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

1993년 이건희 삼성 그룹회장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삼성그룹 사장단을 모아놓고 한 말이다.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삼성의 혁신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발언이다.

삼성의 대개혁이 시작된 이 해에 이 회장은 프랑크푸르트에서 한 일본 연구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개혁을 도와달라"는 것이 통화의 요지였다.

당시 이 연구원이 맡고 있던 업무는 컴퓨터를 통한 설계 및 제조 작업인 CAD와 CAM. 지금이야 여러 산업 분야에서 활발하게 사용되는 기술이지만 당시에는 삼성 조차 도입하기 어려운 기술이었다.

이 연구원은 전화를 받은 다음해인 1994년 삼성에 발을 들였다. 이후 10년간 삼성전자가 일본의 7대 기업을 따돌리는 현장을 생생하게 지켜봤다. 연구원의 이름은 요시카와 료조. 삼성전자의 상무로 개발 혁신 업무를 추진한 인물이다.

그의 저서 '삼성의 결정은 왜 세계에서 제일 빠른가'는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기에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 배경과 성공 요인을 깊게 연구했다.

저자는 삼성이 디지털 시대의 선두주자가 된 요인으로 '빠른 의사결정'을 꼽았다. 누구보다 빨리 결정을 내린 뒤 실행에 옮긴 것이 삼성의 비결이라는 것.

일례로 현재 액정TV의 백라이트에 쓰이는 발광다이오드(LED)를 들었다. 소니가 개발한 기술이지만 소니는 당시 백라이트를 사용하면 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에 팔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사업을 망설였다. 그 사이 삼성은 신속하게 상품으로 만들어 내놓았고 일본은 이 분야에서 뒤처졌다.

저자는 일본 기업들이 삼성에게서 무엇을 배워와야 하는지를 제시한다. 이를 통해 최근의 일본인들이 삼성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 지 알 수 있다.

'삼성의 결정은 왜 세계에서 제일 빠른가<중앙경제평론사 출간>' 요시카와 료조 지음. 국판 168쪽,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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