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1조원대의 서울 고덕주공2단지 시공사 선정 입찰이 지난 7월에 이어 또다시 무산됐다. 이 단지는 건설사(시공사)가 조합원에게 개발에 따른 수익을 보장해주는 ‘확정지분제 방식’으로 재건축을 진행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은 “최근 3년간 아파트값 하락이 지속된 데다 분양시장마저 침체돼 조합원에게 수익 보장을 약속하기가 쉽지 않다”며 “적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무리한 시공 조건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우량 주거지역으로 꼽히는 고덕주공까지 시공사 선정에 실패함에 따라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값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1조원대 재건축 공사도 수주 외면

3일 고덕주공2단지 재건축 조합에 따르면 이날까지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제안서를 받았지만 한 곳의 건설사도 참여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7월에 이어 5개월 만에 또다시 시공사 선정에 실패했다.

조합은 건설사들의 요구를 일부 반영해 이번에는 입찰 조건을 완화시켰다. 시공사가 미분양에 대한 책임을 모두 지는 조항과 공사비를 현금 대신 아파트로 지급할 수 있는 요건을 없앴다. 그렇다고 해도 건설사들은 확정지분제 방식으로 공사를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재건축 이후 손실이 나든, 이익이 나든 시공사가 책임지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A건설 관계자는 “조합원에게 수익이 돌아가려면 일반 분양가를 3.3㎡당 2300만원 이상은 받아야 하는데 현재 분위기로는 1900만원대를 넘기기 힘들다”고 말했다.

조합은 내년에도 시공사 선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변우택 고덕주공2단지 조합장은 “조합원들의 기대 수준이 높아 시공사 선정조건을 더 이상은 양보하기 힘들다”며 “부동산시장이 회복되지 않는 한 재건축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과천주공2단지 ‘긴장’

과천주공2단지도 이날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제안서 접수를 마감했다. 4900억원의 공사비를 들여 1990가구(재건축 이후)로 재건축하는 단지다.

입찰 참여를 고민 중인 한 건설사 관계자는 “올 상반기 인근 과천주공6단지(GS건설)와 1단지(포스코건설)가 시공사 선정에 성공했지만 지금은 정부청사가 빠져나가기 시작하고 주변에 저렴한 보금자리주택 공급이 확정되면서 과천 집값이 많이 떨어졌다”며 “시공 참여 분위기가 더 안좋아졌다”고 말했다. 조합은 시공능력순위 30위권 이내 건설사에 입찰참여 안내문을 보냈다. 지난달 10일 실시한 현장설명회에는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롯데건설 SK건설 코오롱글로벌 등 6개 건설사밖에 참여하지 않았다.

과천 일대 재건축 조합원이 희망하는 확정수익은 토지면적의 1.4~1.5배에 해당하는 아파트를 공짜로 받는 것이다. 건설사들은 현재 시장 상황에선 불가능하다는 생각이다. 조건을 맞추려면 일반 분양가가 3.3㎡당 2700만까지 높아져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팔릴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판단이다.

조성근/정소람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