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700년 역사에서 찾은 7가지 '혁신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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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
스티븐 존슨 지음 / 서영조 옮김 / 한국경제신문 / 322쪽 / 1만6000원
첨단 실험도구보다 동료와의 토론이 더 생산적
페이스북 · 유튜브 등도 '연결의 힘'으로 탄생
스티븐 존슨 지음 / 서영조 옮김 / 한국경제신문 / 322쪽 / 1만6000원
첨단 실험도구보다 동료와의 토론이 더 생산적
페이스북 · 유튜브 등도 '연결의 힘'으로 탄생
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 그냥 아이디어가 아니고 ‘탁월(卓越)한’ 아이디어다. 뉴스위크가 ‘인터넷상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50인’에 선정한 과학저술 작가, 스티븐 존슨. 그는 《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에서 생명의 탄생, 다윈의 진화론, 포도주의 역사 등의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혁신의 원천과 창의적 사고의 방법론을 알려준다.
과연 생명의 탄생, 생명체의 비밀에서 찾을 수 있는 아이디어 혁신의 원천은 무엇일까.
생명체의 기본은 탄소다. 재미있는 것은 인체의 거의 20%를 이루고 있는 탄소원자가 지각의 전체 구성요소의 0.03%밖에 차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런데 ‘탄소를 기초로 한 생명체’라는 말은 중복되는 표현이다. 생명은 탄소원자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대부분의 우주생물학자들은 만일 외계생명체가 존재한다는 확실한 증거를 찾아낸다면 그 생명체가 화성에 있든 어딘가 먼 은하에 있든 역시 탄소에 기반을 둘 것이라 믿는다.
그런데 어째서 우리는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데 있어 탄소의 결정적 역할을 그렇게 확신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탄소원자 자체의 핵심적 특성과 관련이 있다.
탄소원자의 맨 바깥쪽 껍질에는 원자가전자(原子價電子) 4개가 있으며 그 덕분에 탄소는 다른 원자들과 ‘연결’을 맺는 데 특별히 뛰어난 능력을 보인다. 그중에서도 수소, 질소, 산소, 인, 황 등의 원자는 특히 다른 탄소원자들과 연결을 잘 맺는다. 그런데 이 6개의 원자들이 지구의 모든 생명체의 건조 중량의 99%를 차지한다.
인체에, 생명체에 탄소가 그렇게 많이 들어 있다는 사실은 탄소원자의 독특한 특성인 결합 능력을 보여준다. 즉 탄소는 ‘연결 장치’다. 탄소의 연결 능력이 생물 발생 이전의 지구로 하여금 엄청나게 많은 수의 안정된 화학반응을 찾아냈으며, 그것이 최초의 유기체로 꽃을 피웠다. 그와 같은 탄소의 연결성이 없었다면 지구는 아마도 생명체는 없고 여러 가지 원소들만 섞여 있는 수프 같은 곳, 즉 죽어 있는 행성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생명을 만들어낸 힘, 연결의 힘을 제대로 이용하는 비즈니스가 있을까. 길게 생각할 필요도 없이 세상을 바꾼 연결은 바로 인터넷 웹이다. 웹은 역사상 그 어떤 통신기술보다도 훨씬 더 빠르게 연결을 탐구해왔다. 1994년 초에 웹은 글자들로 이뤄진 페이지가 하이퍼링크로 연결된 모습이었다. 즉 텍스트만으로 이루어진 매체였다. 그러나 몇 년 만에 그 연결 가능성의 공간이 무한히 확장되기 시작했다. 웹은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는 매체가 돼 쇼핑몰이 됐고 경매장이 됐고 카지노가 됐다.
곧 웹은 진정한 쌍방향 연결매체가 돼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는 것만큼 자신의 글을 써서 올리는 일도 쉬워졌다. 그래서 그때까지 이 세상에 존재한 적 없었던 형태가 탄생했다. 사용자가 직접 만드는 백과사전과 블로그, 소셜네트워크 등이 그것이다.
지금 우리가 보는 인터넷 사업들, 검색엔진,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는 모두 이 연결의 힘을 이용하는 것이다. 새로운 비즈니스를 하고 싶은가. 아니 비즈니스를 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생명의 힘, ‘연결’ 사고를 가져야 한다.
아이디어를 내는 데도 연결의 힘이 중요하다. 저자는 1990년대에 케빈 던바 맥길대 교수가 4곳의 분자생물학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을 관찰했을 때 발견한 점을 들려주면서 혁신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알려준다.
분자생물학 같은 과학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이미지는 과학자가 실험실에서 혼자 고개를 숙이고 현미경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중요한 발견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던바의 연구는 그렇게 혼자서 위대한 발견을 하는 일이 아주 드물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대신 대부분의 중요한 아이디어는 10명 남짓의 학자들이 모여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최신 연구결과에 대해 이야기하는 정기적인 실험실 모임에서 나왔다. 던바가 만든 아이디어 형성 지도를 보면 혁신의 시작 지점은 현미경이 아니라 회의 탁자였다는 것이다.
던바는 실험실에서 대화를 나누는 중에 지속적으로 중요한 발견으로 이어지는 상호작용을 밝혀냈다. 동료들에게 질문을 받으면 자신이 행하는 실험을 다른 차원에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에 문제점을 새로운 맥락에서 보는 데 도움을 줬다. 아무리 첨단 기술을 갖춘 선구적인 분자생물학 실험실이 있어도 좋은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가장 생산적인 수단은 사람들이 탁자에 둘러앉아 대화하는 것이다. 재미있지 않은가.
