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를 앞두고 있는 아들을 둔 A씨(48)는 군 관련 사건 뉴스를 볼 때마다 걱정이 많다. 특히 만성질환인 무좀부터 급성 사망에 이를 수 있는 감염성 질환까지 다양한 질병에 노출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은 이후 걱정이 더 많아졌다. 하지만 입대 전 어떤 것을 챙겨야 할지 몰라 막막한 심정이다.

20대 군복무 남성들은 위생을 철저히 지킬 여유가 없는 특수한 집단생활 때문에 질병에 노출되기 쉽다. 국방부는 최근 군인들에 대한 예방백신 접종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수가 여전히 제한적이다. 따라서 군에서 감염되기 쉬운 질병을 알아보고 예방 백신을 미리 접종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과거 입대자는 신병교육대 등에서 파상풍 예방 백신만을 맞았으나 앞으로는 독감, MMR(볼거리, 풍진, 홍역), 뇌수막염 백신을 추가 접종할 예정이다. 파상풍은 야외활동이 잦은 군인들이 파상풍 균이 포함된 먼지와 토양에 상처가 오염되면 감염될 수 있다. 안면마비, 경련,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개인의 면역력에 따라 사망률이 천차만별이다.

예방 백신을 접종하면 면역력을 얻지만, 해마다 항체가 감소해 10년 주기로 추가 접종이 필요하다. 인플루엔자는 호흡기를 통해 빠르게 전파되고 2~3년 주기로 대변이가 일어나는 독감바이러스다. 군인은 물론 생후 6개월 이상 영유아 및 65세 이상 노인들까지 한 해 최소 한 번 이상 예방접종을 받을 것을 대한감염학회는 권고하고 있다. MMR은 홍역, 유행성이하선염(볼거리), 풍진을 예방하는 백신으로 1994년과 2000년에 대규모 홍역 유행을 거치면서 정부의 예방접종사업 지원항목으로 지정됐다. MMR은 고열 발진 폐렴 뇌염 등으로 이어지는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역시 군인, 특히 신병훈련소의 훈련병이 고위험군이다.

그러나 이 밖에도 개인적으로 접종해야 할 질환들을 주의해야 한다. 대표적 감염성 질환인 생식기 사마귀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에 의해 발생한다. HPV는 대장균처럼 어디에서나 흔히 발견되며, 성행위뿐 아니라 보균자와 단순 피부접촉을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 우리나라 남성들의 HPV 감염률은 꾸준히 증가해왔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HPV가 유발하는 생식기 사마귀 환자 수는 2005년 남성 383명, 여성 114명에서 2011년 남성 1008명, 여성 381명으로 증가했다.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16형, 18형 HPV는 남성의 경우 호흡기와 항문 등에 암을 유발할 수 있고 여성에게 전파될 경우 자궁경부암을 일으킬 수도 있는 위험한 바이러스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2009년 한국 여성의 HPV 감염률은 10~15%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성 10명 중 1~2명이 HPV에 감염돼 있다는 얘기다.

박성호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HPV 예방백신이 자궁경부암 백신으로 알려져 있어 주로 여성들에게 접종하는 것으로 알지만 사실 남성도 접종 대상”이라며 백신 적응증이 남녀 모두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HPV가 유발하는 생식기 사마귀는 완치가 어렵고 자주 재발해 그때마다 외과적 수술을 받아야 하는 고통스러운 질환”이라며 “군 입대나 기숙사 입사 등 집단 생활을 해야 하는 젊은이들은 HPV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남성들도 적극적으로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HPV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4가 HPV 예방백신을 맞으면 된다. 이 백신은 생식기 사마귀 발병의 90%를 차지하는 6형과 11형을 차단해 생식기 사마귀를 99%까지 예방할 수 있다. MSD의 ‘가다실’이 대표적인 약품이다. 9~26세 여성에서 HPV에 의한 자궁경부암, 질암, 생식기사마귀 등을 효과적으로 예방하며 같은 연령대 남성에서 HPV에 의한 생식기 사마귀를 예방해준다.

이 밖에 A형 간염, 신증후군출혈열(유행성출혈열), 장티푸스 등에 대한 백신도 개별적으로 접종할 필요가 있다. A형 간염은 B,C형 간염처럼 혈액으로 전염되는 것이 아니라 음식, 물 등의 섭취로 전염될 수 있다. 신증후군출혈열은 야생 쥐에서 전파된 바이러스가 호흡기에 침투해 발병하는데 적시에 치료하지 않으면 내장기관 출혈 및 쇼크사의 가능성이 높으며, 백신을 통해 예방할 수 있지만 이미 발병이 된 경우는 특별한 치료약이 없다. 장티푸스는 살모넬라균이 소화기관으로 침투해 전염되며, 군 취사장이나 의무관 등에 근무하는 경우 의무 접종 대상이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