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새로운 10년] "특권 누려온 태자당 출신 시진핑…힘 커져도 개혁엔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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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호 출범 (下) 전문가가 보는 시진핑호
마오위쓰 톈저경제연구소 명예이사장
후진타오 시대 10년은
사법부 위엄·인권 약해져…군부 등 권력 되레 강화
시진핑 경제 운용은
고성장보다 질적 성장 주력…재정 압박 등 더 심해져야 국유기업 민영화 가능
마오위쓰 톈저경제연구소 명예이사장
후진타오 시대 10년은
사법부 위엄·인권 약해져…군부 등 권력 되레 강화
시진핑 경제 운용은
고성장보다 질적 성장 주력…재정 압박 등 더 심해져야 국유기업 민영화 가능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이끄는 5세대 지도부 출범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그들이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하면서 부정부패 척결, 빈부격차 해소, 정치민주화 추진 등의 개혁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을지에 대해 서방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 학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중국의 재야 원로학자인 마오위쓰(茅于軾) 톈저(天測)경제연구소 명예이사장(83)과 국무원 산하 발전연구센터의 우칭(吳慶) 금융·경제 담당 연구원(45)을 만나 시진핑 시대의 개혁에 대해 얘기를 들어봤다.
“특권이 문제다.”
마오위쓰 톈저경제연구소 명예이사장은 16일 시진핑 시대 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이 무엇이냐고 묻자 이렇게 말했다. 그는 “후진타오(胡錦濤) 집권 10년간 시진핑 등 태자당(혁명원로의 자제들)의 권력이 막강해졌다”며 “이들은 부모세대로부터 받은 권리를 보호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정치적 개혁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오 이사장은 “중국 경제가 발전하려면 인권을 존중하고 시장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는 대표적인 우파 경제학자다.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민간경제학자로 손꼽힌다. 1993년 톈저경제연구소를 설립해 중국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미국 카토연구소가 주는 자유발전을 위한 밀턴 프리드먼상을 수상(2011년)했다. 지난해 ‘마오쩌둥(毛澤東)을 인간으로 되돌리자’는 글을 발표해 좌우논쟁을 일으킨 인물이다.
▷후진타오 집권 10년을 평가해 달라.
“개혁을 많이 하지 못했다. 국가 독점이 강화된 데서 알 수 있듯이 거꾸로 간 개혁도 많았다. 그러나 이런 결과에 대한 책임을 후 주석 한 사람에게 물을 수는 없다. 상무위원 9명의 생각이 모두 달랐다. 예를 들어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국회) 상무위원장은 “정치 경제제도를 변화시키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개혁을 외쳤다.
후 주석이 8명의 공통 의견을 얻기 어려웠을 것이다. 후 주석 개인도 매우 보수적인 인물이다. 모험을 두려워하는 성격이어서 별다른 공적을 쌓지 못했다. 경제가 비교적 빠르게 성장했는데 이는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기 때문이다.”(중국의 WTO 가입은 2001년으로 장쩌민 집권기였음.)
▷시진핑 정부는 어떨 것 같은가.
“후 주석 집권기처럼 상무위원 간 불일치 문제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만큼 심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새 지도자들은 교육과 경험 면에서 과거 지도자들과 다르다. 후 주석 세대는 붉은 깃발 아래 마오쩌둥 사상을 공부했다. 그러나 새 지도부는 마오사상에 대해 제대로 교육을 받지 않았다. 그들은 성장기에 문화혁명을 겪었다. 그래서 새 지도부에서 마오사상은 많이 약화될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은 마오사상을 버리지도 않을 것이다. 그들이 지금 손에 쥔 권리는 마오에서 유래한 것이기 때문이다.”
▷개혁에 걸림돌이 있다면.
“지난 10년간 좋지 않은 변화 중의 하나가 태자당과 군부의 힘이 세졌다는 것이다. 이들은 부모로부터 권리를 얻은 사람이어서 과거를 보호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중국 사회에서 태자당은 돈이 없어도 뭐든지 할 수 있다. 은행에 가서 대출도 받고 토지도 얻을 수 있다. 이런 게 합법인지 불법인지 말하기도 어렵다. 특권을 없애야 한다. 권력이 자원을 배분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지난 10년간 특권은 강해졌지만 인권은 약해졌다. 보시라이(薄熙來) 사건이 대표적이다. 사법의 위엄이 없어졌다.”
