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들이 은행과 신용카드사에 대출금리를 깎아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최근 이사회를 열어 금리 인하 요구권, 금리 공시 등을 담은 ‘대출금리 모범규준’을 의결했다. 이 가운데 금리 인하 요구권은 취업, 연봉 상승 등 신용등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변화가 있을 경우 고객이 신용대출 금리를 내려 달라고 제안할 수 있는 권리다.

2002년 도입됐지만 은행마다 기준이 다르고 이용실적이 거의 없어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금융당국은 이에 지난 7월 금리 인하 요구권을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바 있다.

은행들은 이번에 제정된 모범규준을 내규에 반영해 즉시 시행할 계획이다. 개인은 △취업 △승진 △소득 증가 △신용등급 개선 △전문자격증 취득 △우수고객 선정 △재산 증가 등 7가지 요건에 해당하면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 기업은 △회사채 신용등급 상승 △재무상태 개선 △특허 취득 △담보 제공 등의 경우 금리를 깎아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카드업계도 금융당국과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금리 인하 요구권, 이용한도 증·감액 절차, 이용 전 동의 절차 등을 담은 카드론 표준약관을 만들기로 했다. 표준약관이 제정되면 신용등급이 오르거나 급여·자산이 늘어나는 등 대출자의 신용도가 높아지면 카드론 금리를 깎아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김영기 금융감독원 상호여전감독국장은 “카드론 대출금의 57%가 만기 1년 이상이어서 금리 인하를 요구할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