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은행규제 법안인 볼커룰에 반발심을 갖고 있던 월가(街)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연임을 계기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월가 투자은행들이 연말 주식시장 전망을 부정적으로 발표하면서 연일 쇼트셀링(단기 공매도)을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재정절벽 관련 연설에서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상위 2% 소득자들에게 줬던 감세 혜택을 연장하는 합의안에 대해서는 무조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며 공화당과 갈등을 야기시킬 조짐을 보여 주식시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부자들에 대한 감세안이 연장되지 않으면 배당소득세는 최고 세율이 기존 15%에서 39.6%로 상향되고 자본이득세는 15%에서 20%로 올라간다.

투자자들은 현 시점에서 차익 실현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고 있으며 가장 대표적 매도 대상이 애플이다. 즉 지금 증시는 대선 불확실성 해소에 따른 오바마 프리미엄이 아닌 부자 증세로 대표되는 오바마 디스카운트가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오바마 대통령은 왜 부자 증세에 올인하고 있을까. 감세안을 연장해 재정절벽을 피하면 세입이 감소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아직 가시화되지 않고 있지만 부채 한도 증액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2011년 8월 이뤄진 부채 한도 상향 조정 후 미국의 연방 부채는 올 12월 16조3340억달러에 도달, 상향된 부채 한도 16조3940억달러에 육박할 전망이다. 결국 미국 정부 부채는 2013년 1분기 중 한도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즉 감세안을 연장해 재정절벽을 피해 가면 세입이 감소해 또다시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부채 한도를 증액하면 2011년 8월처럼 미국 신용등급이 또다시 강등될 수 있다. 더욱이 당시 신용등급 강등으로 미국 다우존스지수는 15%, 한국 코스피지수는 17% 급락한 바 있다.

따라서 재정절벽을 피하는 것과 부채 한도 상향(신용등급 강등)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점이 미국 정부와 현 증시가 처한 딜레마다.

아울러 재정절벽 이슈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이슈처럼 경제 문제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정치 문제라는 점에서 연말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조병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