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유엔환경계획(UNEP) 국제환경기술센터의 자문회의에 다녀왔다. 이 센터는 개발도상국에 환경기술을 보급해 세계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자 1991년에 만들어졌다. 올해는 리우정상회의와 녹색기후기금 설치 등 국제적 환경 이슈가 많았던 덕분에 이곳에서도 논의가 활발했다.

필자도 환경 공무원으로 일하던 시기에 우리 환경정책을 수립하면서 UNEP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서 조언을 받고 환경기술을 전수받은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바뀌어 기술자문을 위해 회의에 참석하게 됐으니 감회가 새롭다.

이번 회의에서 가장 많이 논의된 것은 환경기술 확산을 위한 재정을 확보하는 문제였다. 경제위기 심화로 선진국들의 주머니가 얼어붙어 환경기술 확산에 쓸 자금이 점점 줄어가고 있다. 그러면 뚜렷한 대책이 없는 개발도상국과 저개발 국가들은 당장의 이익에 매달려 환경 파괴에 내몰릴 것이다.

각 대륙의 정부 대표와 국제 환경 전문가인 자문위원들은 모두 이런 위기에 대해 우려하고 있었다. 나는 이에 대한 해법으로 각 분야의 선도 기술을 보유한 나라들이 멘토가 돼 기술 확산과 기술력 배양을 위한 교육에 앞장서자고 제안했다. 교육을 병행한 기술 확산을 통해 낙후된 국가의 기술 자생력을 키우자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비슷한 경험을 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땅에 세계 11위의 경제 강국을 일궈내는 과정에서 직접 겪은 일이다. 우리는 산업화 과정에서 심각한 환경오염을 경험했지만, 성공적으로 환경 문제를 극복했다. 선진국의 도움을 받아 우리 스스로 환경기술 연구에 주력할 수 있었던 것이 원동력이었다.

최근에는 우리 주변에서도 재능 나눔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소외된 지역의 아이들을 위해 강연을 하거나, 공부방이나 야학 같은 곳에서의 교육 기부, 시골마을을 찾아가는 문화 공연단 등의 활동들이 모두 여기에 속한다. 개인이 보유한 재능을 나누는 것이므로, 참여가 쉽고 성취도도 높으며 확산 속도도 빠르고 성과도 좋다.

재능 나눔을 국가 간 환경기술 전수에도 적용해보면 어떨까? 가뭄이 심한 국가에 필요한 것은 돈과 생수병만이 아니다. 일회성 지원에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한 생명력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우물을 파고 오염된 물을 정화하는 기술, 그리고 그것을 활용할 교육이 필요하다. 자금이 없다고 손 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기술 선진국들이 분야별로 필요한 기술을 내놓고 그 분야의 교육을 맡는다. 이런 환경 재능 나눔이 경제 위기 속에서 환경과 삶을 지키는 솔로몬의 지혜가 아닐까.

지난해에 사랑의 열매 모금액은 9%가 늘었다고 한다. 경기는 계속 불황인데도 기부 지갑이 늘어났다는 소식에 마음 한편이 든든해진다. 이런 나눔이 추운 겨울을 견디는 힘이 되듯이, 우리와 선진국의 환경 재능 나눔이 저개발 국가들의 안전과 성장을 뒷받침하기를 기대해본다.

윤승준 <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yoonsj@keiti.r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