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다산기술상] 송전량 5배…세계 최고용량·전압 초전도 케이블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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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조전욱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
154킬로볼트·1기가암페어
크기는 구리케이블의 5분의 1
세계 평가 규격표준화 선도
시장 급성장…2020년 17억弗
美·日·EU와 경쟁기반 마련
154킬로볼트·1기가암페어
크기는 구리케이블의 5분의 1
세계 평가 규격표준화 선도
시장 급성장…2020년 17억弗
美·日·EU와 경쟁기반 마련
조전욱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53)이 제21회 다산기술상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조 책임연구원은 세계 최고 전압, 최고 용량인 154킬로볼트(㎸), 1기가볼트암페어(GVA)급 초전도케이블을 개발한 성과를 높게 평가받았다. 연세대 공학박사 출신인 그는 1984년 금성전선(현 LS전선) 연구원을 거쳐 1990년 한국전기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긴 뒤 20년 넘게 초전도케이블 연구에 몰두하며 국내 초전도 기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이는 데 공헌했다.
초전도케이블 시장은 2015년 2억9100만달러에서 2020년 17억100만달러, 2030년 154억1800만달러로 증가하는 등 2020년 이후 급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다. 이번 개발로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선진국들이 주도해온 초전도케이블 시장에서 우리나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극저온 이용한 꿈의 전력 기술
초전도는 전기가 매우 잘 통한다는 의미다. 1911년 네덜란드 과학자 카멜링 온네스가 도체의 온도를 낮추면 이온들의 진동폭이 줄어들면서 저항도 같이 감소할 것이라는 가설을 내놓으며 알려진 게 초전도 현상이다. 그는 헬륨이 액체로 변하는 극저온(영하 269도)에서 수은의 저항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처음 발견했고, 이 업적으로 1913년 노벨상을 수상했다. 이후 물리학자들은 헬륨 대신 질소를 사용해 보다 높은 온도에서도 초전도 현상을 만드는 성과를 거뒀다.
초전도케이블은 이 같은 현상을 전력 송신에 응용한 기술이다. 케이블 내 저항을 줄였기 때문에 낮은 전압으로도 손실없이 전기를 멀리까지 보낼 수 있어 ‘꿈의 전력 기술’로 불린다. 초전도케이블은 극저온 환경을 만들기 위해 진공 보온병 같은 구조로 만들어진다. 영하 150도 이하의 극저온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 액체질소를 속에 채워 넣고 둘레는 진공 구조로 만들어 저온을 유지한다. 케이블 중심에는 전선이 있으며 구리 대신 인공화합물을 이용해 전류를 흐르게 한다.
◆구리전선 20% 크기로 3~5배 전력 송신
한국전기연구원(원장 김호용)은 LS전선, 창원대, 위덕대 등과 공동으로 2001년부터 10년 넘게 공을 들여 세계 최대 송전용량 및 전압인 154㎸, 1GVA 초전도케이블을 개발했다.
이번에 개발한 초전도케이블은 크기를 같은 용량 구리케이블의 20% 수준으로 줄일 수 있고 22.9㎸의 저전압으로 대용량의 송전이 가능하다. 기존에 수만볼트(V)에 이르는 고전압 전기를 송신하기 위해 고전압 철탑과 초고압 변전소 등을 설치해야 하는 부담을 대폭 줄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조 책임연구원은 “초전도케이블을 적용하면 도심에 케이블을 설치하는 지하 터널의 직경을 60% 정도 줄일 수 있어 송전 관련 건설 비용을 경감할 수 있다”며 “송전 과정의 전력 손실도 최대 20분의 1까지 줄일 수 있으며 송전 용량도 현재보다 3~5배 이상 증가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전기연구원은 세계 최초로 초전도케이블 평가 관련 국가 규격을 만들어 표준화까지 선도하고 있다. 이번 개발과 관련해 26건의 원천특허를 등록했으며 총 46편의 SCI 논문을 게재했고 정액기술료 21억7000만원을 받아 LS전선에 관련 기술까지 이전했다. 2011년 8월부터 한전의 이천변전소에 초전도케이블을 운영하고 있으며 2015년에는 제주도에 세계 최고 전압, 최대 용량의 초전도케이블을 1㎞ 규모로 설치해 운전할 예정이다.
조 책임연구원은 “이번 수상을 연구에 더 매진하라는 채찍으로 여기고 국가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미래 녹색전력기술의 핵심 분야로 떠오른 초전도케이블 시장을 선점하는 데 힘쏟을 계획”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