▷중국 경제가 커지면서 미국 등과 무역마찰이 많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나.
“쌍방 모두에 책임이 있다. 미국은 계속 중국의 위안화가 저평가돼 있다고 비판한다. 동의한다. 하지만 미국도 문제가 있다. 그들은 저축률이 낮아 외국의 돈을 빌려다 쓴다. 달러가 기축통화이기 때문에 미국은 많은 덕을 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환율이 적정하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쓸모없는 짓이다. 높든 낮든 자유화해야 한다. 자유화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환율을 조정하겠다는 의미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 전망은.
“고성장을 추구하지는 않을 것이다. 수치상 목표는 연 7%대 성장이지만 질적인 성장을 원할 것이다. 수입과 분배를 공평하게 하고 환경을 보호하고 거품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국유기업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는가.
“국유기업 개혁은 경제적 압력이 커져야 가능하다. 1980~1990년대 중국에 국유기업이 없어지고 많은 민영기업이 생겨났다. 국가재정이 압박을 받았기 때문이다. 국유기업이 재정의 힘을 빌릴 수 없게 되자 매각되는 운명에 처한 것이다. 중국 경제에는 조만간 큰 재정압박이 생기고 금융위기도 올 수 있다. 그러면 정부는 어쩔 수 없이 국유자산을 민간에 매각할 것이다. 이런 상황이 올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번 당대회에서 공평이 새 이슈가 됐다. 소득분배를 개선하는 방법은.
“완곡한 수단으로 부자들의 재산을 회수하는 것이다. 그러나 폭력적인 방법은 역효과만 낼 수 있다. 세금을 올리는 게 방법이 될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비정부기구(NGO)를 활성화해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중국의 NGO는 대부분 기부로 운영되지만 중국 정부는 기부자에 대해 압력을 가하고 있다.”
▷지난해 마오쩌둥을 비판해 좌파인사 5만여명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는데.
“중국 정치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마오사상을 철저하게 부정할 필요가 있다. 마오사상에는 매우 중대한 사기성이 있다. 많은 사람이 그의 사상을 믿고 따랐지만 결국 그의 통치로 5000만명이나 죽었다. 그는 문화를 탄압하고 도덕을 파괴했다. 평등을 주장하면서 자기 권력만 강화했다. 그가 주장한 평등은 부자들을 타도해서 소멸시키는 것이다. 역사적 진실은 모든 인민에게 알려야 한다. 후 주석은 마오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지 않고 이것을 덮어버렸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
“특권이 문제다.”
마오위쓰 톈저경제연구소 명예이사장은 16일 시진핑 시대 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이 무엇이냐고 묻자 이렇게 말했다. 그는 “후진타오(胡錦濤) 집권 10년간 시진핑 등 태자당(혁명원로의 자제들)의 권력이 막강해졌다”며 “이들은 부모세대로부터 받은 권리를 보호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정치적 개혁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오 이사장은 “중국 경제가 발전하려면 인권을 존중하고 시장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는 대표적인 우파 경제학자다.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민간경제학자로 손꼽힌다. 1993년 톈저경제연구소를 설립해 중국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미국 카토연구소가 주는 자유발전을 위한 밀턴 프리드먼상을 수상(2011년)했다. 지난해 ‘마오쩌둥(毛澤東)을 인간으로 되돌리자’는 글을 발표해 좌우논쟁을 일으킨 인물이다.
▷후진타오 집권 10년을 평가해 달라.
“개혁을 많이 하지 못했다. 국가 독점이 강화된 데서 알 수 있듯이 거꾸로 간 개혁도 많았다. 그러나 이런 결과에 대한 책임을 후 주석 한 사람에게 물을 수는 없다. 상무위원 9명의 생각이 모두 달랐다. 예를 들어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국회) 상무위원장은 “정치 경제제도를 변화시키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개혁을 외쳤다.
