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인 회동이었다.”(존 베이너 공화당 하원 의장) “크리스마스 전에 협상을 끝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지난 6일 대통령 선거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된 이후 미국 정치권과 금융시장의 최대 이슈로 떠오른 이른바 ‘재정절벽’ 협상이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만난 오바마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가 낙관적인 협상 전망을 내놓으면서다.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한 2010년 이후 2년간 미국 정치권과 경제계에서는 문제를 뒤로 미룬다는 뜻의 ‘깡통차기’라는 말이 유행해왔다. 매년 1조달러를 넘는 막대한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뒤로 미룬 채 매번 임시방편으로 위기를 넘겨왔다는 뜻이다.

지난해 8월 부채한도(미국 연방정부가 돈을 빌릴 수 있는 법적 한도) 증액 협상이 대표적인 예다. 부채한도를 늘리지 않으면 채무불이행(디폴트)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공화당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구체적 방안 없이는 증액에 합의하지 않겠다고 버텼다. 양당은 ‘치킨게임’을 벌이다 벼랑 끝 합의로 부채한도를 높인 뒤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협상에 돌입했다. 하지만 재정적자 감축 방안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당시 양당은 협상에 실패할 경우 2012년부터 매년 약 1000억달러의 정부 지출을 자동으로 삭감하기로 합의했다. 이와 함께 내년 1월1일부터는 조지 W 부시 전 정부 시절 시작된 각종 감세 혜택도 종료돼 총 6000억달러가량의 직·간접적인 재정 지원책이 사라진다. 의회예산국은 이런 재정절벽이 현실화되면 내년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0.5%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는 이날 백악관 회동에서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방안은 내년으로 미루고 올해는 일부 감세 혜택과 지출을 유지해 일단 재정절벽을 피하는 2단계 접근법에 합의했다.

베이너 의장은 “우리가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세금 인상을 협상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도 메디케어(노인 건강보험) 등 복지 혜택을 줄이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또 얼마나 세금을 늘리고 지출을 줄일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특히 핵심 이슈인 부자증세는 여전히 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로 남아 있다.

■ 재정절벽

fiscal cliff. 재정을 통한 추가 경기부양 정책 수단이 뚝 끊기는 현상. 내년 1월1일부터 미국에서 감세 혜택 종료에 따른 세금 인상과 정부의 재정지출 삭감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소비 위축으로 경제가 충격을 받는다는 뜻이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