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가족…삼성 '외국인 직원 부인회' 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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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한국서 근무 외국인 삼성직원 1200명
가정 편해야 일도 잘해
부인회 담당 직원 2명 배치…버스환승 등 실생활 지원
구내식당은 '글로벌 뷔페'
적응 못해 떠나지않게…60개국 출신 외국인 배려
가정 편해야 일도 잘해
부인회 담당 직원 2명 배치…버스환승 등 실생활 지원
구내식당은 '글로벌 뷔페'
적응 못해 떠나지않게…60개국 출신 외국인 배려
“한국에 와 이렇게 많은 외국인을 한꺼번에 본 건 처음입니다. 새 친구들을 만날 수 있게 돼 정말 기뻐요.”(34ㆍ양홍ㆍ중국)
“남편은 동료들이 있지만 저는 없어서 외로웠어요. 이런 자리를 마련해 준 삼성전자가 정말 고맙습니다.”(35ㆍ마리아 크로코ㆍ스페인)
지난 14일 경기 수원 라마다프라자호텔에서 열린 ‘SISS(삼성전자 외국인 임직원 부인회)창단식’에서는 외국인 부인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삼성전자로 나가는 출구를 찾지 못하고 헤맨 에피소드를 발표할 때는 다들 공감하며 웃었다. 인도에서 온 부인들은 전통춤을 춰 박수를 받았다. 공식행사가 끝난 후에도 참석자들은 어떤 TV요금제가 좋은지, 버스환승은 어떻게 하는지, 아이가 아플 땐 어떤 병원에 가야하는지 등 실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나누기에 바빴다. SISS는 삼성전자가 외국인 임직원 부인들의 한국 정착을 돕기 위해 만든 모임이다.
○외국인 직원 가족도 삼성 가족
글로벌 기업답게 한국에서 일하는 삼성전자의 외국인 임직원은 크게 늘고 있다. 2002년 200명이었던 외국인 임직원은 2005년 600명, 올해 1200명을 넘어 10년 새 6배로 급증했다.
외국인 임직원을 따라 한국에 들어온 가족들도 덩달아 늘었다. 어렵게 영입해온 핵심 인재가 부인이나 가족들이 ‘타국살이’에 안착하지 못해 다시 돌아가는 일도 생겼다.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팀에서 일하는 남편 제롬 크로코 씨와 함께 지난 7월 한국에 온 마리아 크로코 씨(SISS 회장)는 “남편을 따라 유럽, 미국 등 여러 나라를 다녔지만 한국처럼 적응이 힘든 곳은 처음”이라며 “한국어를 못 하면 밖에 나가거나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을 태워주는 택시가 없어 아이와 여러 번 쫓겨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가 외국인 임직원 부인들을 네트워크로 묶어 또 다른 삼성 가족으로 만들고 한국 생활도 돕기로 결정한 이유다.
이재일 삼성전자 인재개발센터장(상무)은 “외국인 임직원들이 한국 생활과 회사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배우자들의 안정적인 정착이 중요하다”며 “생활환경이 바뀌면서 겪는 어려움이 많겠지만 부인회가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인회는 회장, 부회장을 포함한 9명으로 구성된 자치회가 운영한다. 자치회 임원들은 360명의 회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원하는 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양홍 SISS 부회장은 “부인들이 원하는 취미활동을 조사해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짤 것”이라며 “각국의 요리나 전통춤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영순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인사팀 부장은 “부인회를 담당하는 직원을 2명 배치했다”며 “활동에 필요한 경비, 장소, 교통 등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내 게시물도 영어로
외국인 직원들의 출신 국가도 다양해지고 있다. 2002년 러시아 출신 엔지니어들이 30~40%를 차지했다. 지금은 인도, 러시아, 중국, 스위스, 벨기에, 방글라데시, 핀란드, 프랑스, 독일, 우즈베키스탄 등 60개국 출신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외국인 직원들이 빠르게 정착하고 성과를 낼수 있도록 각종 지원책도 마련했다. 글로벌 헬프데스크를 운영해 한국에 들어오기 전 비자 신청부터 교육, 은행 업무, 관광 등 생활에 필요한 통역을 지원한다. 구내 식당에선 한식뿐 아니라 샌드위치, 빵, 스프 등 양식과 베지테리안 메뉴를 제공한다. 러시아, 중국, 일본 음식 등 글로벌 뷔페도 운영하고 있다. 사내 게시물은 한국어와 영어를 함께 쓰고 있다.
