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은행권이 지난 3분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분기 순익을 올렸다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대손충당금 감소 등 일회성 요인보다 대출 확대에 따른 수입 증가가 수익성 개선에 더 많이 기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평가했다.

FDIC에 따르면 미국 전역의 7181개 은행 및 저축은행은 3분기 376억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6%(23억달러) 늘어났다. 분기별 순익으로는 2006년 3분기 이후 6년 만에 가장 많다.

은행들의 3분기 매출은 1696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 늘어났다. 2009년 4분기 이후 약 3년 만에 최대치다. 부실대출에 대한 대손충당금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8억달러 감소한 것도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됐다.

WSJ는 “그동안 은행들의 수익성 개선이 대손충당금 감소 등을 통해서만 이뤄져왔다면 3분기에는 대출자산 확대 등 전통적인 방법을 통해 실적을 개선한 것이 눈에 띈다”고 분석했다.

이는 미국 경기가 점진적으로 회복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자동차 판매가 늘어나면서 3분기 자동차담보대출(오토론)이 전 분기에 비해 2.4% 늘어났다. 사업 대출과 부동산 대출도 각각 2.2%, 0.8% 증가했다. 은행에서 돈을 빌려 사업을 확대하거나 집을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금융위기 이후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아온 기업과 가계의 ‘디레버리징’(차입 축소)이 끝나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실적 개선 추세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대출 성장세가 아직 눈에 띌 만큼 빠르지는 않은 데다 초저금리 정책이 지속되면서 대출자산 수익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3분기 미국 은행들의 대출자산은 650억달러 늘어나 2분기(1020억달러)에 비해 증가 속도가 둔화됐다.

한편 FDIC는 경영부실로 특별관리 대상인 이른바 ‘문제 은행’ 숫자가 3분기 말 현재 694개로 2분기 말의 732개에 비해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이 기간 파산한 은행 수는 12개로 2008년 4분기 이후 가장 적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