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앤컴퍼니는 브로드웨이식 제작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요. 배우가 공연에만 집중할 수 있게 준비해 놓으니까 작품 수준이 높아지는 게 당연하죠.”

최근 MBC 예능프로그램 ‘위대한 탄생 3’에서 멘토로 활약 중인 뮤지컬 배우 김소현 씨(35·사진)는 설앤컴퍼니를 ‘배우의, 배우에 의한, 배우를 위한’ 제작사라고 평가했다.

“한마디로 이런 식이에요. 배우들이 너무 춥거나 건조해서 연습하기 힘들다고 하면, 그날로 가습기를 공연장과 연습실에 놓아주죠. 술자리 회식 대신 과일로 배우들 건강을 위해주는 건 기본이고, 겨울에는 감기 걸릴까봐 예방주사도 챙겨줍니다. 공연 후에는 샤워할 수 있게 세면도구며 속옷까지 미리 준비해주니 배우들이 열심히 안 할 수 없다니까요.”

김씨에게 설앤컴퍼니는 “열 손가락 깨물어서 특별히 아픈 손가락”이자 “친정 같은 곳”이다. 그는 서울대 대학원 성악과에 재학 중이던 2001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오디션에 합격, 여주인공 크리스틴 역으로 24만여명의 관객을 만났다. 성악을 전공한 뮤지컬 배우가 희귀한 시절에 뮤지컬 ‘생짜’이기도 한 그의 발탁은 파격적인 사건이었다.

“나중에 들으니 제가 하얀 도화지 같았다고 하더라고요. 제게 ‘오페라의 유령’의 색깔을 칠해주고 싶었다고 하더군요. 크리스틴도 팬텀이란 사람이 색깔을 칠해준 거잖아요. 하룻밤에 신데렐레가 된 내용이기도 하고요. 당시 저하고 이미지가 딱 들어맞았던 것 같아요.”

그는 2009년 재공연 때 다시 한 번 크리스틴 역을 맡아 관객 30만여명을 만났다. 국내 뮤지컬 관객들이 ‘오페라의 유령’하면 김소현을 먼저 떠올리는 이유다.

그에게 설앤컴퍼니는 친정처럼 편한 곳이지만, 철저하게 능력으로 평가하는 제작사이기도 하다. 모든 배역을 오디션을 통해 뽑기 때문이다. 인지도가 있거나 제작사와 친한 배우는 오디션 없이 뽑는 다른 제작사들과 다르다.

“제가 2001년 ‘오페라의 유령’ 무대에 섰다고 해서 2009년에 오디션 없이 크리스틴 역을 맡은 게 아니에요. 설앤컴퍼니는 이전에 해당 역할을 맡았던 배우라고 해서 봐주는 법이 없습니다. 당시에 아무리 잘했어도 지금 실력은 모르니까요. 그래서 2009년에 오디션을 봤을 때 더 떨렸던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배우들이 안주하지 않고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고요.”

설앤컴퍼니는 배우에게 주급(週給)을 주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돈 걱정을 하지 않게 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는 “뮤지컬 배우들도 생활인인지라 돈이 들어오지 않으면 쪼들리는 법이거든요. 몇몇 제작사는 공연이 끝나도 개런티를 주지 않아요. 설앤컴퍼니만은 회당 얼마씩 몇회 출연했다는 영수증과 감사인사가 담긴 봉투를 주죠. 봉투 받는 아침마다 기분이 참 좋았어요.”

그에게 설도윤 대표는 어떤 존재일까. “저에게는 멘토가 두 분 있어요. 설 대표와 윤복희 선생님이에요. 설 대표는 배우들을 편하게 해주지만, 격조 있게 대하는 분이에요. 공연 때는 배우들 몰래 공연을 보고 가요. 무대 위의 배우들이 회사 대표의 시선을 불편해 할까봐서죠. 그러면서도 나중에 ‘이 장면은 이런 식으로 연기하면 더 좋지 않을까’ 조언해주죠. 한두 마디로 사람 마음에 울림을 주는 그런 분이에요.”

그는 설 대표의 도전 정신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제작사는 작품 하나만 흥행시켜도 충분히 먹고 산다고 하잖아요. ‘오페라의 유령’이 그렇게 잘됐는데도 설앤컴퍼니는 ‘위키드’를 국내에 가져와서 뮤지컬계에 새 장을 열었죠. 작품을 보는 설 대표의 안목은 누구도 못 따라가는 것 같아요. 설사 작품을 가져오고 싶다고 해서 다 가져올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브로드웨이에선 능력이 되는 제작사에만 작품을 주니까요. 설앤컴퍼니가 미국에서 이미 검증을 받은 회사라는 걸 입증하는 것이죠.”

그는 ‘오페라의 유령2’가 국내에 들어오면 주저하지 않고 오디션을 볼 것이라며 ‘오페라의 유령’에 대한 애착이 크다고 했다.

“‘오페라의 유령’은 최고예요. 음악 이야기 무대 등 모든 걸 완벽하게 갖춘 작품이죠. 제 팬 중엔 100회 이상 본 이들도 있어요. 그만큼 매력 있는 작품이죠. 배우가 100회, 200회, 300회를 해도 한번도 똑같이 할 수 없는 살아있는 작품이에요.”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