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공격나선 칼 아이칸…경영진은 '극약처방' 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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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칸, 지분 10% 매입…"웃돈 받고 팔 때 됐다"
넷플릭스 '포이즌필' 검토…장기전 가능성
< 칼 아이칸 : 기업 사냥꾼 >
넷플릭스 '포이즌필' 검토…장기전 가능성
< 칼 아이칸 : 기업 사냥꾼 >
미국 온라인 스트리밍업체 넷플릭스의 공동창업자인 리드 해스팅스 최고경영자(CEO)는 핼러윈파티가 한창이던 지난달 31일 예상치 못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기업 사냥꾼’으로 유명한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사진)이었다. 아이칸은 짧은 통화에서 “넷플릭스의 지분 10%를 사들여 주요주주가 됐다”고 통보하고 “넷플릭스를 구글이나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자본력이 있는 회사에 팔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깜짝 놀란 해스팅스 CEO는 이틀 후 6명의 이사에게 달려가 ‘포이즌필’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이즌필이란 적대적 기업인수·합병(M&A) 시도가 있을 경우 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싼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수 있도록 권리를 부여하는 경영권 방어 장치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아이칸은 “그들(넷플릭스)이 전쟁을 결심한 것 같다”며 “그들이 원하면 우리도 전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2006년 한국의 KT&G를 노린 적대적 M&A 시도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칼 아이칸과 넷플릭스 경영진 간 공격과 방어전이 시작됐다. 주제는 넷플릭스의 미래. DVD 대여업체에서 온라인 스트리밍업체로 전환한 넷플릭스가 독립된 회사로 계속 성장해 나갈지, 덩치가 큰 다른 회사에 인수돼야 할지가 공방전의 핵심이다.
아이칸은 “넷플릭스는 스스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달성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좋은 프리미엄(웃돈)을 받고 넷플릭스를 다른 회사에 매각할 시점”이라며 “넷플릭스는 훌륭한 배급망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매력적인 피인수 후보”라고 말했다. 아이칸은 “대부분의 주주들도 반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이칸이 넷플릭스를 먹잇감으로 삼은 것은 넷플릭스를 둘러싼 경영환경이 점점 더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주당 30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던 넷플릭스 주가는 지난해 가입비를 올린 후 고객들이 빠져나가자 급락했다.
나스닥에 상장된 넷플릭스는 14일(현지시간) 주당 79.45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아마존, 훌루 등 경쟁사들에 시장을 잠식당하면서 미래도 불투명하다. 현재 미국 내에서 217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넷플릭스는 올해 700만명을 추가 확보하겠다던 계획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최근 시인했다.
하지만 1997년 이 회사를 공동 창업한 해스팅스 CEO는 주주들에게 “인내심을 가져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수백만명의 가입자를 추가로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는 것. 그는 특히 노르웨이, 브라질, 아일랜드 등 해외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해스팅스 CEO가 강하게 저항하면서 양측의 싸움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넷플릭스는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 투자은행(IB)과 실리콘밸리의 최고 로펌 윌슨 손시니 굿리치 앤드 로사티를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문사로 선임했다. 여론전을 위해 홍보대행사도 고용했다.
다른 주요주주들은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넷플릭스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헤지펀드 T2파트너스의 휘트니 틸슨은 “만약 넷플릭스가 주당 100달러에 팔린다면 매우 실망스러울 것”이라며 “그보다 훨씬 더 높은 가격에 팔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이칸은 프리미엄을 받고 넷플릭스를 매각하면 그만큼 투자 차익을 남기게 된다. 매각에 실패하더라도 경영권 공방과정에서 주가가 올라 큰 수익을 볼 수 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
■ 포이즌 필
poison pill.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M&A)이나 경영권 침해 시도가 발생했을 때 기존 주주들에게 회사 신주를 시가보다 싼 가격에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을 부여, 경영권을 방어하는 제도. 국내에서는 아직 시행하지 않고 있다.
깜짝 놀란 해스팅스 CEO는 이틀 후 6명의 이사에게 달려가 ‘포이즌필’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이즌필이란 적대적 기업인수·합병(M&A) 시도가 있을 경우 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싼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수 있도록 권리를 부여하는 경영권 방어 장치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아이칸은 “그들(넷플릭스)이 전쟁을 결심한 것 같다”며 “그들이 원하면 우리도 전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2006년 한국의 KT&G를 노린 적대적 M&A 시도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칼 아이칸과 넷플릭스 경영진 간 공격과 방어전이 시작됐다. 주제는 넷플릭스의 미래. DVD 대여업체에서 온라인 스트리밍업체로 전환한 넷플릭스가 독립된 회사로 계속 성장해 나갈지, 덩치가 큰 다른 회사에 인수돼야 할지가 공방전의 핵심이다.
아이칸은 “넷플릭스는 스스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달성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좋은 프리미엄(웃돈)을 받고 넷플릭스를 다른 회사에 매각할 시점”이라며 “넷플릭스는 훌륭한 배급망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매력적인 피인수 후보”라고 말했다. 아이칸은 “대부분의 주주들도 반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이칸이 넷플릭스를 먹잇감으로 삼은 것은 넷플릭스를 둘러싼 경영환경이 점점 더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주당 30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던 넷플릭스 주가는 지난해 가입비를 올린 후 고객들이 빠져나가자 급락했다.
나스닥에 상장된 넷플릭스는 14일(현지시간) 주당 79.45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아마존, 훌루 등 경쟁사들에 시장을 잠식당하면서 미래도 불투명하다. 현재 미국 내에서 217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넷플릭스는 올해 700만명을 추가 확보하겠다던 계획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최근 시인했다.
하지만 1997년 이 회사를 공동 창업한 해스팅스 CEO는 주주들에게 “인내심을 가져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수백만명의 가입자를 추가로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는 것. 그는 특히 노르웨이, 브라질, 아일랜드 등 해외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해스팅스 CEO가 강하게 저항하면서 양측의 싸움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넷플릭스는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 투자은행(IB)과 실리콘밸리의 최고 로펌 윌슨 손시니 굿리치 앤드 로사티를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문사로 선임했다. 여론전을 위해 홍보대행사도 고용했다.
다른 주요주주들은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넷플릭스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헤지펀드 T2파트너스의 휘트니 틸슨은 “만약 넷플릭스가 주당 100달러에 팔린다면 매우 실망스러울 것”이라며 “그보다 훨씬 더 높은 가격에 팔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이칸은 프리미엄을 받고 넷플릭스를 매각하면 그만큼 투자 차익을 남기게 된다. 매각에 실패하더라도 경영권 공방과정에서 주가가 올라 큰 수익을 볼 수 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
■ 포이즌 필
poison pill.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M&A)이나 경영권 침해 시도가 발생했을 때 기존 주주들에게 회사 신주를 시가보다 싼 가격에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을 부여, 경영권을 방어하는 제도. 국내에서는 아직 시행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