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은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에 이은 국내 3위 정유업체다. 최대주주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로, 지분의 35%를 보유하고 있다. 세계 최대 석유매장량(약 2600억배럴)을 확보한 최대주주 덕에 에쓰오일은 안정적으로 원재료를 조달받고 있다.

올초부터 에쓰오일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정유업체들은 수익성 악화가 우려됐다. 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정제마진이 하락하면서 실적 부진이 전망돼서다. 유럽 재정위기 등 글로벌 경기 불황 여파도 컸다.

이런 우려 속에서도 에쓰오일은 3분기 영업이익 5184억원을 내며 증권업계의 예상치(4000억원대)를 웃도는 실적을 보였다. 1, 2분기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 3분기부터 회복세를 보인 것이다. 유영국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엔 국제 유가 상승으로 재고이익이 커졌다”며 “휘발유와 등·경유의 정제마진도 좋아져 2분기보다 큰 폭의 흑자를 냈다”고 설명했다. 이다솔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시아 역내에 있는 정제설비들의 가동 중단이 지속되면서 정제마진이 2분기 배럴당 2달러40센트에서 3분기 4달러60센트로 2배 가까이 늘었다”고 말했다.

에쓰오일의 경우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도 수익성 개선에 한몫했다. 에쓰오일의 지난해 사업별 매출 비중은 정유 81%, 석유화학 11%, 윤활기유 8% 수준이었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에쓰오일의 석유화학 및 윤활유 사업은 우수한 시장지위, 제품 시황 호조 등을 바탕으로 매출 비중에 비해 높은 수익성을 내고 있다”며 “정유사업의 변동성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3분기 수익성 개선에는 석유화학부문에서 벤젠, 파라자일렌(PX) 등의 마진이 개선된 것도 큰 기여를 했다는 설명이다.

실적 개선에 따른 기대감으로 외국인 매수세까지 붙으면서 하락했던 주가가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지난 6월4일 종가 기준으로 8만6400원까지 떨어졌던 에쓰오일은 현재 9만6000원(11월16일 종가)에 거래되고 있다. 14만5000원(2월9일 종가)까지 치솟았던 2월엔 못 미치지만 불안정한 증시에서 순항하는 편이다.

연말을 앞두고 투자자들이 에쓰오일에 관심을 갖는 또 다른 이유는 배당이익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지난해에 비해 연간 실적은 부진하겠지만 배당여력은 2011년에 비해 높아졌다. 안상희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지난해엔 시설 투자에 7273억여원을 들였던 것에 비해 올해는 1700억원만 투자했다”며 “9월 말 기준으로 현금예금도 1522억원에 이르러 배당여력이 전년보다 크다”고 말했다. 김선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에쓰오일의 주당순이익(EPS)은 7709원을 기록할 것”이라며 “이 중 50%만 배당해도 연말 배당금은 주당 3400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배당수익률이 3.5% 안팎에 달할 것으로 업계에선 내다보고 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