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엔 따뜻한 남쪽나라에서도 북적북적 축제 분위기다.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등에선 벌써부터 화려하게 장식한 크리스마스 트리에 불을 밝히고 축제 모드로 돌입했다.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행사도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공통적인 것은 쇼핑 행사다. ‘이어엔드 세일(yearend sale)’(말레이시아), ‘메가세일’(홍콩) 등 이름은 다르지만 쇼핑 여행객을 겨냥한 이벤트를 다채롭게 마련하고 있다. 명품 브랜드의 세일도 많아 여행과 쇼핑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기회다. 겨울 축제로 유명한 홍콩으로 쇼핑하러 떠나볼까.

◆홍콩 야경의 치명적인 매력

해가 서서히 고개를 떨구면 홍콩은 그 치명적인 야경의 매력을 발산한다. 좁은 동네에 빽빽하게 들어선 초고층 빌딩이 내뿜는 촘촘한 불빛은 서울과는 다른 느낌의 황홀함이다.

홍콩에선 지난달 23일 겨울 축제가 시작됐다. 빅토리아항을 비롯한 거리 곳곳에는 크리스마스 조명으로 반짝반짝하다. 소호, 너츠포드 테라스를 비롯한 쇼핑몰과 레스토랑, 디즈니랜드, 오션파크, 빅토리아파크 등 가는 곳마다 조명 장식이 도시 전체를 축제 분위기로 물들이고 있다. 오는 31일 밤 홍콩의 대표적 마천루들이 뿜어내는 환상적인 조명 쇼와 함께 ‘새해 카운트다운’이 새해맞이 행사로 펼쳐진다.

◆도시 전체가 면세점, 쇼퍼홀릭의 천국

‘밤에 피는 도시’ 홍콩의 또 다른 매혹은 쇼핑.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아 도시 전체가 면세점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지금은 최고 50~70%까지 깎아주는 연말연시 ‘메가세일’ 기간. 명품에서부터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을 최고 70~80%까지 싸게 팔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

IFC몰과 퍼시픽 플레이스, 타임스스퀘어, 엘리먼츠, 하버시티몰 등 대형 쇼핑센터마다 테마를 정해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과 함께 다양한 할인 및 경품 혜택을 마련했다. 세계적인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는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를 설치해 그 아래에서 캐럴 공연을 펼치고 크리스마스 엽서 보내기 이벤트도 벌이고 있다. 잘 고르면 항공료는 빠진다.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낸 나에게 주는 ‘셀프 힐링’ 선물이라고나 할까. 12월 홍콩에선 ‘못 이기는 척’ 지름신을 영접해도 좋다.

홍콩섬 북쪽 코즈웨이베이는 뉴욕 5번가, 파리 샹젤리제 거리를 제치고 올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상권으로 뽑힌 곳이다. 1㎡당 월 평균 임대료 270만원. 작년보다 35%나 올랐다. 수많은 여행 안내서가 한결같이 ‘홍콩의 명동’이라고 소개하지만 몸값은 명동의 4배 수준이다.

임대료가 높다는 건 그만큼 입점 경쟁이 치열하다는 얘기. 샤넬 등 명품브랜드 매장이 쉴 새 없이 확장 공사를 하고, 조만간 애플스토어 홍콩 2호점도 들어선다. 가구점 이케아 매장은 빠른 걸음으로 휙휙 둘러봐도 1시간이 걸릴 만큼 넓다. 한류 바람을 타고 물 건너간 중저가 화장품 미샤, 스킨푸드 매장까지 그야말로 없는 것 빼곤 다 있는 ‘쇼퍼홀릭의 천국’이다.

찾아가기도 쉽다. 쇼핑몰이 지하철과 아케이드로 연결돼 있어서다. 450여개의 상점이 있는 하버시티몰은 주룽(九龍)반도의 중심지인 침사추이역과 연결돼 있고, 타임스스퀘어와 하이산 플레이스 등도 코즈웨이베이역과 연결돼 쉽게 찾아갈 수 있다. 250여개 상점이 있는 IFC몰은 센트럴역, 엘리먼츠는 홍콩역에서 가깝다.

◆현지인에 인기 있는 하이산 플레이스

하이산 플레이스는 지난 8월 문을 연 17층짜리 쇼핑몰이다. 입점한 브랜드 120여개 중 절반가량이 홍콩에 처음 진출한 브랜드라 특히 현지인들에게 인기 있는 곳이다. 1층 화장품 매장은 홍콩 3대 면세점 체인점인 ‘T갤러리아’가 운영한다. 바비브라운 숍에 들어가 번지지 않는 마스카라를 보여달라고 하자 “쌍꺼풀이 없는 당신은 저 브랜드가 더 잘 맞을 겁니다”라며 랑콤 매장에 데려다준다. 한국 백화점에선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서비스다.

지하 식품매장 ‘제이슨’은 동료들에게 선물할 초콜릿이나 자스민차 등을 구입하기 좋은 곳. 미국 영양제 브랜드 GNC 가격도 한국의 3분의 1 수준이다. 전 세계에서 수입한 프리미엄 식품관이란 매장 안내문을 보면서 쇼핑하는데 곳곳에 낯익은 포장과 한글이 눈에 띈다.

6층은 여성전용 ‘에덴 동산’이다. 란제리, 요가복, 헤어용품, 천연화장품, 아기자기한 소품까지 여자의 지갑을 무장해제시키는 아이템이 많다. 폭풍 쇼핑 후엔 먹지 말라는 사과를 따먹었던 ‘이브의 원죄’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으니 다음달 결제해야 할 카드값을 ‘주문’처럼 되새기시라.

하루에도 몇 명씩 마주치는 ‘말’이나 ‘자전거’ 로고를 대체할 옷을 찾고 있다면 ‘잭 윌스’ 매장에 가보자. ‘영국판 폴로 랄프로렌’으로 불리는 브랜드다. 영국의 윌리엄과 해리 왕자가 이 브랜드 셔츠를 입고 클럽을 드나드는 사진이 파파라치에 포착되면서 유명해졌다. 꿩 모양이 그려진 꽈배기 짜임의 울 니트나 체크무늬 셔츠가 클래식하면서도 세련돼 보인다.

하이산 플레이스에서 1분 거리의 리가든스 쇼핑몰엔 루이비통, 에르메스, 보테가베네타 등 명품 브랜드가 모여 있다. 관광과 쇼핑으로 최적화된 도시 홍콩의 명품 숍은 쓸데없이 고객을 주눅들게 하지 않는다. 서울에서 유니클로 매장에 들어갈 때처럼 편한 마음으로 둘러보면 된다. 비록 눈요기 쇼핑일지라도.

홍콩=이명림 기자 jo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