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 안내를 시작하겠습니다. 목적지는 교보생명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인간 내비게이션 지원자 장한주입니다. 내비게이션이 경로를 벗어났다고 목적지 안내를 포기하는 걸 보신 적 있으십니까? 저 또한 전원만 켜져 있다면, 살아만 있다면 목표를 끝까지 달성하는 사람입니다. 교보생명을 우리나라에서 고객 보장을 최고로 잘하는 회사로 가장 신속하게 인도하겠습니다.”

장한주 씨(중앙대 통계학과 졸·24)의 1분 자기소개는 재치가 넘쳤다. 덕분에 면접관들의 관심은 장씨에게 쏠렸다.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배우는 제 특징을 함축적으로 담았어요. 효과가 있었는지 면접관님들이 유독 제게 많은 질문을 해 주시더라고요.”

지난 14일,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 빌딩에서 상품개발팀 신입 보험계리사 장한주 사원을 만났다.

교보생명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생명보험사지만 국내 최대 서점인 교보문고를 설립하고, 20여년 동안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온 광화문 글판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특히 교보문고는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의 소신에 의해 세워졌다. 당시 신 창립자는 “우리 회사가 돈벌이만을 목적으로 한다면 이 자리에는 당연히 으리으리한 고급 상가를 들여야 합니다. 그러나 적자가 나더라도 꼭 해야 하는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청소년들이 이곳에서 온종일 책을 보도록 하는 것입니다. 한번 상상해 보십시오. 여기에서 책을 읽고 자란 청소년들이 장차 훌륭한 작가가 되고, 대학교수가 되고, 사업가가 되고, 노벨상을 타고, 대통령이 된다고 생각해 보세요”라면서 반대자들을 설득했다고 한다.

○1년 만에 계리사 당당히 ‘합격’

계리사 자격증은 어렵기로 정평이 나 있다. 장씨의 대학 동기들 역시 해마다 30여명이 도전하지만 그 중 합격하는 사람은 평균 서너명 정도라고 했다.

하지만 그가 1년 만에 계리사 자격증을 딸 수 있었던 데는 미국에서의 남다른 경험도 한 몫 했다. 장씨는 3학년 1학기를 마치자마자 미국 텍사스의 구세군센터로 봉사활동을 떠났다. 하지만 상상했던 미국이 아니었다. 20대 초반이면서 자녀가 4명인 친구, 방금 전까지 웃어주던 가게주인 아저씨가 막 뛰쳐나가더니 마약을 하는 모습,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한 판자촌집…. 한마디로 문화충격이었다. 그런데, 미국의 이런 소외계층을 통해 감사를 배웠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게 너무 많구나. 부모님, 건강. 좋은 친구, 깨끗한 집…. 그동안의 소극적인 삶이 적극적인 삶으로 바뀌었어요.” 귀국 후 목표가 생겼다. “1년간 휴학을 하고 계리사 공부를 했어요. 난생 처음으로 스스로 계획하고 목표했었기에 자신감도 있었죠. 그리고 합격통지를 받았어요. 이 성취감이 교보생명에 도전할 힘을 준 것 같아요.”

○‘정말가고 싶었던’ 교보생명

계리사 자격증을 딴 장씨가 회사 선택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회사의 비전이었다. “다른 회사는 글로벌 톱10, 2012년 업계 1위 같은 목표가 대부분이었으나, 교보는 달랐어요. ‘고객보장 넘버1’이란 비전을 보고 결심을 했지요.”

장씨는 면접을 앞두고 배수의 진을 쳤다. “면접이 기말고사와 겹쳤어요. 하지만 F학점을 받을 각오를 하고 면접장으로 향했습니다. 그만큼 꼭 가고 싶었던 곳이거든요.”

이력서를 내기 전, 자기소개서를 이미 취업한 선배와 친구들에게 첨삭을 부탁한 게 효과를 봤다.

“처음에는 부끄러웠죠. 하지만 빨간 줄을 죽죽 그으며 자세하게 조언해주는 친구들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했습니다. 친구들이 보기에도 별로인 제 자소서가 인사담당자가 보기에 얼마나 더 별로겠어요.”

교보생명은 1박2일 동안 1, 2차면접을 한 번에 진행한다. “1차인 팀장급 면접 때는 ‘어떤 직무에 지원하고 싶나, 어떤 상품을 개발하고 싶은가’ 등의 개인적인 질문이 주로 나왔어요. 토론 면접은 꽤 어려웠어요. ‘기업의 사회활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나왔는데 저는 가입하면 일정 금액을 사회에 기부하게 하는 보험 상품을 만들면 좋겠다고 답했죠.”

면접 내내 밝은 미소를 유지했던 장씨는 PT면접에서 고비를 맞았다. “문제가 ‘시설이 낙후된 리조트를 사람들이 찾을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였어요. 리조트 이름도 생전 처음 들어보는 어려운 이름이었죠. 그런데 면접관께서 그 리조트 이름을 물어보시는 거예요. 순간 당황했지만 이름은 정확히 모르지만 그 리조트 베이커리에 유명 셰프를 초빙, 산골에 있지만 도시에서도 찾는 유명리조트를 만들겠다고 말씀드렸죠.”

○저소득층 돕는 상품 만들 것

‘정말 원하는 회사에 와서 너무 좋다’는 장씨는 직장내 롤모델이 있냐는 질문에 “아직은 배우는 입장이어서 모두를 다 닮고 싶다”고 겸손하게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 팀장님은 항상 저한테 자기계발에 게으르지 말라고 말씀하세요. 팀원들이 단순히 회사의 소모품이 아니라 더 크게 쓰임받고 필요한 사람이 됐으면 한다고요. 그래서 다른 곳에서 스카우트할 정도로 자신의 역량을 꾸준히 계발하라고 말씀하시죠”라면서 팀장 자랑을 늘어놓았다.

장씨는 웃음이 많았다. 덕분에 인터뷰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 그의 꿈 역시 작지만 따뜻한 진심이 느껴졌다. “보험은 정말 필요하지만 금전적 부담으로 가입이 어려운 저소득층을 위한 생계형 연금보험을 개발하고 싶어요. 이는 ‘모든 사람이 미래의 역경에 좌절하지 않도록 돕는다’는 교보생명의 비전과도 맞으리라 생각해요. 단순한 수익상품이 아닌 사회공헌 할 상품을 만드는 것이 계리사로서의 꿈입니다. 그리고 이 상품은 제가 처음으로 가입할 겁니다.”

공태윤 기자/이도희 한경잡앤스토리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