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선후보 전격 사퇴] 安, 양보 아닌 사퇴…상처받은 지지자 文으로 이동할지 촉각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23일 대선 레이스에서 중도 하차하면서 대선 구도가 급격하게 요동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안 후보 간 3각구도는 박-문 후보 간 양자구도로 재편되게 됐다. 정권을 재창출하려는 새누리당과 정권을 되찾으려는 민주당의 진검승부가 펼쳐지게 된 것이다. 동시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맏딸인 박 후보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문 후보의 대결은 불가피하게 ‘박정희 대 노무현’의 구도를 만든다. 중도층 잡기 경쟁도 본격적으로 벌어지게 됐다. 양당은 상대 후보에 대한 검증의 고삐를 더욱 죌 것으로 예상된다.

단일화에 맞서게 될 박 후보는 단일화 시너지 효과를 차단하고 범보수 층을 묶어내는 동시에 지지층을 확대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박 후보는 민생·정책행보에 주력하면서 단일화 파고를 넘겠다는 전략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새누리당 고위 관계자는 “문·안 두 후보 측의 단일화는 예견된 수순”이라며 “우린 우리 ‘페이스(속도)’대로 선거에 임하면 된다. 민생과 정책이라는 두 무기를 갖고 뚜벅 뚜벅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지난 22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에서 야권 단일화에 대응할 ‘파격 카드’에 대해 그는 “특별하고 기발한 대응전략이라는 것은 없다”며 “어떤 정치공학도 진심을 넘어설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문 후보는 단일화 여세를 몰아 박 후보를 넘어서겠다는 전략이다. 그러기 위해 안 후보와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면서 시너지를 극대화해야 하는 게 필수다. 안 후보 지지층 이탈을 최소화해야 하는 것도 급선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 지지층이 문 후보로 단일화될 경우 이탈률은 30%에 육박한다. 때문에 안 후보가 사퇴했지만 그의 영향력은 살아 있다는 지적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안 후보가 비록 사퇴했으나 안 후보 지지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문 후보는 안 후보를 대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이날 사퇴 기자회견에서 문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며 “문 후보에게 성원을 보내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권 교체를 위해 백의종군을 하겠다고 했다. 문 후보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안 후보 사퇴로 문 후보 측에 일정 정도 시너지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함성득 고려대 교수는 “드라마틱한 핵폭탄급으로 ‘컨벤션 효과(정치적 이벤트 후 지지율이 상승하는 현상)’가 아주 크고 문 후보의 인기를 높이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컨벤션 효과가 극히 제한적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단일화 룰 협상 과정에서 잡음이 너무 오랫동안 지속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감동이 너무 늦었다”며 “(안 후보를 지지하던) 중도보수층은 박 후보 지지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새 정치와 정권 교체를 강조하던 두 후보가 서로 권력을 쥐겠다며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통에 양측 지지자들의 이탈도 점차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김용호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단일화 과정에서 양측 지지자들이 느낀 배신감이 워낙 크다보니 단일화 이후에도 이들 세력을 한데 모으는 작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 본부장은 “안 후보는 정상적인 절차에 의한 단일화가 아니라 일방적으로 사퇴했기 때문에 문 후보 측에 감놔라, 배놔라 할 정도의 동반자적 파트너십을 발휘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호기/허란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