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연쇄 도산과 부동산 거품 붕괴로 신음하고 있는 중국 저장성 원저우(溫州)에서 변전소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폭력시위가 발생했다. 주민들은 고압선으로 인한 건강 손상을 우려하면서 공사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는 환경에 해로운 공공설비 프로젝트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주민과 정부 간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이번 시위는 지난 15일 시진핑(習近平) 공산당 총서기 취임 이후 정부 공사에 반대하는 첫 대규모 시위다.

◆변전소 건설 놓고 주민·경찰 충돌

22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홍콩 언론에 따르면 원저우의 류량(劉良)촌과 팡베이(方北)촌 주민 1000여명은 21일 촌 인근에 들어서는 변전소 건설 중단을 요구하며 경찰과 충돌했다. 이들은 곡괭이 맥주병 나무몽둥이 가위 등 흉기를 들고 시위에 참여했으며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맞섰다. 이 시위로 경찰차 3대와 방송용 차량 1대가 파손됐고 마을 주민 수백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www.weibo.com)에는 팡베이촌 주민들이 곤봉을 든 경찰에게 돌을 던지는 시위 장면을 담은 동영상이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많은 사람들이 다쳐 원저우 시내 병원으로 후송됐다”며 “관련 부문에서 빨리 중재에 나서 달라”고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주민들은 변전소의 고압선이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원저우 주민들은 저장성 정부와 중앙정부에도 변전소 건설을 중단해 달라는 청원서를 냈다. 경찰은 이들 마을로 통하는 도로를 봉쇄했다고 홍콩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정보센터’가 밝혔다.

◆중국 님비현상 갈수록 심해져

최근 중국에서는 환경 문제를 둘러싸고 주민과 정부 간 충돌이 잦아졌다. 지난해 8월 랴오닝성 다롄(大連)에서 유독성 화학물질인 파라크실렌(PX)을 생산하는 화학공장이 주민들의 이전 요구 시위로 결국 폐쇄됐다.

올 들어서는 쓰촨성 스팡(什)시 합금공장 건설, 장쑤성 치둥(啓東)시 폐수 배출관 건설, 저장성 닝보(寧波)시 화학공장 증설 프로젝트가 주민들의 반대로 좌절됐다.

이들 프로젝트는 대부분 정부가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추진하던 대형 사업이어서 경제적 타격도 크다. 저우성셴(周生賢) 환경보호부 장관은 최근 지역이기주의에 기반한 님비(NIMBY·Not In My BackYard)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도 “앞으로 대형 사업을 추진할 때는 환경성 검토를 충분히 하겠다”고 말했다.

저우루난(周如南) 중산(中山)대 교수는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시민의식이 높아지면서 님비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며 “정부도 시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던 시대는 지나갔다”고 말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