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인 안목이 없는 금융정책의 한계가 또다시 드러난 것 같습니다.”

오는 21일과 22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시아 채권시장포럼(ABMF)에 한국 금융당국이 참석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은 증권업계 관계자의 반응이다.

ABMF는 아시아 채권시장을 통합하기 위해 2010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기구다. 서로 다른 채권거래 제도와 규제를 표준화해 통합 아시아 채권시장을 만들기 위해 출범했다.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과 한·중·일 3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분기마다 회의를 연다. 이번 ABMF에서는 표준화 작업이 상당 부분 구체화될 전망이다. 내년 5월 ‘아세안+3’ 재무장관 회의를 앞두고 있어서다. 재무장관 회의 이후 실제 채권 발행이 본격화될 것이란 시각이 많다.

일본 금융청, 인도네시아 재무부 등은 ABMF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일본이다. 자국의 채권시장을 표준화 모델로 만들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자국시장 참여자에게 익숙한 구조로 시장을 형성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장기 불황과 증권업계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아시아 채권시장 공략을 우선으로 내세우고 있다.

한국은 다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번 ABMF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이유가 궁색하다. 가장 큰 이유는 출장에 따른 예산 부족이다. 굳이 가지 않더라도 서면으로 의견 개진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ABMF에서 논의되고 있는 내용이 한국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판단한 측면도 있다.

금융당국이 무관심하다 보니 한국이 제기한 의견은 ABMF에서 축소되거나 왜곡되기 일쑤다. 한국의 ABMF 관련 논의는 주로 금융투자협회와 자본시장연구원이 맡고 있다. 민간기구인 탓에 표준화 모델을 위한 한국의 금융제도 개선 등을 언급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한국 금융당국은 최근 저금리·저성장 대응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출범시켰다. 금융권별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통합 아시아 채권시장은 증권업계가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먼 일로 생각하고 손 놓고 있다가는 통합 아시아 채권시장의 주도권을 뺏기게 된다. 일본 등 다른 아시아 증권사가 이 시장을 계기로 한 단계 도약한 뒤에 후회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김은정 증권부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