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매물은 대부분 소화됐고 호가 수준의 매물들을 두고 매도·매수자 간 신경전이 벌어지는 양상입니다. 매매 문의가 늘면서 거래도 이뤄지는 등 분위기가 괜찮은 편입니다.”(가락동 송파공인 오미옥 중개사)

취득·양도소득세 감면이 골자인 ‘9·10 부동산 대책’이 시행된 지난 한 달간 주택 거래량이 이전 달보다 70% 가까이 급증했다. 가격도 소폭 상승하는 등 오랜만에 주택시장에 ‘부동산대책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세금감면 조치가 시행되는 연말까지는 당분간 거래 증가가 이어지겠지만 취득세가 원상 복귀되는 내년부터는 거래 부진 상태로 되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예상했다.

○반등한 주택 매매 거래량

국토해양부는 지난 10월 주택 매매 거래량이 6만6411건으로 이전 달보다 66.8% 증가했다고 15일 밝혔다. 올 들어 주택 거래량은 5월(6만8047건) 이후 4개월 연속 감소하며 9월에는 3만9806건으로 연중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급감했던 주택 거래가 취득세 감면 조치와 함께 급반전됐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서울·경기 등 침체가 극심했던 수도권의 주택거래 증가폭이 74.9%로 지방(62.1%)보다 크다는 점도 고무적이라고 국토부는 평가했다. 특히 강남3구(강남·서초·송파)는 1175건이 거래돼 9월보다 2배 이상 급증했다. 최근 5년 평균 10월 거래량(1196건)과 비교해도 근접한 수준으로 회복됐다. 오미옥 중개사는 “올해가 가기 전에 아파트를 매입하면 400만~500만원의 취득세를 아낄 수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고 전했다.

일부 단지는 실거래 가격도 소폭 올랐다. 9월 4억원(최저 실거래가)이었던 가락시영 1단지 40㎡형은 한 달 만에 4억6000만원으로 올랐다. 성남 분당신도시 무지개마을(85㎡)과 장미마을(84㎡)도 실거래가가 각각 3500만원과 2000만원 상승했다.

○내년 1분기까지 지켜봐야

하지만 10월 거래량은 작년 같은 달(7만8333건)과 비교해서는 여전히 15.2% 줄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9·10 대책 시행일 이후로 거래를 미뤘던 수요들이 한꺼번에 움직이면서 나타난 ‘반짝 효과’라고 평가했다. 실제 작년(3월22일~12월31일) 9개월간 시행된 취득세 감면 기간의 경우 마지막 달인 12월(6만3000여건)까지 꾸준히 늘었지만 취득세 감면이 사라진 올 1월에는 1만5000여건으로 급감했다.

당장 내년부터 현재 1%인 9억원 이하 주택 취득세가 2%로 오른다는 점에서 올 연초와 같은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연구실장은 “취득세가 환원되고 연말 대선을 통해 새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는 정부 차원의 추가적 거래활성화 대책도 기대하기 어려워 내년 1분기에 또다시 거래침체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주택시장 전체적인 가격 내림세가 계속되는 것도 부담이다. 9·10 대책이 시행된 9월24일 이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부동산114)은 6주 연속 하락했다. 하락폭도 시행 첫주 0.02%에서 지난주에는 0.06%로 오히려 커졌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팀장은 “집값 상승 기대감이 사라진 침체 상황에서 세금 감면 등 유인책만으로 가격과 거래가 활기를 되찾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