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의 처신이 보기에 민망할 정도다. 정통 야당의 후보가 이미 사퇴한 안철수 씨에게 어떻게든 기대 선거를 끌고 가려고 하니 그렇다. 차라리 비굴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 모르겠다. 어제 어렵사리 안씨와의 회동이 성사돼 안씨로부터 아무 조건없이 힘을 보태주겠다는 지원 발언을 얻었지만 결과는 달라질 것이 없다. 문 후보는 지금이라도 자신의 정책과 비전으로 당당하게 싸울 각오를 해야 한다.

문 후보는 자신을 나락으로 빠뜨리고 있는 것이 바로 ‘안철수 함정’이라는 점을 똑바로 인식해야 한다. 애시당초 안씨를 징검다리 삼아 뭘 해보겠다는 전략 자체가 정치공학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민주당은 단일화만 하면 승부가 다 끝날 것처럼 말했지만, 결국 양쪽이 지루하게 밀고 당긴 끝에 감동은커녕 국민들의 짜증만 사고 말았다. 지금 안씨 캠프에 모였던 사람들은 ‘보쌈파(친 문재인파)’와 ‘독자파(반 문재인파)’로 나뉘어 문 후보 지원방법을 놓고 내부 투쟁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처음부터 정치적 목적이 달랐던 사람들이다. 그러다 막상 후보가 사퇴하니 각자 살 길을 찾아 나서는 형국이다. 이런 판에 문 후보가 안씨 집 앞까지 찾아갔다가 헛걸음만 치는 일까지 벌어졌다. 무슨 석고대죄를 하는 것도 아니고 해프닝도 이런 해프닝이 없다. 문 후보는 지금도 국민연대다 뭐다 하지만 이 역시 본질적으로는 단일화 쇼와 다를 게 없다. 설사 패배하더라도 국민들에게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게 정치지도자로서 최소한의 도리가 아니겠는가.

이 모든것이 민주당이 첫 단추를 잘못 꿰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민주당은 총선 때 야권연대 운운하며 정책도, 이념도 전혀 다른 통합진보당과 손을 잡았지만 종북 좌파들의 국회 진출 길만 터주고 패배하고 말았다. 급기야 종북 좌파들이 대선후보 토론회마저 분탕질하기에 이르렀다. 후보 단일화도 마찬가지다. 이념도, 정책도 다른 안씨와의 무리한 단일화를 고집하다 결과적으로 자기 발등 찍는 꼴이 된 것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문 후보는 더 이상 구차한 모습을 보이지 마라. 정통 야당 후보답게 자신의 이념과 비전, 정책을 놓고 당당하게 싸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