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1월15일 오후 2시34분

[마켓인사이트] 시디즈 통해 지분 확대하다가…퍼시스그룹, 지주사 체제로
사무용가구 1위 업체인 퍼시스그룹이 뜻하지 않게 지주회사 체제로 자동 전환했다. 퍼시스그룹은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체제를 갖추기 위해 계열사 간 지분 정리를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시디즈는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에 자회사 주식가치가 자산총액의 50%를 넘었다고 신고했다. 지난해 말 기준 시디즈의 자산총액 1574억원 중 절반 이상이 퍼시스 일룸 등 계열사의 주식으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자산총액 1000억원 이상인 회사의 자회사 주식가치가 자산총액의 50% 이상이면 지주회사로 강제 전환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퍼시스그룹은 사실상 지난 7월부터 지주사로 전환된 것”이라며 “퍼시스그룹의 신고시점이 늦어 내년에나 지주사 전환 명단에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디즈는 최근 수년간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퍼시스 주식을 사들였다. 5월에는 손동창 퍼시스 회장으로부터 40만주를 매입, 시디즈는 손 회장을 제치고 퍼시스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에도 지난달까지 장내매수를 통해 퍼시스 지분을 24.31%까지 확대했다.

시디즈가 공격적으로 퍼시스 지분을 사들인 것은 기업 승계를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손 회장이 직접 계열사를 지배하던 구조에서 시디즈가 계열사를 소유하는 구조로 전환, 시디즈를 승계하면 자연스레 그룹을 지배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손 회장의 장남 태희씨(32)는 시디즈 경영기획실장으로 퍼시스 0.56%, 일룸 2.07%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퍼시스그룹이 지주사로 자동 전환되는 바람에 계열사 간 지분 정리를 하지 않으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과징금을 물어야 할 상황이 됐다. 시디즈가 계열사 지분을 일부 팔아 지주사 요건에서 벗어나든지, 일룸이 보유하고 있는 퍼시스 지분 5.98%를 전량 처분해 공정거래법 위반 사항을 해소해야한다.

공정거래법상 국내 자회사끼리는 지분을 소유할 수 없어 일룸이 퍼시스 지분을 갖고 있는 것은 법 위반이기 때문이다.

퍼시스 관계자는 “사전에 지주사로 전환하려던 의도가 없었기 때문에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해 언급할 처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