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을 나흘 앞둔 지난 11월2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 유세장에서 지지자들 앞에 섰습니다. 유려한 듯 직설적인 특유의 언어로 그는 공화당 미트 롬니 후보를 공격했습니다. 청중들은 롬니가 언급될 때마다 ‘우~’하며 큰 야유를 보냈습니다. 분위기가 달아오르자 오바마는 회심의 일격을 가했습니다. “야유는 정답이 아닙니다. 투표가 필요합니다. 투표는 가장 좋은 복수입니다.”

졸지에 복수 대상이 돼 버린 롬니는 TV 광고까지 동원하며 오바마의 레토릭에 반발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오바마의 재선과 롬니의 패배였습니다. ‘민주주의의 핵심 절차’라는 고상한 말로 포장된 투표의 본질을 자극적으로 재정의한 오바마의 적극적인 선거전략이 승리의 밑거름이었을 겁니다.

‘투표가 가장 좋은 복수’라던 오바마의 말을 빌린다면 ‘연말정산은 월급쟁이들의 유일한 복수’입니다. 매년 하는 연말정산을 두고 뭐 그리 살벌하게 ‘오버’하느냐는 지적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결코 과도하지 않은 판단입니다. 전문직 고소득자들의 소득 축소와 탈세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자영업자들도 다양한 감면을 통해 대부분의 세금을 면제받고 있습니다.

반면 ‘유리지갑’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직장인들은 홀대받아 왔습니다. 세수 확보에 혈안이 된 과세당국의 만만한 먹잇감이었던 것이지요. 꼼꼼하고 당당하게 연말정산에 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세금은 신성한 의무’라는 어쭙잖은 애국심이야말로 ‘오버’입니다. 너무 많이 환급받는다며 괜스레 미안해 할 필요도 없습니다. 억대 연봉자라도 ‘연말정산 그거 몇 푼 되겠느냐’며 귀찮아 하지 말아야 합니다. 가능한 한 많이 환급받는 게 정부의 업무태만에 복수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나라의 근간인 세금정책을 바른길로 이끄는 주권행사이기도 합니다. 한경 프리미엄섹션 베터라이프에서 복수의 노하우를 공유하십시오.

백광엽 금융부 차장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