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이후 가장 창의적인 인물.’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시넷이 엘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41)에 대해 내린 평가다. 머스크는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능력을 가진 인물로 꼽힌다. 인터넷 전자결제 시스템 업체 페이팔을 공동 설립했고, 현재 상업용 로켓 제조업체 스페이스X의 CEO이자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모터스 및 태양광업체 솔라시티의 CEO도 겸하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협력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민간 우주선을 사상 처음으로 쏘아올리는 등 사업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특정한 분야에 관심이 국한되지 않은데다, 손을 대는 것마다 성공해 ‘괴짜 기업인’으로 통하기도 한다.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인 토니 스타크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하고 싶은 건 한다’…한계 없는 창업

머스크는 1971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났다. 유년시절부터 공상과학에 관심이 많았다. 가족들은 그가 유년시절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두 권 이상의 공상과학 책을 읽었다고 전한다. 그는 “인간의 우주여행이 가능하도록 만들고 싶었다”고 회고했다.

처음 재능을 보인 분야는 컴퓨터였다. 10세 때 처음으로 컴퓨터를 사서 스스로 프로그램을 익히고, 12세 때 게임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500달러에 팔기도 했다. 컴퓨터에 대한 호기심은 인터넷으로 이어졌고 대학시절 우주, 청정에너지 분야에도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대학시절 머스크는 걸음마 단계였던 인터넷에서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간파했다. 1995년 스탠퍼드대 응용물리학과 대학원에 입학하자마자 학교를 그만뒀다. ‘Zip2’라는 온라인 콘텐츠 출판 소프트웨어 회사를 설립하기 위해서였다. 상식을 깨는 분야에 대한 도전은 이때부터 비롯됐다.

Zip2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알아본 알타비스타는 4억달러에 회사를 인수했다. 그는 회사를 팔자마자 매각대금으로 1999년 3월 ‘X.com’ 이라는 온라인 결제 소프트웨어 회사를 세웠다. 당시에는 존재하지도 않던 인터넷 상거래가 머지않아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2000년 전자금융 솔루션 회사 컨피니티와 X.com을 합병해 페이팔로 회사 이름을 바꿨다. 2002년 10월 15억달러에 페이팔을 인터넷 쇼핑몰 업체 이베이에 매각했다.

2002년 6월 이베이와 인수협상을 벌이던 도중에 스페이스X를 설립했다. 사업 시작 7년 만에 세 번째 창업이었다. 처음 착수한 일은 저렴한 가격의 로켓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시기도 적절히 맞아떨어졌다. NASA가 2011년 ISS에 화물을 실어나르기 위한 우주왕복선 사업에 민간업체를 참여시키고, 우주왕복선 업무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한 것이다. 2008년 12월 스페이스X는 자사의 우주선 ‘드래곤’을 ISS 왕복에 이용하는 계약을 맺었다. 규모는 16억달러에 달했다. 지난 5월 드래곤은 ISS 첫 비행에 성공했다.

◆‘끝을 모르는 상상력’

머스크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다양한 사업영역에 도전하고 해당 분야에서 짧은 시간 내에 성공했다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끝없는 상상력 때문이다.

그는 지난 5월 드래곤 우주선의 발사 성공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화성 여행에 대한 계획을 내놨다. “10년 안에 50만달러(약 5억6000만원)면 화성을 왕복 여행할 수 있다”고 주장해 화제를 모았다. 한 술 더 떠 지난달 영국 런던 영국왕립항공학회에서 앞으로 20년 안에 화성에 식민지를 건설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약 360억달러 정도면 투명한 돔형 도시형태로 화성 식민지를 만들 수 있고, 화성으로 가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재사용되는 로켓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비전도 내놨다. 그는 “화성 식민지에는 약 8만명까지 거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성 식민지 계획은 “인간은 우주로 나가야 한다”는 지론에서 나왔다. 그는 지구에 안주해서는 인간의 멸종을 막을 수 없고, 인간이 적극적으로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서는 우주 개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소행성의 충돌이나 대형 화산 폭발로 인류가 한꺼번에 죽을 수도 있는데, 이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는다면 인류가 미래를 너무 안이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씨넷은 “머스크의 계획은 현실성이 없어 보이지만, NASA도 1970년대부터 화성 이주계획을 세운 점을 감안하면 그의 상상은 곧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평가했다.

머스크의 상상력은 탄소 배출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로운 지구를 만드는 데까지 닿아 있다. 요즘 청정에너지를 이용한 운송수단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2004년 설립한 테슬라모터스는 지난 6월 한 번 충전으로 426㎞까지 달릴 수 있는 전기차 ‘모델S’를 선보였다. 모델 S는 최근 양산에 들어갔다. 수직이륙 초음속 제트기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그는 “기존 항공기 업체들은 10년에 걸쳐 200억달러를 투자하고도 항공기 효율을 겨우 10% 개선했다”며 “우리가 구상하고 있는 초음속 제트기는 기존 항공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연료효율이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타고난 천재성에 노력까지

남다른 속도로 성공가도를 달려왔지만, 머스크는 “성공은 천재성 때문이 아니라 노력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한다. 머릿속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수없는 시행착오를 반복해왔다는 것이다. 직원들에게도 “우리 회사에서 실패는 필수적이다”며 “새로운 시도에서 실패하지 않았다는 것은 당신이 충분히 혁신적이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1주일에 100시간 이상을 일하는 ‘워커홀릭’으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두 번째 부인과 이혼했을 때 자식들과 며칠간 휴가를 떠났는데, 4년 만에 처음으로 휴가를 낸 것이었다. 유일한 취미가 여가시간에 집에서 자녀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최근에는 “여자친구가 있었으면 하지만 그녀를 위해 1주일에 10시간 이상을 쓰기는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자신이 노력을 하는 만큼 직원들에게도 혹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함께 일했던 직원들은 “불쾌할 정도로 직선적이고 독재적”이라고 얘기한다. 테슬라의 공동 설립자이자 전 CEO였던 마틴 에버하드는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는 직원들에게 절대로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며 “직원들에게 온갖 독설을 퍼붓는 것으로 유명했던 스티브 잡스만큼 냉혹하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친절한 편”이라고 평했다.

사회 공헌에도 관심이 많다. 재산은 약 20억달러로 추정된다.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 창업자 스티브 첸과 채트 헐리, 비즈니스 소셜 네크워크 사이트 링크트인 창업자 리드 호프먼 등 페이팔 시절의 동료들과 함께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 주도하는 ‘기부 서약’ 운동에도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