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 OO화재입니다. 곧 자동차보험 만기신데요, 저희 회사를 이용해 보세요. 보험료도 저렴하고….”(보험사 텔레마케팅 직원) “바쁘다니까요. 앞으로 전화하지 마세요.”(직장인 조태호 씨·40)

이달 말 자동차보험 만기가 돌아오는 조씨는 최근 5개 손해보험사로부터 비슷한 전화를 받았다. 그는 “도대체 내 계약정보가 어떻게 돌아다니는지 모르겠다”며 “매년 자동차 보험 갱신 때마다 짜증이 날 정도”라고 말했다.

내년 4월부터 보험사들은 소비자의 분명한 동의가 있을 때만 자동차 보험 가입을 전화 등으로 권유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6일 “마케팅 목적의 자동차보험 계약정보 제공을 엄격히 제한하고, 소비자가 자기정보를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지금은 보험사들이 고객 계약정보를 손쉽게 취득해 텔레마케팅(TM)에 활용하고 있다. 보험사는 먼저 DB 사용에 관한 제휴를 맺은 대형마트 카드사 등에서 고객의 성명 전화번호 주민번호 등을 제공 받는다. 이 같은 1차 정보로 보험개발원에 해당 고객의 자동차보험 가입 정보를 조회하면, 보험개발원이 만기일을 포함한 계약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보험사들이 차동차보험 계약정보를 조회한 건수는 무려 3억5000만건에 달했다. 자동차보험 가입자 1명당 평균 20건이 조회된 셈이다. 이렇게 취득된 계약 정보로 보험사들은 전화 문자메시지 등으로 빈번하게 가입을 권유해 소비자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정보제공·조회 및 전화마케팅의 적법성과 적정성도 논란이 되고 있다.

금융위는 앞으로는 소비자가 자신의 개인 정보가 어떤 과정을 거쳐 자동차보험 마케팅에 활용되는지 명확히 인지하고 동의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텔레마케팅을 허용키로 했다. 특히 보험사가 계약 정보를 조회할 때는 적법한 동의 여부를 증빙할 수 있는 서류(동의서 스캔파일, 음성녹취파일, 공인전자서명 등)를 반드시 첨부하도록 했다.

이윤수 금융위 보험과장은 “지금은 보험사가 보험개발원에 계약 정보를 조회하면 정보이용 목적과 단순 동의취득 여부만 확인하고 있다”며 “단순 동의 여부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해당 보험사가 적법한 동의를 취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보험개발원에 있는 자신의 계약 정보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도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보험개발원에 ‘정보제공기록 조회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소비자가 이 시스템을 통해 ‘더 이상 정보제공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명하면 보험사에 대한 계약정보 제공은 즉시 중단된다.

금융위는 업계와 소비자의 의견을 수렵해 내년 1월 중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보험정보망공동정보관리지침을 개정할 예정이다. 보험사들의 실무적인 준비 기간을 감안하면 시행은 4월부터 가능할 전망이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