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종 충북지사 "선거 6전6승 뚝심으로 강한 충북 만들 것"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경과 맛있는 만남
산나물·버섯·된장처럼 화려함보다 내실 중시
청주공항 확장공사 하면 1800만명이 혜택 누려…균형발전 위해서도 중요
충북 경제자유구역도 올해 안에 지정기대
산나물·버섯·된장처럼 화려함보다 내실 중시
청주공항 확장공사 하면 1800만명이 혜택 누려…균형발전 위해서도 중요
충북 경제자유구역도 올해 안에 지정기대
이시종 충북지사(65)는 유난히 ‘밥맛’을 강조한다. 그가 자란 충북은 옛날에는 교통도 불편했고 바다를 끼고 있지 않아 다른 지역보다 먹거리가 다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밥맛’이 음식점의 명성을 좌우하는 경우가 흔했다고 한다.
이 영향으로 이 지사는 지금도 어느 식당을 가든지 반찬보다는 밥맛을 따진다. 올해부터 도정 시책으로 시작한 ‘밥 맛있는 집’ 선정 사업도 그의 아이디어다. 지금까지 10곳을 선정했고 내년에는 더 많은 곳을 뽑을 방침이다.
이 지사가 추천한 ‘오정’은 낡고 비좁고 허름했다. 자연산 버섯찌개 음식점이라는 거창한 이름과 달리 아주머니 혼자 운영하는 선술집 같은 식당이었다. 하지만 지난 20일 인터뷰를 위해 문을 열고 들어가니 갓 지은 구수한 밥 냄새와 쌉싸름한 버섯 냄새가 입맛을 확 당겼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편안하고 입맛에 맞는 밥과 찌개, 고향집 어머니가 해주시던 밥상 그대로였다.
◆지금도 된장에 보리밥 즐겨 먹어
이 지사가 ‘오정’을 찾은 지는 20년이 넘는다. “아마 1991년 충북도 기획관리실장 시절이었을 것입니다. 그때는 버섯찌개가 없었고 된장과 청국장을 팔았어요. 이 집 아주머니 음식 솜씨가 워낙 좋아 예전에 어머니가 해주시던 그 맛을 생각하며 자주 왔죠. 어릴 적 고향(충주)에서 먹을 게 없어 주로 산나물과 된장찌개를 먹었거든요. 20년 전처럼 지금도 이 식당은 갖가지 산나물이 즐비합니다. 무엇보다 즉석에서 해주는 밥맛이 일품입니다.”
식당 주인인 오정재 씨(65)는 손님이 올 때마다 냄비에 밥을 해준다. 눈대중으로 쌀과 물 비율을 맞추지만 나중에 바싹한 누룽지까지 나올 만큼 눈썰미가 정확하다. 쌀은 밥맛 좋기로 유명한 진천에서 생산한 것을 사용해 윤기만으로도 군침을 돌게 한다.
마침 나물들이 밑반찬으로 먼저 나왔다. 이 지사는 냉큼 호박고지를 집어들어 입에 가져갔다. “호박 맛은 참 다양해요. 호박죽과 호박고지, 된장에 넣은 호박 모두 다른 맛을 내거든요. 어릴 때 시골에서 주로 호박을 찬으로 먹어서 그런지 호박에 먼저 손이 갑니다. ”
◆“국가 균형발전은 시대적 사명”
분위기가 무르익자 지역균형발전협의체 제2대 공동 회장으로 추대된 것에 대해 축하 인사를 건넸다. “대선을 앞둔 중요한 시점에 중책을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정부가 끊임없이 시도해온 수도권 규제 완화를 저지하고, 차기 정부가 국가 균형발전 정책을 적극 추진할 수 있도록 중심 역할을 하겠습니다. 국가 균형발전은 시대적 사명입니다.”
지역균형발전협의체는 비수도권 13개 시·도지사와 지역대표 국회의원 26명이 주축이 돼 2006년 출범했다. 이들은 지방 분권과 국가 균형발전을 실현하기 위한 논리를 지역 입장에서 체계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 지사는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울산 중구)과 2기 지역균형발전협의체를 이끌고 있다.
