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인터뷰] 박근혜 "단기 부양책 안 써…연말 주택 취득세 감면은 연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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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에 듣는다
"일자리 문제 해결 위해 사회대타협기구 만들 것
부양책 써도 경기회복 확신 못해…추경편성 반대
토빈세 도입 시기상조…렌트푸어대책 보완 예정"
"일자리 문제 해결 위해 사회대타협기구 만들 것
부양책 써도 경기회복 확신 못해…추경편성 반대
토빈세 도입 시기상조…렌트푸어대책 보완 예정"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2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경제민주화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였다. “시각이 다소 완화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며 “집권하면 가장 먼저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만들어 곧바로 실행에 옮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장에 대해선 ‘투트랙 전략’을 제시하며 경기를 단기적으로 부양시키는 카드는 쓰지 않겠다고 했다. 1시간여에 걸친 인터뷰는 주로 경제 이슈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박 후보는 준비된 자료 없이 여러 가지 구체적인 현안에 대해 막힘 없이 설명했다. TV 토론을 앞두고 많은 준비를 한 듯했다.
▶최근 발표한 경제민주화 공약이 초안보다 완화됐다. 대기업에 대한 시각이 바뀐 것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왜 그렇게 말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연설할 때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공정한 시장을 강조했다. 지금도 그런 입장에 조금도 변화가 없다. 이번에 발표한 내용을 꼼꼼히 보면 잘못된 행위를 바로잡기 위한 강력한 방안이 담겨 있다. 대기업의 과도한 사익 추구, 불공정한 거래, 골목상권 장악 등을 근본적으로 규제할 것이다.”
▶경제민주화 공약을 내놓았지만 실천 의지에 대해선 반신반의하는 기류가 없지 않다.
“신규 순환출자 금지나 금산분리 강화 등 이번에 새로 내놓은 규제나 공정거래 관련 법안은 집권한다면 곧바로 법제화해서 이른 시일 내에 실행에 옮기겠다. 박근혜가 약속한 것은 반드시 실천한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대기업 총수가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을 때도 지금까지는 대통령이 사면권을 행사하고 그랬지만, 앞으로는 면죄부를 주는 일은 엄격히 제한하겠다.”
▶기업활동 제한이 결과적으로 시장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는데.
“그런 염려가 있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야당이 주장하는 재벌 해체가 최종 목표가 아니다. 야당은 출자총액제한제 도입이라든가 강제적인 계열 분리를 통해서 지배구조에 집중한다. 우리와는 추구하는 방향 자체가 다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소상공인, 소비자 등 경제주체들이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 속에서 조화롭게 같이 성장하고 온기를 누리며 발전해나가자는 것이 우리 목표다. 이런 의미에서 대기업의 과도한 사익 추구나 골목상권 장악, 불공정 거래는 잘못된 행위므로 확실하게 막겠다는 얘기다.”
▶아직 성장 쪽의 구체적인 공약이 없다.
“3%대 중반까지 떨어진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 단기적 대책과 중장기적 플랜 두 가지를 동시에 가져가는 ‘투트랙’ 방식으로 접근하려 한다. 그동안 성장은 무방향 추격형이었다. 이제는 선도형으로 나아가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적 자본과 사회적 자본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이다. 동시에 내수도 키워 수출과 쌍끌이 성장으로 가야 한다. 여기서 핵심 과제는 중소기업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부동산 거래 활성화가 중요하다. 올해 말로 끝나는 취득세 감면은 연장해야 한다. 또 보금자리주택의 분양형을 임대형으로 전환하는 것도 거래를 위축시키는 만큼 바꿔야 한다고 본다.”
▶단기적인 경기 부양론에 대한 의견은.
“지금 위기는 우리만 겪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이다. 언제 끝날지 모르고, 단기 부양 카드를 쓴다고 해서 경제가 살아난다는 확신도 없다. 지금은 아껴두고 나중에 가서 정 필요하면 쓰는 것이 좋지 않나 생각한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1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일자리 공약을 아직 내놓지 않았는데, 어떤 것을 구상 중인가.
“성장 숫자보다 일자리가 더 중요한 것이다. 집권하면 고용률을 최우선 국정 지표로 삼아 모든 정책을 여기에 맞춰 짜겠다. 이와 함께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는 문제, 구조조정이나 해고 요건을 강화하는 문제 등도 생각 중이다. 비정규직 문제도 중요하다. 내가 제시한 일자리 원칙이 ‘늘지오’(늘리고 지키고 올리고)인데, 일자리의 질을 높이려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필수적이다. 정부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 2015년부터 공공부문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민간 기업은 파견근로자 등 비정규직 현황을 공시하도록 의무화하는 형태로 유도할 계획이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선 기존 정규직 노조 설득도 중요한데, 어떻게 접근할 생각인가.
“상생이 중요하다는 원칙을 강조하면서 설득해나가겠다. 노조 또한 대화 주체로 테이블에 들어오도록 해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대타협기구를 만들겠다.”
▶하우스푸어나 렌트푸어 대책으로 내놓은 공약이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내 나름대로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책을 내놓자고 해서 발표한 것인데, 일부에서 세입자를 위해 은행에서 전세금을 빌려줄 집주인이 어디 있겠느냐며 렌트푸어 대책의 실효성을 지적하는 얘기를 들었다. 집주인에게 주는 인센티브를 강화해 좀 더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 보완하겠다.”
▶국내 금융시장 안정과 관련, 해외 자본 유출·입을 막기 위한 토빈세 도입을 캠프 내에서 추진하고 있는데.
“외국 자본을 토빈세 등으로 직접 규제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며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도입하더라도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하기보다는 국제적으로 공론화해서 공감대를 이룬 후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주요 20개국(G20) 의장도 했고 국제사회에 책임도 있다.”
▶복지 재원 마련 원칙으로 내세우는 ‘60 대 40’(60%는 지출 축소로, 40%는 비과세·감면 축소로 마련하는 것)에 대해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
“지적한 대로 비과세·감면이 매번 연장되면서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집권하면 비과세·감면 일몰제(시한을 정해 그때까지만 하는 것)를 무조건 지키겠다. 연장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복지를 위한 무조건적 증세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에 변화는 없는가.
“이 어려운 시절에 국민에게 부담을 줘선 안 된다. 낭비되는 것을 없애고 효율성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무조건 내놓는 게 아니라 어떻게 재원을 마련할 것인가에 대한 대안도 따져가며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대선 후보 중 처음으로 공약에 필요한 재원의 수입지출표(나라살림 가계부)를 공개한 것도 이런 측면에서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