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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전자상거래 총 거래액은 약 999조원이다. 이는 2010년 대비 21.2% 성장한 수치다. 그중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9조620억원으로 2010년 대비 15.3% 성장률을 보였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2년 2분기 전자상거래 및 사이버쇼핑 동향’에 따르면 올 2분기까지 전자상거래 총 거래액(B2G, B2B, B2C, C2C 포함)은 약 287조430억원으로 2011년 동기 대비 16.2%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온라인쇼핑이 차지하는 금액은 7조83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2% 증가세를 보였다.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는 전년 동기 대비 2.7% 성장했고, 소비자 간 거래(C2C)는 무려 27.0%나 늘었다. 온라인쇼핑 시장이 경기 불황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이유는 뭘까. 2012년 2분기까지 온라인쇼핑에서 소비자가 구매한 거래액 중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를 보인 품목은 여행 및 예약서비스(37.7%)가 가장 많았다. 이어 음·식료품(27.7%), 사무·문구(20.7%), 가전·전자·통신기기(16.1%)가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음반·비디오·악기(-20.6%), 꽃(-20.2%) 등은 감소했다.

매년 10%이상 성장…카드결제가 많아

경기 침체에도 여행·예약서비스가 증가한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고소득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소득이 늘면서 국내외 여행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추론해볼 수 있다. 대중교통의 편리성과 함께 저가항공의 등장, 여행업 번성 역시 한몫하고 있다.

전분기에 비해서는 스포츠·레저용품(36.9%), 여행 및 예약서비스(27.7%) 등이 증가한 반면 서적(-27.0%), 음반·비디오·악기(-15.2%), 농수산물(-14.3%) 등은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농산물은 기후에 많은 영향을 받아 물가 상승폭이 자주 오르내리는 품목이라는 점에서 특수성을 갖는다. 올해 날씨 영향으로 농산물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서 가격 부담을 느낀 소비자가 그만큼 지갑을 쉽게 열지 않았다고 추정해볼 수 있다. 서적과 음반·비디오 등은 전분기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하락세를 나타내는 종목이다. 큰 폭의 하락과 빠른 속도로 추락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적의 경우 정보기술(IT)이 발전하면서 ‘실물 책’의 수요가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 독자들은 온라인에서 욕구를 채워가고 있다고 분석해볼 수 있다. 소설과 카툰 등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는 책은 온라인에서 쉽게 접할 수 있으므로 그만큼 책시장의 수요는 온라인 쪽으로 기울고 있다.

5일제 근무가 정착하면서 스포츠 레저 시장은 아웃도어 용품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생계 부담의 직접적 영향권에서 벗어나 삶의 질을 생각하는 첫 번째 움직임이 스포츠·레저 산업이라는 점을 비춰볼 때 지난 몇 년간 고속 성장한 스포츠·레저산업은 더 큰 시장 규모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2012년 2분기까지 온라인쇼핑 업체들의 취급상품별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종합몰(11.3%)과 전문몰(10.7%)이 모두 증가세를 보였다. 전분기에 비하면 종합몰 1.9%, 전문몰 0.1% 각각 증가한 수치다.

운영 형태별 사이버쇼핑 거래액은 전년 동기에 비해 온라인 업체(8.7%)와 온·오프라인 병행업체(15.9%)가 모두 증가세를 보였다. 전분기에 비해서 온라인업체(3.0%)는 증가했지만 온·오프라인 병행업체는(-1.3%)는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쇼핑몰을 이용해 물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의 지불결제 수단별 거래액 구성비를 살펴보면 카드 72.8%, 계좌이체 21.5%, 전자화폐가 2.5%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카드로 결제를 하며 전자화폐의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전자화폐(2.3%포인트)가 늘고 계좌이체(-1.1%포인트), 카드(-0.8%포인트)는 다소 줄었다. 각 업체의 물품 배송 수단으로는 택배가 84.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자체 배송 10.7%, 오프라인 제휴가 1.7%로 조사됐다. 온라인쇼핑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며 택배업 역시 성업 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전통적 소매시장(재래시장 등)과 백화점, 근래 급속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대형마트까지 도소매 시장 역시 온라인쇼핑 시장의 성장에 따라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생존전략을 짜고 있다. 전년 동월 대비 편의점, 무점포판매(TV홈쇼핑, 방문판매, 계약배달, 온라인쇼핑 등), 슈퍼마켓, 대형마트, 전문상품 도매점 등 모두 고른 매출 증가를 보이고 있다. 이 중 무점포판매 시장은 전년 동월 대비 4.5%의 판매 신장을 보였다. 금년 2분기까지 전체 소매판매액 76조5200억원 중 7조8310억원이 온라인쇼핑 시장의 몫으로 10.2%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 상황에 따라 매출 증감은 온라인과 소매시장이 함께 겪는 현상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차츰 온라인쇼핑 시장의 파이가 커질수록 전통적인 소매시장의 파이는 줄어들고 있다. 그 피해자는 재래시장과 골목상권이다. 온라인쇼핑 시장과 백화점, 대형마트가 대자본을 투자해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상황에서 고래 등 사이에 낀 새우 꼴이 된 것이다.

지난 정부와 현 정부, 대선 후보들은 한결같이 골목상권 보호를 외치고 있지만 대형마트의 휴무제 권장·규제로 골목상권을 보호해주기에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 있다. 중소기업청의 ‘나들가게정책’ 같은 각종 지원책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정치·경제의 꼬인 실타래마냥 쉽게 풀기 어려운 문제로 보인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함께 골목상권의 능동적 움직임도 필요해 보인다. 상생 가능한 지역적 네트워크를 형성, 대자본 중심의 상권이 갖고 있지 못한 ‘틈새전략’을 펼쳐 나갈 필요가 있다. 싸게 팔수도, 그렇다고 온라인쇼핑을 병행할 수도 없는 처지에서 손님의 발길은 날이 다르게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쇼핑 VS 도·소매시장 그리고 골목상권

온라인 쇼핑몰의 운영주체 역시 대기업이 주도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소매업의 시장 위축을 알리는 신호는 통계청이 2009년 발표한 자료에 잘 나타나 있다. ‘2009년 기준 서비스업 부문 통계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도·소매업의 매출(100% 기준)은 2001년 68.8%, 2005년 64.5%, 2008년 62.4%, 2009년 61.4%로 감소를 보이며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같은 부류의 도·소매업이라도 시대적 상황에 따라 번성하는 업종과 사양길에 접어든 업종이 있지만 확실한 지표는 나타난다. 온라인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현상은 시장경제에 있어서 소비자가 선택하는 것이므로 잘잘못의 문제가 아니다. 다만 온라인 시장이 극대화되고 점유율이 올라갈수록 오프라인 시장, 즉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에서 종사하는 자영업자 등의 일자리가 없어지는 반작용 현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 실업률을 높이고 사회적 부담을 가중시켜 국가의 부담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심각한 비정규직의 문제, 고용불안을 겪고 있는 정부는 예측 가능한 정책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동안의 성장 추이를 볼 때, 온라인쇼핑 시장의 성장은 계속 유지될 전망이다. 도·소매업의 생존 전략과 골목상권의 몸부림은 온라인쇼핑의 성장과 더불어 치열한 영토 쟁탈전이 지속될 것을 예고하고 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