회사에 들어올 때 연봉계약은 외국인 임직원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정해진다. 선진국 출신은 해당국의 연봉체계를 따르고 중국, 인도 등에서 온 개발자들은 중국, 인도 수준이 아닌 한국 직원만큼 연봉을 주는 식이다.
원기찬 삼성전자 인사팀장(부사장)은 “한국 사회에 적응을 못해 떠나려는 직원들이 많았다”며 “핵심인력을 데려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계속 삼성에서 일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남편은 동료들이 있지만 저는 없어서 외로웠어요. 이런 자리를 마련해 준 삼성전자가 정말 고맙습니다.”(35ㆍ마리아 크로코ㆍ스페인)
지난 14일 경기 수원 라마다프라자호텔에서 열린 ‘SISS(삼성전자 외국인 임직원 부인회)창단식’에서는 외국인 부인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삼성전자로 나가는 출구를 찾지 못하고 헤맨 에피소드를 발표할 때는 다들 공감하며 웃었다. 인도에서 온 부인들은 전통춤을 춰 박수를 받았다. 공식행사가 끝난 후에도 참석자들은 어떤 TV요금제가 좋은지, 버스환승은 어떻게 하는지, 아이가 아플 땐 어떤 병원에 가야하는지 등 실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나누기에 바빴다. SISS는 삼성전자가 외국인 임직원 부인들의 한국 정착을 돕기 위해 만든 모임이다.
○외국인 직원 가족도 삼성 가족
글로벌 기업답게 한국에서 일하는 삼성전자의 외국인 임직원은 크게 늘고 있다. 2002년 200명이었던 외국인 임직원은 2005년 600명, 올해 1200명을 넘어 10년 새 6배로 급증했다.
외국인 임직원을 따라 한국에 들어온 가족들도 덩달아 늘었다. 어렵게 영입해온 핵심 인재가 부인이나 가족들이 ‘타국살이’에 안착하지 못해 다시 돌아가는 일도 생겼다.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팀에서 일하는 남편 제롬 크로코 씨와 함께 지난 7월 한국에 온 마리아 크로코 씨(SISS 회장)는 “남편을 따라 유럽, 미국 등 여러 나라를 다녔지만 한국처럼 적응이 힘든 곳은 처음”이라며 “한국어를 못 하면 밖에 나가거나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을 태워주는 택시가 없어 아이와 여러 번 쫓겨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가 외국인 임직원 부인들을 네트워크로 묶어 또 다른 삼성 가족으로 만들고 한국 생활도 돕기로 결정한 이유다.
이재일 삼성전자 인재개발센터장(상무)은 “외국인 임직원들이 한국 생활과 회사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배우자들의 안정적인 정착이 중요하다”며 “생활환경이 바뀌면서 겪는 어려움이 많겠지만 부인회가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인회는 회장, 부회장을 포함한 9명으로 구성된 자치회가 운영한다. 자치회 임원들은 360명의 회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원하는 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양홍 SISS 부회장은 “부인들이 원하는 취미활동을 조사해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짤 것”이라며 “각국의 요리나 전통춤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영순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인사팀 부장은 “부인회를 담당하는 직원을 2명 배치했다”며 “활동에 필요한 경비, 장소, 교통 등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내 게시물도 영어로
외국인 직원들의 출신 국가도 다양해지고 있다. 2002년 러시아 출신 엔지니어들이 30~40%를 차지했다. 지금은 인도, 러시아, 중국, 스위스, 벨기에, 방글라데시, 핀란드, 프랑스, 독일, 우즈베키스탄 등 60개국 출신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외국인 직원들이 빠르게 정착하고 성과를 낼수 있도록 각종 지원책도 마련했다. 글로벌 헬프데스크를 운영해 한국에 들어오기 전 비자 신청부터 교육, 은행 업무, 관광 등 생활에 필요한 통역을 지원한다. 구내 식당에선 한식뿐 아니라 샌드위치, 빵, 스프 등 양식과 베지테리안 메뉴를 제공한다. 러시아, 중국, 일본 음식 등 글로벌 뷔페도 운영하고 있다. 사내 게시물은 한국어와 영어를 함께 쓰고 있다.
회사에 들어올 때 연봉계약은 외국인 임직원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정해진다. 선진국 출신은 해당국의 연봉체계를 따르고 중국, 인도 등에서 온 개발자들은 중국, 인도 수준이 아닌 한국 직원만큼 연봉을 주는 식이다.
원기찬 삼성전자 인사팀장(부사장)은 “한국 사회에 적응을 못해 떠나려는 직원들이 많았다”며 “핵심인력을 데려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계속 삼성에서 일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