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승그룹이 최근 연구·개발(R&D)로 제2의 도약에 나섰다. 그룹 주력 회사인 화승R&A와 화승이 자동차와 조선, 신발 분야에서 혁신과 창조를 내세워 기술 개발을 이끌어내고 있다.

지난 26일 경남 양산시 교동에 위치한 화승R&A 제품개발실. 120여명의 연구원 가운데 절반에 이르는 60명이 자동차와 조선 고무 제품 기술을 개발하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이들이 연구 중인 제품은 지식경제부가 주관하는 글로벌 전문기술개발사업인 ‘월드클라스 300’에 선정된 자동차와 선박에 들어가는 첨단 3가지 고무제품. 국내에선 처음 국산화가 시도되고 있다. 고재송 신규사업담당 이사는 “현재 제품 개발과 함께 시험 중”이라며 “2014년 향상된 3가지 제품을 개발하면 고무 관련 고부가가치 제품을 선보이는 셈”이라고 말했다.

우선 화승R&A가 연구에 역점을 두고 있는 제품은 자동차용 제품인 ‘높은 내구성 갖춘 슬림 브레이크 호스’다. 페달과 바퀴를 연결하는 브레이크 호스를 얇게 만들면서 열에 잘 견디고 고무 안의 실을 조밀하게 짜 넣어 내구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중량도 줄이는 데다 제동성이 짧아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자동차의 작은 창문에 유리를 함께 넣어 찍어내는 ‘인캡슐레이션 글라스런’도 한창 연구 중이다. 현재 사용하는 자동차의 창문에다 유리를 넣어 생산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창문과 유리를 한꺼번에 성형해 모듈로 만드는 것. 공정이 단축되고 바람소리를 줄일 수 있는 데다 외관이 깨끗해 해외 고급 승용차의 경우 이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회사 측은 이 제품이 완성되면 국내는 물론 크라이슬러와 BMW 등 외국 고급 승용차에 공급할 계획이다.

조선 분야의 신제품도 준비 중이다. ‘친환경 스턴 튜브 실 시스템’이 그것. 선박 프로펠러와 엔진룸 사이에 있는 고무실에 공기를 주입해 해수가 선박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고, 선박 내부에서 기계를 돌리는 윤활유가 밖으로 새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환경 오염을 막는 친환경 제품이다. 국내 자동차용 고무 점유율 1위인 화승R&A의 올해 매출 목표는 6400억원이다. 고 이사는 “고무제품 하나는 세계 최고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다양한 제품을 개발 중”이라며 “세계시장에서 일류상품을 내놓으면서 선두 자리를 지켜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스포츠 패션분야의 화승도 R&D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오픈한 부산 반여동 ‘화승I&C(혁신개발센터)’ 2층 연구실에 들어서니 워킹화인 ‘닥터새로톤’을 놓고 직원들이 발의 압력을 분산하고 혈액 순환을 돕는 기능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이종태 화승I&C센터장은 “글로벌 인재 등을 포함해 29명의 연구 인력을 갖추고 1388㎡ 규모의 건물과 개발 설비를 구축했다”며 “국내 유일의 최고 기술을 갖춘 신발연구소인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순 제품 출시 기능만 하던 개발센터의 개념에서 벗어나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제품을 기획 단계부터 개발까지 담당하는 센터모습을 갖추지 않으면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할 수 없다”며 “화승I&C는 단순히 외주 공장의 품질 관리와 공장 샘플 관리에서 탈피해 민간기업이 본격적으로 연구와 개발의 중심센터를 운영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승은 이곳에서 그동안 생산하던 독자 브랜드 ‘르까프’를 다양한 첨단 신발제품으로 탈바꿈시켜 국내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신발왕국 부산’의 명예를 되찾고 세계시장 공략의 기지 역할을 해내겠다는 전략이다. 이 센터장은 “디자인과 기술에서 창의적인 R&D가 이뤄지지 않으면 글로벌 브랜드가 될 수 없다”며 “한국은 외국 유명 신발회사들의 생산을 오랫동안 담당하고 있는 만큼 기술력과 노하우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을 살려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 개발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