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절도 피의자(43)와 검찰청 검사실과 모텔 등에서 부적절한 성관계를 맺은 초임 검사 전모씨(30)를 엄벌해 사태를 조기 진화하려던 검찰이 적용 법규가 마땅치 않아 난처하게 됐다.

‘뇌물수수’ 혐의로 26일 법원에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검찰은 27일 일본의 판례까지 소개하며 같은 혐의로 영장을 재청구했다. 대검찰청 감찰본부 안병익 감찰1과장은 “여성 측이 제출한 녹취록에 따르면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충분히 인정된다”며 “기타 증거들을 종합하면 항거(저항) 불능 상태였다는 여성의 진술을 모두 믿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 검사가 ‘자기야’라고 부르고 여성도 같은 말로 답하는 내용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은 전날 “뇌물죄 성립 여부에 상당한 의문이 있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지만 검찰은 피해 여성이 단순히 폭행을 당한 게 아니라 ‘성관계’라는 뇌물을 제공할 의사도 있었기 때문에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법원 내규에 따르면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하면 영장담당 판사도 바뀐다. 따라서 뇌물죄 성립 여부를 다른 판사에게 한번 더 판단받아 보겠다는 것이 검찰 측 의도다. 그러면서 검찰은 이날 일본 법원의 유사 판례를 언론에 소개했다.

야스카와 데루오라는 판사는 1980년 7월11일 자신이 담당한 절도 사건의 여성 피고인을 밤에 전화로 찻집으로 불러냈고, 나흘 뒤인 15일 이 여성과 여관에서 성관계를 맺었다. 판사는 “서로 호의를 품었다”며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을 부인했지만 일본 법원은 “두 차례밖에 만나지 않은 사이에 애정이 생겼다고 보는 것은 납득되지 않고, 이성 간의 정교도 뇌물”이라며 공무원 직권남용과 수뢰 혐의로 징역 1년형을 선고했다.

대법원의 한 판사는 “형법상 ‘위력에 의한 간음’ 조항이 딱 들어맞는데, 이 죄는 친고죄여서 두 사람이 합의하는 바람에 적용이 어렵다”며 “형사처벌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