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학원 수는 8만4556개, 공부방과 과외교습자 등을 합치면 전체 사교육 사업자는 22만1098곳(지난 6월 말 기준)에 달한다 . 2000년대 중반까지 연 10%가량 성장하며 ‘레드오션’이 된 사교육 시장이지만 최근 최근 2~3년 전 창업해 연 매출 100억원에 달한 교육 벤처 창업자들이 있다. 정성은 위버스마인드 대표(35·서울대 전기공학부 95학번·2009년 창업), 심여린 스픽케어 대표(32·의류학과 99학번·2008년 창업), 윤성혁 에스티엔 대표(32·토목공학과 99학번·2010년 창업) 등 교육 벤처 사업가들은 한결같이 “창업은 인생을 걸 만큼 보람차지만 죽을 각오를 해야 한다”며 “아이템·자금·조직·노하우를 미리 차곡차곡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에 대한 그들의 충고를 들어봤다.

-교육을 창업 아이템으로 잡은 이유는.

▶정성은 대표=내가 알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가르쳐주는 일이 재미있어 시작했다. 통닭 시장만 봐도 레드오션이라고 하지만 불닭, 파닭 등 새로운 아이템을 잡으면 성공할 수 있다. 교육 시장도 색다른 아이템으로 승부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심여린 대표=교육사업은 단순하게 돈 버는 것 이상의 보람이 있다. 내가 만든 콘텐츠가 누군가의 삶에 도움이 된다는 기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윤성혁 대표=세계시장으로 진출하는 것도 쉬울 것 같았다. 한국의 교육 콘텐츠 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각자 사업을 소개해 달라.

▶심 대표=전화영어인 스픽케어, 미국에서 현지인이 실생활에서 쓰는 영어를 동영상 촬영해 4000GB(기가바이트)가 넘는 데이터베이스로 만든 스피킹맥스 등이 있다. 올해 전체 예상 매출은 100억원이며, 앞으로 모바일과 해외를 키워드로 사업을 확장할 생각이다. 지난 9월 중국에서 스피킹맥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정 대표=자체 개발한 손바닥만한 스마트기기 ‘뇌새김 워드탭’이 주력 상품이다. 그림을 띄우고 주어진 그림에 맞는 단어를 연상하거나 회화를 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현재 40개 학교 정규 영어수업에 쓰이고 있다. 앞으로 온라인이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으로 유연하게 가려고 한다.

▶윤 대표=공무원 시험 영어과목을 인터넷으로 강의하는 ‘단기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다른 회사와 차별화한 부분은 스타강사를 스카우트하는 것보다 내부에서 육성한다는 점이다. 연예 기획사가 아이돌 스타를 키워내는 것과 비슷하다.

-앞으로 교육 시장 전망은.

▶심 대표=한국의 교육 기업들이 외국으로 활발하게 진출할 것이다. 그동안 교육업계가 입시에 너무 치우쳐 해외 진출 시도를 많이 하지 못했다. 한국의 교육열을 생각할 때 콘텐츠 수준은 이미 세계적이다.

▶윤 대표=콘텐츠에 교육 기업의 성패가 달렸다. 영화나 게임산업처럼 자본이 더 많이 투입되는 ‘대작’ 콘텐츠들이 나올 것이다. 예컨대 한국 고대사 강의를 만든다면 만주 고구려 유적지에 직접 강사가 가서 동영상을 만들 수도 있다.

▶정 대표=스마트 기기 확산에 따라 ‘개인화’가 핵심이 될 것 같다. 예전 인터넷 강의는 수많은 학생들에게 수준 높은 강의를 싸게 공급해 성공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개인 맞춤형 교육 비용이 점점 싸질 것이기 때문에 개개인에 최적화된 교육 콘텐츠를 공급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다.

-창업을 꿈꾸는 후배에게 한마디 하면.

▶심 대표=대학생이라면 실패하더라도 일어설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이 있으니까 한번쯤 생각해 볼 것을 권한다. 이미 회사를 다니고 있는 친구들에겐 ‘창업이 월급쟁이보다 보람찬 만큼 죽을 각오를 하라’고 말한다.

▶윤 대표=한국에 훌륭한 기업인이 더 나왔으면 좋겠다는 차원에서 창업을 장려한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장래에 교수가 되려고 미국 스탠퍼드대에 유학간 친구가 있다. 거기선 ‘교수하겠다’고 하면 동료들이 이상하게 보고 ‘창업하겠다’고 하면 멋지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가 미국의 힘인 것 같다.

▶정 대표=창업을 잘못 이해하는 이들이 있다. 사업계획서를 예쁘게 만들어 정부 지원금이나 엔젤투자를 받는 것이 창업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사람, 노하우, 아이템, 자금 등 네 부문이 창업의 축이다. 각 부문에서 최상, 중간, 최악의 시나리오를 만들고 대비해야 한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