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벤처기업을 발굴해 직접 투자하는 상품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갈 생각입니다.”

30년 동안 과학기술계에 몸담고 있다가 과학기술인들의 종잣돈을 불려주는 과학기술인공제회 사령탑에 오른 김영식 이사장(56·사진)은 15일 “기업이 가진 기술을 제대로 평가해 투자로 연결시키는 안목을 기르라고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기존 부동산 중심 투자를 넘어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취임 3개월을 맞은 김 이사장은 “유망한 기술을 가진 기업 2~3개를 대상으로 각각 10억~20억원 단위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해당 기술로 만든 제품 매출이 일정 수준 발생하면 이후 3~5년 동안은 러닝 로열티를 받고, 이후 원금을 상환받을 구조”라고 말했다. 내년 설립 10년째를 맞는 공제회로서는 첫 사업모델이다.

얼핏 보면 기술보증기금의 ‘기술평가대출’과 유사한 면이 있지만 규모와 내용 면에서 다르다. 지난해 기보의 기술평가대출은 1917건 이뤄졌지만 대체로 1억원 내외의 대출에 그쳤다. 김 이사장은 “기술보다는 주로 재무상태에 근거한 단기 대출에 그치는 기보 방식과는 다르다”며 “좋은 싹이 잘 자라도록 아낌없이 물을 주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1조원을 돌파한 공제회의 자산 규모는 지난달 말 기준 1조3978억원. 주 사업 형태는 과학기술인연금(4328억원)·적립형공제급여(적금, 2644억원)·목돈급여(정기예금, 3845억원) 등 3개다. 정부출연연구기관, 특정연구기관(KAIST, 원자력안전기술원 등), 기업부설연구소 등 250여개 회원기관에 소속된 2만8000여명으로부터 회원금(약 1조원) 및 정부출연금 1500억여원 등을 받아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기준 투자 형태는 주식, 채권, 대체투자가 8%, 23%, 64% 정도다. 김 이사장은 나머지 5%인 ‘투자대기자금’을 우수기술 보유기업에 대한 투자재원으로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년에는 기술력 있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정식으로 대체투자 항목에 편입할 예정”이라며 “(이 사업이) 생소한 직원들에게 ‘내 사재를 털어서라도 책임질테니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독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이사장은 “대체투자는 부동산 중에서도 업무용 빌딩 위주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재무적투자자로 몇 군데 참여하고 있고, 주식은 주로 내재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주식을 우선 발굴해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공제회의 적립형공제급여와 목돈급여 수익률은 1년 만기 기준 연 5~6%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고부가가치 기술이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사업화 단계에서 금융지식 및 전문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1981년 과학기술처 사무관으로 공직에 입문한 이후 교육과학기술부 원자력국장, 과학기술정책실장, 국립중앙과학관장 등을 역임했고 이사장 부임 전에는 차의과학대 교학부총장을 지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