밑반찬에 이어 갓 지은 콩밥과 버섯찌개가 나왔다. “이 집 버섯찌개는 참 특이해요. 능이버섯과 싸리버섯 등 4가지 버섯에 고추장과 마늘만 넣어 끓이는데도 이렇게 오묘한 맛이 나거든요. 8년 숙성한 보리고추장이 비결이라고 하네요.”
◆“청주-청원 통합은 지역발전의 촉매”
청주시와 청원군 통합을 위한 ‘청주시 설치 및 지원 특례에 관한 법률안(청주시 설치법)’과 충북경제자유구역 지정 등 지역 현안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했다.
“청주시 설치법의 국회 통과와 경제자유구역 지정은 무리가 없다면 올해 안에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청주시와 청원군 두 지역이 원만하게 통합을 추진했고, 충북 내륙 지역을 위해 경제자유구역 지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정치권에서도 형성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청주시 설치법은 인터뷰를 한 이날 여야 이견 없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와 21일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다. 청주시와 청원군은 2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친 뒤 예정대로 2014년 7월 통합시로 출범한다. 청주시와 청원군은 현재 83만명(청주 67만명, 청원 16만명)인 인구를 100만명으로 끌어올려 통합시를 세종시, 대전시와 ‘삼각 축’을 형성하는 중부권 핵심 도시로 육성할 계획이다.
지난 9월 예비 지정을 받은 충북경제자유구역도 조만간 공식 지정이 확실시된다. “5년간의 끈질긴 노력 끝에 경제자유구역 예비 지정을 받는 데 성공했습니다.”
통합 청주시 출범과 충북경제자유구역 지정은 지역발전의 촉매가 될 전망이다. 충북경제자유구역 후보 지역으로 지정받은 곳은 충주시와 청원군 일대 10.77㎢(326만평)다. 청원군 오송읍 연제·봉산리 일원에 들어서는 ‘바이오 밸리’와 청원군 내수읍 입동·신안리 일원의 ‘에어로 폴리스’, 충주시 가금면 일원의 ‘에코폴리스’ 등 3개 지구다.
“경제자유구역과 행정구역 통합에 성공한 청주·청원을 중심으로 충북 혁신도시, 충남도청 이전 신도시, 충주·태안 기업도시, KTX역세권, 황해경제자유구역, 오송 첨단의료복합단지 등 국가 대형 프로젝트가 긴밀하게 연결됐습니다.”
◆이 지사의 열정에 감동한 충청권 단체장
이 지사는 누룽지가 나오자 개인 접시에 버섯찌개를 또다시 담았다. 그는 뜨거운 누룽지를 후후 불며 청주공항에 관심을 가져 달라며 말을 이었다. “청주공항 활주로 확장은 직접적으로는 충북이 당사자입니다. 하지만 천안~청주공항 복선 전철 연장, 논산~청주공항 복선 전철 2단계 국가계획 반영 등이 달려 있어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등도 외면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청주공항 활주로 확장은 지금의 2744m를 3200m로 456m 연장하는 게 핵심이다. 이 지사는 이미 정부에 사업비 일부를 부담할 테니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주문한 상태다. “청주공항을 제대로 활성화하면 인근 경기 남부, 충청권, 강원 남부, 경북 북부의 인구 1800만명이 이용할 수 있는 국제공항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특히 청주공항은 인구 50만명의 자족도시를 표방하는 세종시의 관문이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오는 수많은 경제인들을 맞을 수 있습니다.”
이 지사의 이런 열정에 인근 광역지방자치단체장들도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뷰티박람회·바이오엑스포 등 국제행사 줄이어"
최근 충북도가 마련한 ‘청주공항 활주로 확장 공동 협력서’에 염홍철 대전시장, 유한식 세종시장, 안희정 충남지사가 서명했다.
