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1월15일 오전 6시36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금융시장에서 사라진 해외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이 다시 등장했다. 금리 하락으로 수익성 확보에 비상이 걸린 보험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해외 CLO 매입에 긍정적으로 나서고 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크레디트스위스는 최근 국내 보험사를 상대로 CLO를 판매하는 데 성공했다. 한 생명보험사 자산운용역은 “크레디트스위스가 조성하는 CLO 투자펀드에 1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집행키로 했다”고 말했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전 미국이나 유럽에서 발행된 CLO와 부채담보부증권(CDO) 등 구조화증권에 상당한 규모의 자금을 투자했으나 손실을 입고 이후 거의 투자하지 않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대체투자팀장은 “외국계 증권사들이 3~4개월 전부터 CLO 세일즈에 나섰으나 대체로 시큰둥한 반응이었다”며 “하지만 최근 역마진 우려까지 나올 정도로 금리가 내려가면서 서서히 기류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CLO는 신용이 낮은 기업들의 은행 대출채권을 묶어 이를 담보로 발행하는 자산유동화증권(ABS)의 일종이다. 보험업계는 그동안 해외 CLO 투자를 기피해왔다. 위험 측정 및 관리가 힘든 데다 수익도 만족스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대형 손해보험사 자산운용역은 “여러 업체에서 CLO 상품을 소개받았지만 위험을 감내하는 만큼의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투자하지 않았다”며 “투자를 결정한 곳들도 최소 단위인 100억원 정도를 시험삼아 해보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CLO의 수익률은 AA등급은 연 4.5~5%, A등급은 연 5~5.5% 안팎이다.

하지만 상당수 보험사 자산운용 담당자들은 “내년에는 새로 CLO에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최근 시장금리가 연 3%대로 떨어지면서 수익률 맞추기가 어려워졌다”며 “새로운 투자 수단으로 그동안 친숙했던 CLO가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격 변동성이 낮아지고 신용등급 평가 체계도 어느 정도 구축돼 위험이 그리 높지 않다는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CDO와 달리 CLO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부실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았다는 점도 잠재적 투자 대상으로 물망에 오르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

■ CLO

collateralized loan obligation. 대출채권담보부증권. 기업에 대한 은행의 대출채권을 묶어 이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하는 채권. 수십개의 기업 대출이 한데 묶여 부도 위험이 낮다. 하지만 기초자산의 부실을 숨길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부채담보부증권(CDO)과 함께 글로벌 금융위기 때 문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