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는 결국 밀려날 것인가. 아직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MS가 모바일 승부수를 던졌다. 윈도8과 이를 탑재한 서피스(태블릿PC), 윈도폰, 뉴오피스 등이 그것이다. 이번엔 반응도 호의적이다. 애플처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수직 통합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다. 영업이익률이 75%에 달하는 윈도와 오피스를 사수하겠다는 MS의 독기가 느껴진다.

사악하지 말자고?

PC시대 혁신을 주도한 MS는 독한 기업의 전형이다. 찰스 아서의 ‘디지털 워(Digital Wars)’에서 그려진 MS는 ‘악의 제국(evil empire)’이다. 1990년대 후반만 해도 MS에 인수당하거나 아니면 그 근처에는 얼씬도 않는 게 최선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경쟁상대다 싶으면 무자비하게 짓밟는 것으로 유명했다. 넷스케이프가 대표적 케이스다. MS는 이 기업의 숨통까지 끊어놓겠다고 했다. 이 때문에 반독점법 위반으로 고소당했고, 기업이 분할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인터넷 검색시장을 뒤늦게 알아챈 MS는 구글 인수를 시도하기도 했다. 구글의 모토 “사악하지 말자(Don’t be evil)”는 MS처럼 되지 말자는 뜻이었다.

애플도 MS 못지않다. MS의 눈치를 살피며 디지털 음악에서 승부수를 찾아낸 애플이다.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의 성공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수직적 통합 모델의 극적 승리였다. 애플의 독기도 무서울 정도다. 하드웨어로부터 이익을 얻는 애플의 납품업자 쥐어짜기는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라는 공짜 점심으로 제조사들을 끌어들이자 무자비한 특허공세에 들어간 것도 그렇다. HTC는 애플에 항복했고, 삼성전자는 끝까지 맞서는 중이다. 애플의 칼은 구글로 향하고 있다.

사악하지 말자던 구글도 독한 기업이다. 안드로이드는 공짜 점심이 아니었다. 자신의 검색엔진, 즉 광고시스템만 많이 사용되면 그만인 구글의 미끼였다. 안드로이드 제조사는 MS에 대당 특허료를 지급해야 했다. 여기에 애플까지 소송을 걸어 특허료를 내라는 판이다. 구글은 그런 MS와 애플을 맹비난만 할 뿐이다. 뒤늦게 안드로이드를 보호한답시고 모토로라를 인수했지만 구글도 애플처럼 수직적 통합을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정작 공짜 점심을 즐기는 건 구글이다. 스콧 클리랜드의 ‘두 얼굴의 구글’은 구글의 빅 브러더 가능성까지 경고한다. 구글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은 멘델레예프 주기율표를 꽉 채우고도 부족할 정도다.

정보기술(IT) 혁신을 주도하는 구글 애플 MS는 독한 기업들이다. 그렇다고 왜 독하냐고 할 수도 없다. 지식기반경제에서는 독해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다. ‘수확체증법칙’이 통하는 경제다. 그야말로 폭리를 보장하는 셈이다. 게다가 이기는 쪽이 다 갖는 게임이다(Winner takes it all). 구글 애플 MS가 죽자사자 싸우는 생태계의 본질이다.

지식기반 경제의 본질

대선 후보들이 지식기반경제로 가자고 한다. 구글 애플 MS 같은 기업이 나올 수 있는 혁신경제를 약속한다. 그러나 정작 내놓는 공약을 보면 지식기반경제, 혁신경제를 제대로 알고나 하는 소린지 모르겠다. 지금 같은 반(反)기업 분위기라면 그런 독한 기업은 이 땅에 발도 붙이지 못할 판이다. 구글 애플 MS가 벤처에서 출발했다고 정부 지원을 남발하는 것도 웃기는 발상이다. 정부가 인위적 생태계를 만들어 국민 세금으로 관제 벤처를 많이 양산하면 뭐하나.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끌어낸 시장 벤처를 결코 능가할 수 없다는 게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벤처 보고서다.

안현실 논설·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