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 회사에 다니던 로빈 펠드는 한계 기업을 사들여 흑자로 만든 뒤 다시 매각하는 회사를 세워 독립했다, 하지만 의욕과는 달리 마땅한 기업을 찾는 게 쉽지 않았고 자본은 점점 고갈돼갔다. 그는 거의 1년 만에 파산 직전이던 기업 ‘필로팩스’를 헐값에 인수했다. 그리고 2년 동안 이 회사를 180도 바꿔놓은 뒤 다시 매각했다. 이때 챙긴 이익은 투자금의 7배다. 그는 기업회생 전문가로 이름을 날리게 됐다.

그가 필로팩스를 알게된 건 ‘낯선 사람’ 덕분이었다. 이름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얕게 알고 있던 스코틀랜드 회계사를 통해 ‘민텔’의 매각 소문을 들었고, 이후 민텔의 전 소유주 피터 크라우샤르를 소개받았다. 피터는 당시 민텔의 컨설팅을 맡고 있던 스티브 소하미를 소개했고, 소하미는 다시 자신의 고객 중 한 사람인 필로팩스의 회장 데이비드 콜리숀과의 만남을 주선했다.

밀리언셀러 《80/20 법칙》의 저자 리처드 코치와 네트워크 이론가 그렉 록우드는 신간 《낯선 사람 효과》에서 위의 사례처럼 약하게 연결된 ‘낯선 사람’들이 사실은 우리 삶에 중요한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한다. 지극히 가능성이 낮은 사건들과 낯선 사람이 서로 얽히면서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인맥에 관한 단순한 자기계발서라기보다는 세상의 네트워크가 어떻게 형성돼 있는지를 과학적으로 들여다본다. ‘네트워크 과학’을 대중적으로 풀어냈다.

저자는 네트워크가 세 가지 중요한 요소들로 이뤄져 있다고 말한다. 개인 및 그룹을 이어주는 두 가지 형태인 ‘강한 연결’과 ‘약한 연결’ 그리고 우리가 참여하는 그룹인 ‘허브’다. 강한 연결은 가족이나 친구 등 각별하고 친밀한 사람들과 이어진 전통적 방식이다. 개인의 심리적 행복을 위해 필수적이지만 이 관계에만 몰두할 경우 정보의 흐름에서 소외되고 삶을 바꿀 여러 기회를 놓칠 위험이 크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서로 얼굴만 알고 지내는 정도의 약한 연결 관계의 중요성이다. 이들은 내가 속한 허브와는 다른 곳에서 내가 모르는 정보를 얻고 있다. 말하자면 멀리 떨어진 각각의 허브를 연결시켜주는 링크가 바로 이런 약한 관계들이다. 이를 통해 나의 가능성은 높아진다.

27년 전 미국 서부의 LA에서 알고 지내던 사람을 동부 매사추세츠에서 만나 일자리를 소개받은 ‘데이비드 M’이란 사람의 사례는 약한 연결을 풍부하게 갖고 있는 사람이 얻을 수 있는 높은 기회의 가능성을 잘 설명해준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