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믿음 안가는 나로호, 이번엔 한국이 만든 상단부 이상, 발사 연기
우리나라 첫 우주 발사체(로켓)인 나로호(KSLV-1) 발사가 또 다시 연기됐다. 이번엔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상단부(2단 로켓)의 추력 방향 제어기가 발목을 잡았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29일 오후 긴급 브리핑을 갖고 나로호 발사를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이 장관은 “2단 로켓의 추력 방향 제어기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일부 전기신호 이상이 감지돼 발사를 중단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로호를 다시 조립동으로 옮겨 1, 2단 로켓을 분리한 뒤 점검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정밀 조사를 거쳐 중단 원인을 파악한 후 향후 일정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나로호는 이날 오후 4시 발사가 확정된 뒤 오후 1시58분부터 산화제와 연료(케로신), 헬륨 가스 주입 등의 절차까지 발사 준비를 순조롭게 마쳤다. 그러나 발사 16분52초를 남겨 두고 ‘상단부 신호 이상’으로 갑작스레 카운트다운이 중단됐다. 이에 교과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30분 후 카운트다운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으나 결국 오후 4시16분 발사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발사가 무산된 건 2단 로켓의 추력 방향 제어기(TVC·Thrust Vector Control)에서 전기 신호 이상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추력 제어기는 로켓 비행 방향을 조절하는 장치다. 나로호 상단부는 국내 기술로 제작됐으며 추력 제어기도 국내 기업과 공동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로호는 앞서 2009년 8월과 2010년 6월 두 차례 발사됐으나 정상 궤도에 진입하는 데 실패했다. 1단로켓 발사체를 제작한 러시아와의 계약이 ‘3회 발사’로 제한돼 있어 이번이 3차이자 마지막 도전이다. 3차 발사까지 나로호 개발사업에 투입된 예산만 8000억원에 달한다.

나로호가 연내 다시 발사대에 설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단순한 신호 오류가 아니라 실제 부품 문제로 밝혀지면서 국제기구에 통보한 발사예비일인 다음달 5일까지 발사 재기를 준비하는 게 불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연내 3차 발사 추진도 힘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로우주센터(고흥)=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

■ 추력 방향 제어기

위성을 제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로켓의 비행 방향을 제어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나로호는 1단과 상단(2단)이 분리된 뒤 상단 자체의 연료(고체 킥모터)를 점화, 상승하다가 위성을 분리해 궤도에 올려놓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추력 방향 제어기는 상단 추력의 크기와 방향을 제어하기 때문에, 이 시스템이 조금이라도 오작동되면 인공위성이 궤도에 올라설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