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세계 8강] 수출 1위 정유산업…'지상유전' 고도화설비 11조투자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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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연속 무역 1조달러 비결은
내수로 편하게 돈 번다는 오해 깨질 듯
아세안 시장은 美·EU보다 '큰 고객'
내수로 편하게 돈 번다는 오해 깨질 듯
아세안 시장은 美·EU보다 '큰 고객'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나라의 1위 수출품목이 휘발유라는 게 믿어지십니까.”(이병무 GS칼텍스 홍보부문장)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이 올해 수출품목 1위에 올라서면서 정유산업이 수출 주역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올해 유럽연합(EU) 재정위기 여파로 선박 수출이 30% 가까이 감소한 상황에서 석유제품 수출이 받쳐주지 못했다면 무역 1조달러 달성도 어려웠을 것이란 지적이다.
◆수입 원유의 절반 수출
석유제품 수출은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작년 동기 대비 9.8% 늘어난 517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정유업계는 이런 추세라면 연말까지 560억달러 수출로 역대 최고 실적을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개사는 중동 지역에서 가공되지 않은 원유를 국내로 들여와 불순물을 제거하는 정제 과정을 거쳐 휘발유, 경유 등을 생산한다. 지난해 1008억달러어치의 원유를 들여와 절반 이상인 516억달러의 석유제품을 수출했다.
정유사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외 시장 개척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달성한 가격경쟁력이 세계 시장에서도 통할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원유 정제력 기준으로 SK이노베이션 울산공장은 세계 2위, GS칼텍스 여수공장은 3위, 에쓰오일 온산공장은 7위를 기록하고 있다. 2010년 이후 정유사들의 석유제품이 주력 수출품목으로 부상한 데는 업계의 공격적인 투자도 한몫했다. 금융위기 이후 현금 사정이 빠듯한 상황에서도 정유사들은 ‘지상 유전’이라고 불리는 고도화설비 투자에 적극 나섰다. 고도화설비는 값싼 벙커C유를 원료로 휘발유 등 경질유를 생산하는 설비다. 2007년 이후 4개 정유사가 고도화설비에 투자한 금액만 11조원에 달한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그동안 정유사들이 내수시장에서 편하게 돈을 번다는 잘못된 선입견이 많았는데 올해를 계기로 오해들이 풀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류 바람도 한 몫
2년 연속 무역 1조달러 달성 요인으로는 수출다변화의 성공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아세안은 한국 제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작년 이후 EU를 제치고 2위 수출시장으로 부상한 아세안은 올 들어서도 3위 시장인 미국보다 180억달러가량 많은 692억달러어치의 한국산 제품들을 사들였다. 특히 최근엔 석유제품 철강 무선통신기기 등의 수출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베트남 등 한국 기업들이 몰려 있는 지역에 부품 등 중간재 수출이 늘어나고 있는 데다 최근 한류(韓流)붐과 맞물려 소비재 수출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아세안 지역으로의 부품·소재 수출은 2007년 189억달러에서 지난해 208억달러로 10.1% 늘어났다. 식품 의류 등 소비재 수출 증가율도 2008년 18.7%를 기록한 뒤 증가세를 보이며 지난해 20.8%까지 높아졌다.
조영태 지경부 수출입과장은 “중국으로의 수출 증가율이 최근 한 자릿수로 떨어지면서 중간재 수출 위축에 대한 우려가 컸는데 다행히 아세안 시장이 받쳐주고 있다”며 “아세안 지역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투자 확대가 수출로 직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호/윤정현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