“충청권 광역자치단체장들이 협력서를 통해 힘을 실어주셨습니다. 앞으로 충청권 4개 시·도는 힘을 합쳐 청주국제공항 활주로 확장과 세종시 안착,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구축 등 지역 현안 사업에 적극 공조하겠습니다.”
◆내년부터 국제행사 즐비…“준비에 만전”
“어때요 찌개 맛있죠?” 이 지사가 먼저 물었다. 그는 버섯찌개의 장점으로 먹고 나서 속이 편한 것을 꼽았다. “고기나 회는 먹고 나면 소화하는 데 불편함이 있지만 버섯찌개는 혈액 순환을 도와서 그런지 정신이 맑아지는 것 같습니다.”
내년부터 시작하는 각종 국제행사 준비는 어떤지 물어봤다. 충북에서는 내년 5월 ‘2013 오송화장품·뷰티세계박람회’를 시작으로 같은 해 8월 ‘2013 충주세계조정선수권대회’, 2014년 ‘2014 오송 국제바이오산업엑스포’, 2015년 ‘괴산 세계유기농엑스포’가 잇따라 열린다.
“잘 치를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즐비한 국제행사로 직원들이 지칠 수도 있지만 이런 행사들을 소홀히 하면 충북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또다시 찾아오지 않죠. ”
◆태양광·의료관광산업 육성하겠다
‘선거 6승 신화’는 이 지사를 따라다니는 꼬리표다. 이 지사는 민선 1·2·3기 충주시장과 17·18대 국회의원, 민선 5기 충북지사 등 총 6번의 선거에서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우연일 수도 있고 하늘이 도운 것도 있겠지만 굳이 이유를 들자면 비정치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일부러 그렇게 할 수는 없는 것이지만…. 그냥 열심히 일하고 진정성을 가지고 유권자들에게 다가가니 제 진솔한 모습을 높게 평가해주신 것이죠. ”
이 지사는 끝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강하고 잘사는 충북’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 태양광 산업과 의료관광 산업을 활성화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충북은 국내 태양광 산업 셀과 모듈을 60% 생산합니다. 신재생에너지 문제는 인류 전체의 문제인 만큼 충북에서 진행하는 태양광 산업 정책에도 정부가 꾸준히 관심을 보여줘야 합니다. 또 대한민국의 의료관광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연구소, 기업, 국책기관들이 모여 있는 충북에 투자해야 합니다. 오송 바이오밸리와 속리산 일대의 산림바이오휴양밸리가 조속한 시일 내에 정상궤도에 올라야 합니다.”
이시종 지사의 단골집 오정 싸리·능이 재료 자연산 버섯찌개 대표 메뉴
충북 청주시 상당구 서운동에 있는 자연산 버섯찌개집이다. 옛 법원사거리에서 일신여고 방향으로 가다 보면 서운동 성당이 있고 음식점은 성당 맞은편 도로가에 있다. 충북도청에서는 승용차로 5분 거리다. 1980년부터 문을 열었으며 처음에는 두부와 막걸리를 팔다 1995년부터 버섯찌개를 시작했다.
이 음식점은 자연산 버섯찌개가 대표 메뉴다. 버섯찌개는 1인당 2만원. 버섯은 주인 오정재 씨 언니가 충북 보은에서 직접 따 보내준다. 수확철인 7~8월에 딴 버섯을 소금에 절인 후 냉동·냉장하지 않고 그늘에 충분히 말린 다음 손님이 올 때마다 그때그때 밥상에 올린다. 버섯찌개는 싸리버섯, 밀버섯, 밤버섯, 능이버섯만을 재료로 사용한다.
이 집의 또 다른 특징은 10여가지 나물이다. 인근 전통시장에서 국내산을 확인한 후 밑반찬으로 올린다. 뽕잎나물을 비롯해 홑잎나물, 취나물, 고사리, 호박고지 등을 직접 담은 된장과 버무려 입맛을 당기게 한다.
좌석은 10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방 2개가 전부다. 장소가 협소해 예약제로 운영한다. 충북도 기관장들이 손님을 맞을 때 자주 이용하고 있다. (043)-257-6726
청주=백창현 중부지역본부장/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