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맘때 세계에서 9번째로 무역 1조달러를 달성했던 한국 무역은 올해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에서 지갑을 닫자 중국 공장이 생산을 줄였고 우리도 무역 위축이 우려됐다.

그럼에도 한국은 올해도 수출 5000억달러, 무역 1조달러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 FTA가 발효돼 대미 수출이 늘었고, 아세안, 중동 등 대 신흥시장 교역이 늘어 대 중국, 유럽연합(EU)의 수출부진을 메웠다. 이는 기업들이 신흥시장을 개척하는 데 힘쓴 결과다. 품목별로는 자동차, 부품, 석유화학 업종에서 돌파구를 마련했다.

그러나 세계 경제의 저성장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중국의 경기 회복 속도도 불확실하다. 유럽 재정위기를 해결할 방법은 나오지 않고 미국도 재정절벽이 우려되고 있다. 그간 수출을 주도한 가전, 무선통신기기의 생산기지가 해외로 옮겨가면서 수출물량이 감소하는 추세다. 섬유, 자동차도 경기 회복만을 기다리고 있다.

무역 1조달러를 넘어 2조달러에 도달하기 위해선 성장성이 높은 신흥시장이라는 ‘순풍’을 만나야 한다. 아세안 시장에서 문화 한류(韓流)를 활용해 마케팅을 펼치고 중남미에선 대형 유통업체를 공략하는 등 시장별 맞춤형 전략을 펴야한다. 중국을 가공무역 기지로 활용하던 대중 수출 전략을 전환, 중간재 위주의 수출 패턴을 내수 시장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성장세가 가파른 신흥국 소비시장을 공략할 필요도 크다.

새로운 수출동력이 될 ‘엔진’을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다. 주력 제조업종과 정보기술(IT)의 융합을 통해 고부가가치 상품을 만들고 해양플랜트, 의료, 문화 등을 새로운 수출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 주력 수출상품이었던 섬유, 신발 등 전통산업도 디자인을 개선하고 첨단 소재를 개발하는 등 고부가가치화해야 한다.

올해 한국은 작년보다 한 단계 상승한 세계 무역 8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기업들이 불확실성 속에서 분발한 결과다. 그러나 미래 수출 동력을 지속적으로 발굴하지 못하면 우리도 어느새 세계 경제의 높은 파고에 휩쓸릴지 모른다. 정부와 기업이 마음을 모아 무역 2조달러 시대를 향한 항해를 시작할 때다. 수출 엔진을 장착하고 신흥시장이라는 순풍을 단다면 무역 2조달러라는 항구에 무난히 닿을 것이라 확신한다.

윤상직 <지경부 제1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