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히든챔피언 220곳이 나온 힘은 창의력으로 무장한 괴짜 같은 인재들에게서 나왔습니다. 한국이 일본을 뛰어 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이 손을 잡고 세계화에 걸맞은 글로벌 인재를 대폭 양성하는 데 주력해야 합니다.”

스테판 리퍼트 미국 템플대 국제경영학과 교수는 15일 서울 신촌동 연세대에서 열린 ‘세계 경제를 이끌 한·중·일의 히든챔피언 콘퍼런스’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이 콘퍼런스는 세 나라 히든챔피언 간 차이점과 한계, 지향점을 비교· 분석하기 위한 행사로 연세대 경영대와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하고 BMW코리아 미래재단이 후원했다. 리퍼트 교수는 미국 컨설팅업체 맥킨지에서 독일 일본 스웨덴 자동차기업들의 투자 상담을 도맡아 하던 컨설팅 전문가다.

이어 “국제 비즈니스를 위한 인재가 부족한 건 일본 히든챔피언의 한계”라며 “미국에서 공부하는 한국 유학생들이 7만3000명으로 일본보다 5배 이상 많다는데 이런 숨겨진 글로벌 인재들을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양성해 나가면 10년 안에는 한국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숨은 강소기업을 일본보다 많이 창조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헤르만 지몬 독일 지몬쿠처앤파트너스 회장은 “기술 내재화와 함께 대기업을 뛰어넘는 글로벌화가 히든챔피언 양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유엔 가입국보다 많은 해외 마케팅 자회사를 만들어 나가며 기업 스스로 시장을 넓혀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히든챔피언들은 가격이 아닌 제품 가치에 두고있기 때문에 모방이나 베끼기보다는 뛰어난 내부인재 육성을 통한 기술혁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지몬 회장은 ‘히든챔피언’이라는 책을 통해 전 세계에 글로벌 강소기업을 소개한 세계적인 중소기업 전략 마케팅 분야 권위자다.

뎅디 중국 지난대 경영대 학장은 “중국의 히든챔피언들은 기존 독일 일본과 달리 경영자의 사업방침이 매우 야심차고 진보적”이라며 “이런 공격적인 경영방침은 한 분야에만 집중하는 독일식 강소기업 경영방침에서 벗어나 사업 다각화를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장우 경북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한국의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의 부품기업으로 움직여왔지만 숨겨진 기업들이 연구·개발과 독자적인 사업영역을 확대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날 행사에는 국내외 히든챔피언 전문가와 학계, 기업인 20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를 주최한 박상용 연세대 경영대 학장은 “수출 지향적 산업구조를 가진 일본과 중국의 장단점을 분석해 한국의 히든챔피언 육성 패러다임에 대한 지식을 기업인과 산업계 모두가 공유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