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만에…대우건설, 베트남서 '大憂'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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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신도시 '스타레이크시티' 착공…경기회복 속도가 변수
< 大憂(대우)·큰 근심 >
< 大憂(대우)·큰 근심 >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 시청에서 북서쪽으로 5㎞ 거리에 있는 ‘떠이호떠이’. 10여년간 개발이 묶였던 이곳에서 15일 응웬 쑤언 푹 베트남 부수상,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 하찬호 베트남 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스타레이크시티’ 신도시 착공식이 열렸다. 여의도 면적(290만㎡)의 3분의 2 규모( 207만㎡)로 조성되는 신도시 개발에 착수하는 첫삽을 뜬 것이다. 대우건설이 베트남 정부에 신도시 사업을 제안한 지 16년 만이다. 대우그룹 시절에 뿌린 씨가 십수년의 풍상을 겪고 싹을 틔운 셈이다.
○16년 우여곡절 끝에 ‘첫삽’ 결실
스타레이크시티 개발의 역사는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개방정책을 펼친 도이 모이 전 서기장이 1996년 하노이 개발 아이디어를 달라고 하자 ‘송홍(紅河·하노이를 관통하는 하천) 개발계획’을 제안했다. 당시 하노이는 인구 증가로 도심이 포화상태에 이르렀을 때다.
대우건설은 이후 하노이에 있는 호수 ‘호떠이(西湖)’ 서쪽 지역 개발권을 확보했다. 하지만 이듬해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에 휘말리면서 그룹 해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이후 대우건설은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작업)과 외부매각 등 모진 풍파를 겪었다. 그 와중에도 베트남 신도시사업은 버리지 않고 지켜왔다.
2002년에는 건설부(현 국토해양부)가 나서 지원을 해주는 바람에 양국 간 신도시 개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2006년에는 베트남 투자기획부의 투자허가 승인을 받아 개발에 숨통이 트이는 듯했다. 하지만 2002년 컨소시엄에 참여한 동일토건 대원 등 4개 건설사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포기했다. 결국 대우건설이 컨소시엄 건설사들의 지분을 인수, 단독으로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하노이 도심권 알짜 입지의 ‘복합 신도시’
호수공원인 호떠이를 사이에 두고 구도심과 맞닿은 이 지역은 다양한 용도의 복합 신도시를 건립하기에 최적지라는 평가다. 하노이시민의 휴식처인 호떠이와 붙어있고, 2015년께 준공될 지하철 공사가 진행 중인 데다 구도심과 가깝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은 이곳에서 50년 토지사용권을 확보, 정부부처·문화·상업·업무·주거시설이 들어서는 복합 신도시 조성에 나선다. 토지보상 및 사용료, 신도시 조성, 건축비 등을 포함한 사업비만 2조7000억원에 달한다. 토지 보상 및 조성비를 마련하기 위해 내년 산업은행으로부터 2000억원가량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이권상 현지법인(THT디베롭먼트)장은 “스타레이크시티 부지는 하노이 도심권에 남아 있는 마지막 노른자위 땅”이라며 “주거시설이 전체 개발 면적의 12%밖에 안 되고 업무 및 상업용지는 개발업체에 매각할 예정이어서 사업 리스크가 적다”고 설명했다.
○경기회복과 주택수요가 변수
베트남 경기 회복이 스타레이크시티 사업 추진의 최대 변수로 꼽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10%대였던 베트남 경제성장률은 5~6%대로 낮아졌다. 하지만 내년 하반기부터 금리와 환율안정 속에 성장세가 재개될 것이란 전망이다. 게다가 베트남의 도시화율은 30% 수준으로 낮고, 650만명인 하노이 인구는 매년 15만명씩 늘어 주택 5만가구 정도가 신규로 필요한 상황이다. 도심권 고급 빌라 가격(3.3㎡)이 3000만원을 웃도는 등 고급 주거시설에 대한 수요는 적지 않다.
김승택 대우건설 개발사업본부장은 “스타레이크시티는 대우건설이 ‘글로벌 랜드 디벨로퍼’로 자리매김하는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 "産銀과 손잡고 '금융+건설' 성공 프로젝트 만들겠다"
베트남 하노이 대우호텔에서 만난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63·사진)은 20여년간 이어진 대우와 베트남의 끈끈한 유대관계를 주제로 말문을 열었다.
“대우건설과 베트남은 한국과 미수교 상태였던 1991년에 이미 하노이 대우호텔을 짓고, 자동차·전자공장 건설을 추진했을 정도로 오랜 인연이 있습니다. 1992년 베트남과가 수교가 이뤄질 때도 민간 외교사절 역할을 톡톡히 했던 게 바로 대우였죠.”
그는 15일 착공식을 갖게 된 ‘스타레이크시티’도 20년 넘게 유지해온 베트남과의 끈끈한 유대와 노력의 결실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영난을 겪는 상황에서도 베트남 신도시만은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서 사장은 “당초 동참키로 했던 투자업체들이 중도 포기해 더욱 힘들었지만, 나중에 산업은행이 적극 동참해주는 바람에 선진국 대형 개발사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건설·금융 컨소시엄 개발사업’으로 부활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1990년대 초 ‘5대 신도시 개발 모델’을 개발도상국 신도시 개발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주택관련 법·제도가 잘 정비된 국내와 달리 개도국들은 제도적 미비점이 많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한국형 신도시 개발제도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조금은 수월해질 것 같아요.”
서 사장은 해외 수주시장 주무대를 기존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남아메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지역 등으로 확대하고 사업 다각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하노이=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