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기대했던 ‘파격’은 없었다. 15일 출범한 중국 공산당 18기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시진핑(習近平) 총서기와 리커창(李克强) 부총리를 제외하면 전원이 17기 정치국원 중에서 연장자 순으로 채워졌다. 여성인 류옌둥(劉延東) 국무위원이 상무위원회에 진입하지 못한 것이 유일한 예외다. 태자당 상하이방 공산주의청년단파(공청단) 등 당내 각 계파가 권력을 분점한 형태여서 당분간 과감한 개혁 등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철저한 계파별 안배로 선출

새로 선출된 상무위원회는 외견상 장쩌민 전 주석이 이끄는 상하이방 3명, 태자당 2명 그리고 후진타오(胡錦濤) 국가 주석의 공청단파 2명 등 계파별 안배가 지켜졌다. 시진핑 총서기와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위 서기는 태자당이고, 장더장(張德江) 충칭시 서기, 위정성(兪正聲) 상하이시 서기, 장가오리(張高麗) 톈진시 서기는 상하이방이다. 리커창 부총리와 류윈산(劉雲山) 당 선전부장은 공청단으로 분류된다. 전문가들은 계파별 안배가 지켜진 만큼 이번 지도부는 집단지도체제 성격이 더욱 짙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새 지도부는 또 17기 지도부와 달리 사회과학 인문학 전공자들이 많다. 17기의 경우 9명의 상무위원 중 리 부총리를 제외하고 모두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였다. 그러나 18기에는 칭화대 화학공정과를 졸업한 시 총서기와 하얼빈군사공대를 나온 위정성을 제외하고는 모두 경제학도나 법학도 등 인문사회계 출신들이다. 이런 흐름은 중국이 개발시대를 지나 안정적 관리시대로 넘어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새 지도부는 또 대부분 지방에서 경력을 쌓았고 풍부한 현장 경험을 갖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10대 시절 문화대혁명이라는 대혼란을 경험했기 때문에 앞선 지도자들보다는 교조적인 공산주의적 색채가 엷다. 그래서 전임자들에 비해서는 실용적인 정책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과의 궁합도 괜찮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상무위원 7명이 모두 한국을 방문한 경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통으로 알려진 장더장은 평양 사투리를 쓸 수 있을 정도다.

○보수주의 색채 강해 개혁 한계

시진핑호가 추진할 개혁의 방향은 크게 세 가지다. 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도입하는 정치개혁과 관료부패를 일소하는 사회개혁, 분배구조를 개선하는 경제개혁이 대표적인 과제로 꼽힌다. 하지만 초반부터 적극적인 개혁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BBC 등 외신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상무위원 상당수가 보수적인 인사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7명 상무위원의 평균 나이는 63.5세다. 2002년 16대 정치국위원들의 당시 평균 나이(62.1세)보다 한 살 이상 많다.

면면을 살펴봐도 장더장 장가오리 위정성 류윈산 등 보수적인 인사들이 많다. 류윈산 차기 국가부주석은 ‘붉은 수구파’로 불릴 정도로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인물이다. 톈안먼 무력진압에 반대해 실각한 자오쯔양(趙紫陽) 전 공산당 총서기의 측근인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현 지도부에서 중용됐던 것과 대비된다. 개혁 성향이 강한 왕양(汪洋) 광둥성 서기는 당초 상무위원 진입이 예상됐지만 결국 고배를 마셨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보수적 색채가 짙은 상무위원 구성은 당 지도부가 민주적인 개혁을 추진할 의도가 없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 총서기가 중앙군사위 주석직까지 넘겨받으며 후 주석에 비해 훨씬 강한 권력을 갖고 출발하게 됐지만 여전히 원로정치에서 자유롭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모든 공직에서 물러난 지 8년이 넘은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은 지난 8월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서 특유의 큰 목소리로 좌중을 압도하며 상하이방이 최대 계파를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5년 뒤 19차 당대회에서는 공청단 계열이 대거 상무위원에 발탁될 가능성이 높아 집권 후반에는 후 주석의 입김이 세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리커창 차기 총리와 시 총서기와의 관계도 관심이다. 계파가 없는 실무형 총리였던 원자바오 총리와 달리 리커창은 공산당 최대 계파인 공청단의 핵심 인물이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노경목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