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잘 못하더라도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싶습니다.”

한국 대학들과 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최근 방한한 김광수 미국 컬럼비아칼리지 총장(59·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가정환경이 어렵고 학교 공부에 뛰어나지 않은 학생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컬럼비아칼리지는 올해 4년제 대학으로 승격됐다. 캠퍼스는 노스버지니아 페어팩스와 센터빌, 메릴랜드에 있다. 페어팩스 캠퍼스는 백악관에서 자동차로 15분 거리에 있다.

김 총장은 교육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일궜다. 20년 전만 해도 그는 한국의 고등학교 국어교사였다. 10년 넘게 서울 경문고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그의 인생을 바꿔놓은 것은 1990년대 초에 떠난 미국 배낭여행이었다. “미국 서부에서 대자연을 느꼈다면 동부에서는 사람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 느꼈습니다. 주위에서 말렸지만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자고 마음먹었지요.”

퇴직금을 털어 미국 조지워싱턴대 대학원에 입학했다. 하지만 그는 공부를 계속할수록 공부가 전부가 아니란 걸 깨달았다고 했다. 한국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만 해도 공부를 잘해야 성공한다고 믿었고, 그렇게 가르쳤던 그였다. 하지만 미국 유학 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자신의 교육 방식을 후회했다. 이를 계기로 공부에 특출하지 않은 학생들에게도 길을 열어주자고 결심했다.

대학원을 그만두고 규모가 작은 2년제 대학인 스트렛포드대에 취직해 5년여간 근무하면서 한국 학생들이 잘하는 과정을 많이 만들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대학 측의 반발을 샀다.

그는 1999년 아예 대학을 설립했다. 미국 대학은 인허가를 받기가 쉬운 대신 정부의 사립대학 지원이 없어 등록금만으로 학교를 유지해야 한다. “설립 첫 해 학생은 3명뿐이었어요. 영어연수(ELS)와 자격증과정을 개설한 뒤 단계적으로 2년제 학위과정을 개설했죠. 올해부터는 4년제 대학으로 승격돼 석사과정까지 모두 25개 학과를 개설했습니다. 학생 수도 800여명으로 늘었어요.” 한국계가 35% 정도, 나머지는 45개국 유학생으로 구성돼 있으며 교수진을 포함한 직원은 모두 110여명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미국에서 외부 지원 없이 학교를 직접 설립해 키우기는 쉽지 않다. 그는 “지난 10여년은 희망과 좌절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노력하면 안 되는 게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깨달은 시간이었습니다. 학생들에게도 이런 생각을 다시 한번 가르쳐주고 싶습니다.”

컬럼비아칼리지는 간호조무사, 컴퓨터, 치기공, 요리, 미용 등 한국인들의 손재주와 눈썰미, 예술성, 창의성 등을 활용할 수 있는 교과과정에 중점을 두고 있다. “치기공 같은 분야는 한국 사람들을 위한 기술이란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학교를 졸업해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한 학생들이 많습니다. 한국 학생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