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과 야만은 대가를 치를 것이다.”

전쟁 중인 적대국에 한 말이 아니다. 프랑스의 기업 투자 유치를 책임지고 있는 아르노 몽트부르 산업부 장관이 세계 최대 철강회사 아르셀로미탈에 던진 말이다. 그는 26일(현지시간) 프랑스 경제일간 레제코와의 인터뷰에서 아르셀로미탈에 “(감원하려면) 프랑스를 떠나라”고 했다. 아르셀로미탈이 이달 초 프랑스 내 용광로 2기를 폐쇄하면서 629명을 감원한 데 대한 강한 비판이다.

프랑스 정부와 기업이 또 충돌했다. 대기업과 부유층 과세 등 반기업 정책을 펴온 프랑스 정부가 지난 6일 기업들의 법인세를 3년간 450억유로(약 62조5000억원) 깎아주겠다고 발표한 지 20일 만에 아르셀로미탈과 맞부딪쳤다. 노골적인 기업 혐오 발언까지 서슴지 않아 투자자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사기치는 미탈, 떠나라”

몽트부르 장관은 아르셀로미탈이 프랑스를 속인 것은 물론, 협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06년 인도 기업 미탈이 아르셀로를 합병할 당시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어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르셀로미탈은 애초에 그런 약속이 없었다고 밝혔다. 아르셀로미탈이 프랑스에서 고용하고 있는 인력은 2만여명이다. 아르셀로미탈은 올 상반기 유럽 사업장에서 4억3800만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몽트부르 장관은 “더는 원하지 않으니 아르셀로미탈은 차라리 모든 설비를 팔고 떠나라”며 강제 국유화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그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이끄는 사회당 정부 내에서도 좌파 성향이 강한 인사로 꼽힌다.

락시미 미탈 아르셀로미탈 회장은 27일 파리에 도착, 프랑스 정부 관계자들과 면담했다. 회사 관계자는 “2만명을 고용하고 있는 기업에 대한 ‘막말’에 미탈 회장이 크게 놀랐고 불쾌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랑스 파리조 프랑스경제인연합회 회장도 “몽트부르 장관의 국유화 시사 발언은 기업과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나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사설에서 “프랑스 영토에 ‘투자하지 말라’는 표지판을 꽂은 것과 같은 효과”라고 꼬집었다.

○반기업 정책에 늘어나는 실업자

올랑드 정부는 지난 5월 출범 당시부터 갖은 반기업 정책으로 구설에 올랐다. 6월에는 시간당 최저임금을 2% 인상했다. 기업의 최고 법인세율은 33%에서 35%로 높이려 하고 있다. 고소득자에게 최고 75%의 소득세율 적용을 추진하면서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그룹 회장이 벨기에 시민권을 신청하기도 했다.

비용 상승과 불경기로 구조조정에 나선 기업들의 움직임은 제도로 틀어막고 있다. 7월에는 8000명의 감원 계획을 내놓은 자동차 제조사 푸조시트로앵그룹에 대해 올랑드 대통령이 직접 나서 “그런 일이 벌어지게 놔두지 않겠다”고 했다가 회사 경영이 계속 악화되자 2개월 뒤 물러섰다.

올랑드는 지난 4월 대선에서 고용을 2014년까지 15만명 더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취임 이후 4개월 동안 실업자는 13만명 이상 늘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