후 주석이 8명의 공통 의견을 얻기 어려웠을 것이다. 후 주석 개인도 매우 보수적인 인물이다. 모험을 두려워하는 성격이어서 별다른 공적을 쌓지 못했다. 경제가 비교적 빠르게 성장했는데 이는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기 때문이다.”(중국의 WTO 가입은 2001년으로 장쩌민 집권기였음.)
▷시진핑 정부는 어떨 것 같은가.
“후 주석 집권기처럼 상무위원 간 불일치 문제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만큼 심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새 지도자들은 교육과 경험 면에서 과거 지도자들과 다르다. 후 주석 세대는 붉은 깃발 아래 마오쩌둥 사상을 공부했다. 그러나 새 지도부는 마오사상에 대해 제대로 교육을 받지 않았다. 그들은 성장기에 문화혁명을 겪었다. 그래서 새 지도부에서 마오사상은 많이 약화될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은 마오사상을 버리지도 않을 것이다. 그들이 지금 손에 쥔 권리는 마오에서 유래한 것이기 때문이다.”
▷개혁에 걸림돌이 있다면.
“지난 10년간 좋지 않은 변화 중의 하나가 태자당과 군부의 힘이 세졌다는 것이다. 이들은 부모로부터 권리를 얻은 사람이어서 과거를 보호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중국 사회에서 태자당은 돈이 없어도 뭐든지 할 수 있다. 은행에 가서 대출도 받고 토지도 얻을 수 있다. 이런 게 합법인지 불법인지 말하기도 어렵다. 특권을 없애야 한다. 권력이 자원을 배분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지난 10년간 특권은 강해졌지만 인권은 약해졌다. 보시라이(薄熙來) 사건이 대표적이다. 사법의 위엄이 없어졌다.”
▷중국 경제가 커지면서 미국 등과 무역마찰이 많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나.
“쌍방 모두에 책임이 있다. 미국은 계속 중국의 위안화가 저평가돼 있다고 비판한다. 동의한다. 하지만 미국도 문제가 있다. 그들은 저축률이 낮아 외국의 돈을 빌려다 쓴다. 달러가 기축통화이기 때문에 미국은 많은 덕을 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환율이 적정하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쓸모없는 짓이다. 높든 낮든 자유화해야 한다. 자유화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환율을 조정하겠다는 의미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 전망은.
“고성장을 추구하지는 않을 것이다. 수치상 목표는 연 7%대 성장이지만 질적인 성장을 원할 것이다. 수입과 분배를 공평하게 하고 환경을 보호하고 거품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국유기업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는가.
“국유기업 개혁은 경제적 압력이 커져야 가능하다. 1980~1990년대 중국에 국유기업이 없어지고 많은 민영기업이 생겨났다. 국가재정이 압박을 받았기 때문이다. 국유기업이 재정의 힘을 빌릴 수 없게 되자 매각되는 운명에 처한 것이다. 중국 경제에는 조만간 큰 재정압박이 생기고 금융위기도 올 수 있다. 그러면 정부는 어쩔 수 없이 국유자산을 민간에 매각할 것이다. 이런 상황이 올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번 당대회에서 공평이 새 이슈가 됐다. 소득분배를 개선하는 방법은.
“완곡한 수단으로 부자들의 재산을 회수하는 것이다. 그러나 폭력적인 방법은 역효과만 낼 수 있다. 세금을 올리는 게 방법이 될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비정부기구(NGO)를 활성화해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중국의 NGO는 대부분 기부로 운영되지만 중국 정부는 기부자에 대해 압력을 가하고 있다.”
▷지난해 마오쩌둥을 비판해 좌파인사 5만여명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는데.
“중국 정치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마오사상을 철저하게 부정할 필요가 있다. 마오사상에는 매우 중대한 사기성이 있다. 많은 사람이 그의 사상을 믿고 따랐지만 결국 그의 통치로 5000만명이나 죽었다. 그는 문화를 탄압하고 도덕을 파괴했다. 평등을 주장하면서 자기 권력만 강화했다. 그가 주장한 평등은 부자들을 타도해서 소멸시키는 것이다. 역사적 진실은 모든 인민에게 알려야 한다. 후 주석은 마오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지 않고 이것을 덮어버렸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