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부문공약은 전 세대와 전 계층을 아우르는 이슈다. 대선 때마다 획기적인 공약이 등장하는 이유다. 1992년 정주영 국민당 대선 후보가 ‘반값아파트’를 제시했고, 2007년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도 지금의 보금자리주택인 ‘반값아파트’를 내걸어 재미를 봤다.

한국경제신문이 20일 박근혜 새누리당·문재인 민주통합당·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의 주택 건설 관련 공약을 ‘한경 대선공약평가단 소속’ 전문가 7명에게 평가를 의뢰한 결과, 세 후보에 대한 평가가 갈렸다.

◆朴은 시장원리로 해결

이번 대선 공약의 특징은 우선 한반도 대운하나 행정수도 이전 등과 같은 대규모 토목사업이 없다는 게 특징이다. 대신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고, 전·월셋값이 뛰면서 주택 정책에 대해 공약이 쏟아져 나왔다.

박 후보가 집 주택의 일부 지분을 캠코 등 공공기관에 팔고, 이 돈으로 주택담보대출을 갚도록 하는 방안을 내놓은 데 대해 ‘실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4명으로 ‘가능성이 낮다’(3명)보다 많았다.

김신조 내외주건 사장은 “재원 확보가 관건이지만 괜찮은 시도”라고 평가했고,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민간부문의 자율 대책과 겹치지 않는다”고 긍정 평가했다.

하지만 박 후보의 전·월세 대책 중 집주인이 주택담보로 대출을 받아 전세보증금을 충당하고, 세입자가 이자를 부담하는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에 대해선 한경 대선공약평가단 주택건설 부문 소속 전문가들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아무리 선의를 가진 집주인이라도 세입자를 위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철도부지 위 임대주택 건설도 “조성원가가 많이 들고 저소득자만 몰려 살게 된다”(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팀장)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많았다.

◆文·安은 세입자 중심

문 후보가 내놓은 임기 중 공공임대주택 60만가구 건설과 임대등록제 실시에 대해 가능성 있다는 평가가 4명으로 가능성이 낮다(3명)보다 많았다. 주택임차인에게 1회 자동계약 갱신권을 보장한다는 공약에 대해선 5명이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평했다.

임대주택 60만가구 건설과 관련해선 “LH의 재원 조달 문제와 관리부담이 따른다”(김 사장 등)는 지적이 나왔다. 임대등록제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세금과 건강보험 부담 증가 문제로 현실의 벽에 부딪힐 것”(김 교수)이란 지적을 받았다.

안 후보는 문 후보와 겹치는 임대주택 60만가구와 임차인 1회 자동 계약 갱신권 보장을 제외하면 모두 실현 가능성(타당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보금자리주택의 분양 중단은 5명의 전문가가 실현 가능하다고 봤으며, 전세금보증센터 설립과 전세금 우선변제금 한도 증액, 주택바우처제도 도입 등도 같은 평가를 받았다. 2017년까지 20만가구에 월 10만원씩 월셋값을 정부가 보전하는 주택바우처제도는 시범실시 후 점차 확대하는 편도 현재의 주택 사정을 감안할 때 재원문제 등에서 나쁘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