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이 최근 4분기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원화 강세와 수요 감소 등이 실적 발목을 잡고 있어 주요 철강사들의 추가적인 실적 전망치 하향과 투자심리 위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최근 열린 기관투자자 대상 설명회에서 4분기 영업이익 가이던스(전망치)를 2000억원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현대제철의 4분기 영업이익이 3분기(2304억원)와 유사하거나 다소 개선될 것으로 점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원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수출 마진이 줄었고, 예상 대비 제품가격 인하폭이 원가하락 수준보다 크게 나타나 마진 스프레드가 추가적으로 축소됐다는 분석이다.

철근 가격이 4분기에 추가적으로 하락하고 판재류의 경우 9월부터 급락한 내수 가격이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철근에 이은 미니밀 감산에 따른 출하량 감소 역시 실적에 부담 요인으로 꼽혔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현대제철의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2456억원이다. 직전 분기 대비 6%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4분기 영업이익을 2000억원으로 가정할 경우, 영업이익은 직전 분기 및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 33%씩 감소하게 된다.

김정욱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수요 감소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니밀 감산이 이뤄져 출하량 감소가 실적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4분기 실적이 3분기보다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이란 캡티브마켓(그룹 내부시장)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제철마저 4분기 실적 기대가 꺾이면서 철강사들의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현대제철이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당시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827억원이었으나 현재는 2457억원으로 13% 줄어든 상태다. 포스코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도 지난달부터 이달 15일까지 18.4% 급감해 현재 1조81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실적 부진 전망이 주가에 상당 부분 기반영된 상태라는 점에서 철강주의 추가적인 하락폭은 제한적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최근 철강주가 약세를 이어가면서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이 낮아진 상황이고, 주요 제품 스프레드가 11월을 바닥으로 점차 회복세를 나타낼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또한 중국 철강 제품 가격도 반등세를 보여 철강주들이 내년 초에는 좀 더 개선된 흐름을 보일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박기현 동양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대제철과 포스코의 분기실적 바닥이 올 4분기로 추정되는 만큼, 이후 실적 쇼크로 인한 주가 약세를 매도 보다는 매수 기회로 삼는 전략이 유리하다"며 "포스코와 현대제철 모두 주가순자산비율(PBR) 0.7배 이하로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