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호주·캐나다…'경제 모범생' 도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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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재정위기 지속·원자재값 하락 여파
“유럽의 붉은 바다(경기 침체) 위에 독야청청 떠 있던 녹색섬(폴란드)이 잠기기 시작했다.” (파이낸셜타임스)
“캐나다 경제가 지난 수년 내 가장 강한 태풍을 맞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호주 경제가 글로벌 경기 침체라는 벽에 막혔다.” (호주 재무부)
세계 경제의 안전지대가 사라지고 있다. 탄탄한 제조업과 서비스업, 풍부한 원자재 등을 무기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0년 유럽 재정위기라는 파고를 넘은 폴란드, 캐나다, 호주 등 ‘경제 모범생’ 국가들에도 경고등이 켜진 것. 미국, 중국, 유럽 등 선진 경제권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더는 버티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제위기라는 도미노의 확산 범위가 넓어지는 양상이다.
폴란드 중앙은행은 5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연 4.25%로 0.25%포인트 내렸다. 지난달 3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했고, 이번달 다시 내린 것이다. 경제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방증이다. 폴란드는 유럽연합(EU) 27개국 중 재정위기에 전염되지 않은 유일한 국가로 평가받아왔다. 적극적으로 시장을 개방하고 제조업을 육성하며 다양한 성장동력을 만들어 온 덕이다.
하지만 유럽의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폴란드 경제에 대한 긍정론도 힘을 잃고 있다. 폴란드의 주요 ‘돈줄’인 자동차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나 떨어졌다. 경기 부양을 위한 마땅한 카드도 없다. 정부는 현재 7%대인 재정적자를 EU 기준인 3%로 낮추기 위해 강력한 긴축정책을 쓰고 있다. 지난 5월 열렸던 유럽챔피언스리그 효과로 반짝했던 내수도 감소세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주변국들이 모두 무너진 상태에서 우리만 버티긴 힘들다”고 토로했다.
캐나다도 미국 경제의 장기 침체 여파를 받고 있다. WSJ는 최근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진국보다 양호한 경제환경을 자랑하던 캐나다가 갑자기 위험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캐나다는 그간 국내총생산(GDP)의 약 70%를 차지하는 서비스업, 건전한 은행, 원자재값 상승을 기반으로 경제위기에서 한걸음 비켜서 있었다. 하지만 최대교역국인 미국 경제의 부진이 계속되면서 위기론이 커지고 있다.
가처분소득의 163%에 이르는 가계부채도 위험요소다. 캐나다는 2010년 9월부터 연 1%대 저금리를 유지하며 주택가격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이후 집값이 10%넘게 떨어지면서 부동산 버블 붕괴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호주도 지난 4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3%로 낮췄다. 중국의 원자재 수요 하락 영향으로 광산 투자가 감소하면서 관련 분야 인력들이 대거 해고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미국이 양적완화를 계속하면서 호주 달러 가치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것도 수출에 타격을 주고 있다. 호주 통계청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7%에서 3.1%로 낮췄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