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경영자(CEO)의 관심 촉구와 윤리 경영 같은 추상적인 내용, 민원 처리 같은 소극적인 방안이 중심인 현재의 금융소비자 보호 모범규준은 세계적인 흐름에 맞춰 개정돼야 한다.”(노형식 금융연구원 금융소비자보호연구센터장)

“소비자 피해 구제를 위해 예금보험기금과 별도로 ‘금융소비자구제기금’을 만들 필요가 있다.”(성희활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경제신문이 20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개최한 ‘금융소비자보호 심포지엄’에는 200여명이 참석해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이날 축사를 통해 범죄심리학 이론인 ‘깨진 유리창 법칙’을 예로 들며 선제적인 금융소비자 보호를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하나의 깨진 창문을 처음에 고쳐두지 않으면 그 주변이 우범지대로 변하고, 결국 악성 바이러스처럼 광범위하게 퍼져 사회를 무질서하게 만든다”며 “금융회사들도 사소하다는 이유로, 당장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소비자 불만을 방치하면 신뢰가 무너지고 금융산업 기반까지 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모범규준 구체화해야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금융감독원과 금융 관련 협회가 2006년 9월 제정한 소비자 보호 모범규준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노형식 금융연구원 센터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최근의 국제적인 동향과 높아진 국내 관심과 달리 현행 모범규준은 일반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금융회사의 소비자 보호 조직은 내부의 이해상충을 방지할 수 있게 독립성을 갖추도록 모범규준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도 “모범규준은 영업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수 있어 금융소비자 보호 제도에 구체적인 콘텐츠로서 의미가 있다”며 “금융회사가 신뢰를 회복하고 평판을 축적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 실장은 이어 “뱅크오브아메리카, 메트라이프, 피델리티 등과 같은 금융회사가 CCO(최고고객책임자)를 둔 것은 고객 불만과 필요를 파악한 뒤 경영에 반영하려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소비자 피해구제 제도 정비 필요

금융회사의 위법·위규 행위에 따른 소비자 피해 구제를 위한 ‘금융소비자구제기금’을 신설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영업행위 규제를 통한 사전적 보호는 상당히 강해졌지만 금전적 손해를 본 소비자에 대한 구제 장치는 미흡하다는 이유에서다.

성희활 교수는 “금융소비자의 손해배상액을 추정해 민사 구제를 지원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만 금융회사에서 나온 과징금을 금융소비자구제기금으로 사용하는 방안도 고려해봐야 한다”며 “기금으로 피해를 우선 보전한 뒤 금융회사에 대위청구를 하거나, 금융회사에 대한 금융소비자의 소송을 지원하는 방법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단소송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임은경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현재의 금융소비자 피해 구제 절차는 피해자인 소비자가 금융상품 하자 및 판매원의 잘못을 입증할 책임이 있고, 판매원의 부당성을 입증한 뒤에도 보상받기 위해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과 집단소송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류시훈/장창민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