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처음으로 외국 거주 국민이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5일 중국 베이징 주중대사관에서는 오전 8시 투표 개시와 함께 유권자들이 속속 투표에 나섰다.

아침 일찍부터 나온 유권자들은 대체로 출근 전 잠시 시간을 내 투표소에 들른 '넥타이 부대'가 많았다.

일부 유권자들은 투표 시작 30여분 전부터 미리 나와 기다리다가 투표를 하기도 했다.

타국에서 첫 대선에 참여한 이들은 한결같이 상기된 표정이었다.

부인과 함께 가장 일찍 투표소에 도착한 원용주(55)씨는 "사업을 하면서 14년째 중국에 살다 보니 대통령 선거에 참여하지 못했다"며 "오랫동안 주권을 포기하고 살다가 투표에 참여하니 나도 대한민국 국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감개무량해했다.

대기업 주재원으로 4년째 근무 중인 이종만씨도 "밖에서 한국을 바라보면서 걱정이 많았는데 신성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이라고 말했다.

베이징현대의 백효흠 사장도 이날 오전 일찍 투표소를 찾았다.

백 사장은 "전 한국인 임직원에게 반드시 투표를 하라고 권했고 제가 가장 먼저 나왔다"며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인의 처지에서 새 대통령이 한국 경제 발전을 잘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오전 9시20분(한국시간 오전 10시20분) 현재 주중대사관 투표소에서 선거에 참여한 사람은 45여명이다.

베이징, 톈진시, 칭하이성, 신장위구르족자치구 등지를 관할하는 베이징 주중대사관 투표소에서 선거를 하겠다고 등록한 이는 1만20명이다.

주중대사관 측은 주말인 8∼9일 투표에 참여하는 유권자들이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

최광순 선거관은 "앞선 총선의 사례를 보면 마감 직전인 일요일에 20% 이상인 2천여명이 넘게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상하이, 선양, 다롄, 우한, 홍콩 등 중국 각지의 공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도 선거가 순조롭게 진행됐다.

홍콩을 포함한 중국 전역의 투표 신고인 수는 3만5천674명이다.

(베이징=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