좋은 아이디어는 자유로움이 아니라 연결, 융합, 재결합을 필요로 한다. 개념적인 경계를 가로지르면서 재발명되는 것이다. 훌륭한 아이디어는 경쟁할수록 완성도가 더 높아진다. 아이디어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연결함으로써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회의 테이블, 즉 서로가 ‘연결’된 곳에서 아이디어가 터져 나온다. 혼자서 고립돼 골몰하던 것을 잠시 멈추고 사람들을 찾아 떠나라. ‘연결’의 힘을 찾아라. 이것이 과학저술 작가 스티븐 존슨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탁월한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방법이다.
서진영 < 자의누리경영연구원장 >
과연 생명의 탄생, 생명체의 비밀에서 찾을 수 있는 아이디어 혁신의 원천은 무엇일까.
생명체의 기본은 탄소다. 재미있는 것은 인체의 거의 20%를 이루고 있는 탄소원자가 지각의 전체 구성요소의 0.03%밖에 차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런데 ‘탄소를 기초로 한 생명체’라는 말은 중복되는 표현이다. 생명은 탄소원자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대부분의 우주생물학자들은 만일 외계생명체가 존재한다는 확실한 증거를 찾아낸다면 그 생명체가 화성에 있든 어딘가 먼 은하에 있든 역시 탄소에 기반을 둘 것이라 믿는다.
그런데 어째서 우리는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데 있어 탄소의 결정적 역할을 그렇게 확신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탄소원자 자체의 핵심적 특성과 관련이 있다.
탄소원자의 맨 바깥쪽 껍질에는 원자가전자(原子價電子) 4개가 있으며 그 덕분에 탄소는 다른 원자들과 ‘연결’을 맺는 데 특별히 뛰어난 능력을 보인다. 그중에서도 수소, 질소, 산소, 인, 황 등의 원자는 특히 다른 탄소원자들과 연결을 잘 맺는다. 그런데 이 6개의 원자들이 지구의 모든 생명체의 건조 중량의 99%를 차지한다.
인체에, 생명체에 탄소가 그렇게 많이 들어 있다는 사실은 탄소원자의 독특한 특성인 결합 능력을 보여준다. 즉 탄소는 ‘연결 장치’다. 탄소의 연결 능력이 생물 발생 이전의 지구로 하여금 엄청나게 많은 수의 안정된 화학반응을 찾아냈으며, 그것이 최초의 유기체로 꽃을 피웠다. 그와 같은 탄소의 연결성이 없었다면 지구는 아마도 생명체는 없고 여러 가지 원소들만 섞여 있는 수프 같은 곳, 즉 죽어 있는 행성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생명을 만들어낸 힘, 연결의 힘을 제대로 이용하는 비즈니스가 있을까. 길게 생각할 필요도 없이 세상을 바꾼 연결은 바로 인터넷 웹이다. 웹은 역사상 그 어떤 통신기술보다도 훨씬 더 빠르게 연결을 탐구해왔다. 1994년 초에 웹은 글자들로 이뤄진 페이지가 하이퍼링크로 연결된 모습이었다. 즉 텍스트만으로 이루어진 매체였다. 그러나 몇 년 만에 그 연결 가능성의 공간이 무한히 확장되기 시작했다. 웹은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는 매체가 돼 쇼핑몰이 됐고 경매장이 됐고 카지노가 됐다.
곧 웹은 진정한 쌍방향 연결매체가 돼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는 것만큼 자신의 글을 써서 올리는 일도 쉬워졌다. 그래서 그때까지 이 세상에 존재한 적 없었던 형태가 탄생했다. 사용자가 직접 만드는 백과사전과 블로그, 소셜네트워크 등이 그것이다.
지금 우리가 보는 인터넷 사업들, 검색엔진,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는 모두 이 연결의 힘을 이용하는 것이다. 새로운 비즈니스를 하고 싶은가. 아니 비즈니스를 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생명의 힘, ‘연결’ 사고를 가져야 한다.
아이디어를 내는 데도 연결의 힘이 중요하다. 저자는 1990년대에 케빈 던바 맥길대 교수가 4곳의 분자생물학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을 관찰했을 때 발견한 점을 들려주면서 혁신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알려준다.
분자생물학 같은 과학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이미지는 과학자가 실험실에서 혼자 고개를 숙이고 현미경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중요한 발견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던바의 연구는 그렇게 혼자서 위대한 발견을 하는 일이 아주 드물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대신 대부분의 중요한 아이디어는 10명 남짓의 학자들이 모여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최신 연구결과에 대해 이야기하는 정기적인 실험실 모임에서 나왔다. 던바가 만든 아이디어 형성 지도를 보면 혁신의 시작 지점은 현미경이 아니라 회의 탁자였다는 것이다.
던바는 실험실에서 대화를 나누는 중에 지속적으로 중요한 발견으로 이어지는 상호작용을 밝혀냈다. 동료들에게 질문을 받으면 자신이 행하는 실험을 다른 차원에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에 문제점을 새로운 맥락에서 보는 데 도움을 줬다. 아무리 첨단 기술을 갖춘 선구적인 분자생물학 실험실이 있어도 좋은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가장 생산적인 수단은 사람들이 탁자에 둘러앉아 대화하는 것이다. 재미있지 않은가.
좋은 아이디어는 자유로움이 아니라 연결, 융합, 재결합을 필요로 한다. 개념적인 경계를 가로지르면서 재발명되는 것이다. 훌륭한 아이디어는 경쟁할수록 완성도가 더 높아진다. 아이디어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연결함으로써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회의 테이블, 즉 서로가 ‘연결’된 곳에서 아이디어가 터져 나온다. 혼자서 고립돼 골몰하던 것을 잠시 멈추고 사람들을 찾아 떠나라. ‘연결’의 힘을 찾아라. 이것이 과학저술 작가 스티븐 존슨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탁월한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방법이다.
서진영 < 자의누리경영연구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