업과 어깨를 겨루는 회사라는 걸 보여주는 겁니다. 두번째 트위트에선 신입사원과 소통하는 최고경영자(CEO)의 모습을 통해 기업 문화를 자연스럽게 알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디지털 네이티브’를 이해하라

트위터는 기업 홍보 이상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2008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상대 진영이 트위터가 뭔지도 잘 모를 때 트위터로 선거운동을 펼쳤고, 모금까지 트위터를 활용해 큰 성공을 거뒀다. 2008년 중국 쓰촨성과 2010년 아이티에서 발생한 대지진 때도 피해 현황을 알리는 데 트위터가 큰 역할을 했다.

트위터의 힘은 ‘전달’에 있다. 팔로어가 유력한 인사들의 트위트를 자신의 트위터로 옮기고, 그걸 다시 팔로어의 팔로어들이 옮기면서 삽시간에 전파되는 것이다. 한번 퍼지기 시작하면 막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사용할 때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디지털 네이티브(원주민)’라고 하죠. 이들의 소통 방식을 이해하지 않고는 생존하기 어렵습니다. 요즘 학생들은 교수에게 ‘교수님 트위터 주소가 어떻게 되세요?’라고 묻지도 않습니다. 문자도 보내지 않아요. 스스로 찾아보다가 잘 안 되면 페이스북에 쪽지나 보내는 정도입니다. 교수가 그럼 ‘이런 건방진…’ 하면서 혼을 내줄까요? 그럼 뒤처지는 겁니다. 교수도 똑같이 페이스북 쪽지로 답을 해주는 게 상책입니다.”

○구글을 역전한 페이스북

1920년 미국에서 라디오 방송이 처음 시작된 이후 청취자가 5000만명에 도달하는 데 38년이 걸렸다. TV는 5000만명까지 13년, 인터넷 사용자 5000만명까진 4년이 걸렸다. 페이스북은 일반인 대상 서비스를 시작한 2006년 9월 이후 1년도 안 돼 사용자 2억명을 돌파했고, 현재 10억명이 쓰고 있다.

정 교수는 앞으로 페이스북과 구글이 미디어 생태계의 패권을 두고 경쟁하는 구도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검색의 성능은 구글이 압도적이지만 페이스북에는 구글이 갖고 있지 않은 ‘연결’이라는 요소가 있기 때문에 구글에 맞서는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딸이 대학에 갔습니다. 선물로 뭘 사줄까 고민이 되죠. 이럴 때 구글은 큰 도움이 안 됩니다. 하지만 페이스북에 ‘우리 딸 대학 입학 선물로 뭐가 좋을까’라고 남겨놓으면 내가 믿는 친구들이 답글을 올려줍니다. 한 명이 ‘자동차가 좋겠다’고 하면 그 다음 사람이 ‘어떤 차가 좋겠다’는 식으로 가장 좋은 결론을 찾는 토론이 자연스럽게 벌어지죠. 문제가 이렇게 해결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사용하는 시간 비중에서 페이스북이 2010년 구글을 역전했습니다. 구글 검색, 지도, G메일, 캘린더 등을 모두 합친 것보다 페이스북이 앞선 겁니다.”

○사업에도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라

이제 소셜 미디어가 기업 경영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분석할 차례다. 정 교수는 의류업체 갭(Gap)의 로고를 화면에 띄웠다.

“갭이 푸른 사각형 바탕 안에 흰 글씨로 GAP이라고 쓰여 있는 로고를 바탕 없이 검은색으로 ‘Gap’이라고 쓴 뒤 p자 옆에다 조그만 푸른 사각형을 붙이는 로고로 바꾸겠다고 2010년 10월4일 발표했습니다. 발표가 나자마자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난리가 났습니다. 새 로고를 웃긴 모양으로 바꾸거나 다른 회사 제품 로고까지 갖다붙이는 등 조롱을 한 것이죠. 결국 갭은 1주일 만에 정식으로 사과하고, 옛 로고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것도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했습니다.

만약 갭이 소셜 미디어의 기능을 잘 이해했다면 아마 다르게 접근했을 겁니다. ‘우리가 몇 십년 만에 로고를 바꾸려고 합니다. 좋은 아이디어를 주세요’ 하는 식이죠. 온라인 공모전을 할 수도 있죠. 그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새 로고가 친숙해지고 환영받았을 겁니다. 그걸 무시했기에 엄청난 돈을 들인 로고 교체가 참상이 된 겁니다.”

정 교수는 디지털 시대 소셜 미디어 이용자의 소비 특성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소비자가 메시지를 만든다=네티즌 세 명 중 한 명은 상품평을 쓴다 △소비자가 메시지를 유통시킨다=두 명 중 한 명은 퍼뜨린다 △소비자가 소비자를 만든다=전문가 의견은 참고사항이며 같은 소비자 의견에 더 공감한다 등이다.

“이제 소셜 미디어를 사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할 시기는 지났습니다. 얼마나 잘 쓸까가 문제입니다. 고정관념을 버리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박 회장처럼 가볍고 일상적인 자세로 소셜 미디어를 접해보십시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